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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4)

― ‘약간의 위안’, ‘약간의 걷기’, ‘약간의 그림자’ 다듬기

등록|2008.09.28 14:29 수정|2008.09.28 14:29

ㄱ. 약간의 위안을 찾아냈다

.. 그는 연애에서 약간의 위안을 찾아냈다 ..  <폴 란돌미/김자경 옮김-슈베르트>(신구문화사,1977) 75쪽

 ‘연애(戀愛)’라는 말을 그냥저냥 써도 나쁘지 않지만 ‘사랑’이나 ‘사랑놀이’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위안(慰安)을 찾아냈다”라고 하니 어딘가 어색한데, “마음을 달랬다”로 고치면 어떨는지.

 ┌ 약간의 위안을 찾아냈다
 │
 │(1)→ 얼마쯤 위안을 받았다
 │(2)→ 조금이나마 마음을 달랬다
 │(2)→ 조금이지만 마음을 달랬다
 │(2)→ 적잖이 마음을 추슬렀다
 └ …

 ‘위안’이라는 말을 그대로 두고프면 (1)처럼 다듬을 수 있습니다. “위안거리를 찾아냈다”라 해도 되고요. 이런 낱말까지 깨끗이 다듬고 싶다면 (2)처럼 적으면 좋고요. 자, 보기글을 통째로 다시 써 보겠습니다. “그는 사랑을 하며 마음을 얼마쯤 달랠 수 있었다.”


ㄴ. 약간의 걷기를 감수하는

.. 약간의 걷기를 감수하는 부지런한 주차습관이 환경적으로 우수하다 ..  <박용훈-도로에서 지구를 살리는 50가지 방법>(수문출판사,1994) 68쪽

“환경적으로 우수(優秀)하다”는 무슨 소리일까요.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소리일는지, “환경을 지키는 일이다”는 소리일는지 궁금합니다. ‘감수(甘受)하는’은 “달게 받아들이는”이나 “기꺼이 받아들이는”이나 “거리끼지 않는” 쯤으로 풀어 줍니다.

 ┌ 약간의 걷기를 감수하는
 │
 │→ 웬만한 거리는 걷는
 │→ 알맞는 거리라면 걷는
 │→ 웬만하면 걷는
 │→ 멀지 않다면 걷는
 │→ 조금 멀어도 걷는
 └ …

제가 굳이 이렇게 다듬는다고 나서지 않아도, 이 보기글은 퍽 얄궂지 않나 싶습니다. “약간의 걷기를…” 하고 쓰는 말이 여러모로 어색하다고 느껴지는데.

제 나름대로 몇 가지로 풀어 봅니다. 먼저 “웬만한 거리라면 걷는”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줄여서 “웬만하면 걷는”이 떠오르고, “멀지 않다면 걷는”도 생각나네요. 보기글을 쓴 분 느낌이라면 “조금 멀어도 걷는”쯤 되지 싶은데, ‘-적’붙이 말이든 ‘-의’를 얄궂게 붙인 말이든, 우리 느낌과 생각을 흐리멍덩하게 숨기거나 감추곤 합니다. 이런 어설픈 말굴레를 훌훌 벗어던지고 시원스럽게 우리 말과 글을 쓰고, 우리 느낌과 생각을 알뜰히 펼쳐 보이면 반갑겠습니다.


ㄷ. 약간의 그림자

.. 나는 불가사리의 질감이 돋보이도록 약간의 그림자가 생기기를 원했다 ..  <조나단 콕스/김문호 옮김-뛰어난 사진을 위한 접사의 모든 것>(청어람미디어,2008) 126쪽

 “불가사리의 질감(質感)이”는 “불가사리 느낌이”로 다듬고, ‘원(願)합니다’는 ‘바랍니다’로 다듬어 봅니다.

 ┌ 약간의 그림자가 생기기를
 │
 │→ 살짝 그림자가 생기기를
 │→ 살며시 그림자가 생기기를
 │→ 그림자가 조금 생기기를
 │→ 그림자가 가볍게 생기기를
 └ …

 그림자는 짙게 생기거나 옅게 생깁니다. 이 자리에서는 “그림자가 옅게 생기기를”로 적어 주어도 됩니다. 한편, 사진찍기 이야기를 하면서 그림자를 만들고 싶다고 하는 만큼, ‘살짝’이나 ‘살며시’나 ‘살그머니’나 ‘살짝살짝’ 같은 말을 넣어도 어울립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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