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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선정적 방송, 이대로 좋은가?

<작업남녀> 성추행 수준 내용 여과없이 내보내, 연출 아닌 실제 상황

등록|2008.09.28 13:23 수정|2008.09.28 13:23

▲ 홈페이지 화면부터 야시시한 케이블TV 작업남녀 프로그램 ⓒ 작업남녀 홈페이지


지난 금요일(26일) 밤, 비교적 여유로운 마음으로 TV 채널(케이블)을 돌려보고 있었다. 10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좀 야릇한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정재윤의 작업남녀> 라는 케이블 프로그램이었다. 심야시간에는 케이블 방송이 다 그렇지 이런 생각을 하며 좀더 지켜봤다.

그런데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 두 명이 길거리에서 여성들에게 소위 ‘작업’을 걸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척하다가 여자의 옷에 묻혀 뭔가 동기를 만들려고 했다.

우선 ‘작업’에 성공하면 함께 술 마시고 은근히 취할 때 DVD 방이나 여자의 자취집까지 가는 것이다. 그곳에서 딥키스를 나누고 심지어 여성의 가슴을 만지려다 여성으로부터 저지당하는 장면까지 노출됐다. 물론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어떤 상황인지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프로그램일까? 이것이 연출인가, 리얼리티인가.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촬영하는건 분명한데 여기에 응하는 여성들이 연출인지 몰래 카메라에 걸려들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스튜디오가 나왔다. 개그맨 정재윤씨가 나왔고 금방 길에서 ‘작업’을 하던 두 주인공이 스튜디오에 나와 있었다. 이들 셋의 대화를 들어보니 정재윤씨를 비롯해 남성 두 명은 서로에게 ‘선수’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랬다. 처음 보는 여자를 누가 더 잘,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깊게(?) 유혹하나(꼬시나) 시합하는 ‘선수’들이었다. <작업남녀>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고 그 방송에 출연했던 일명 한 ‘선수’의 방송후기도 읽어봤다. 이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일부 매체에서 기사도 접할 수 있었다. 결국 100% 리얼리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작업남녀>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면 ‘연애 고수들이 연애 기술과 노하우, 작업 비법을 알려주는 리얼리티쇼’라고 소개돼 있다.

딥키스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은밀한 신체접촉 등(이때 여성이 거부) 거의 성추행 수준의 장면이 여과없이 방영되고 있었다. 그 장면을 삭제하지 않는다면 사실 모자이크는 여과장치라 할 수 없다. 그저 흐릇하게 보이게 할 뿐인지 그 구체적 상황을 다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타 몇몇의 케이블 방송의 선정성 문제가 종종 문제가 돼 왔지만 금요일에 그 방송을 보고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케이블은 공중파와는 달리 이런 규제가 좀 느슨하다보니 대기업이 소유한 케이블 방송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는데 앞으로는 자산 규모 10조 미만의 기업이 지상파 방송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됐으니 시청율을 올리기 위한 기업마인드가 어떻게 적용될지 사뭇 걱정이 된다. 공영의 목적보다는 기업이 이익이 우선일 테니 말이다.

여하튼, <작업남녀> 프로그램의 노출 수준을 조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명 영화배우들이 에로틱한 영화 장면은 영화려니 하고 넘길 수 있지만 실제 장면을 좀 곤란하다. 이를 시청하는 청소년들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임을 확인하고 이를 모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영 시간대도 밤 10시라니, 언제든지 시청 가능하다.

다시 말하지만, 작업남녀는 건전한 남녀의 만남을 통해 이를 계기로 진실되게 만남을 가지는 기획의도를 가진 프로그램이 아니다. 번화가, 유흥가 주변에서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여자를 유혹해 누가 더 잘, 빨리 목적(?)에 달성하냐 하는 이른 바 ‘선수’들의 게임 혹은 시합이다. 진정성을 담보로 한 사랑이 아닌 여성을 하룻밤의 성적 대상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고 많은 중고생 청소년들이 언제든지 시청 가능하다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블로그에 동시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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