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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밥 그릇을 빼앗아 먹는 닭

우리집 진꼬와 성꼬의 골목대장 노릇

등록|2008.09.29 13:48 수정|2008.09.29 13:48
방금 일어난 사건입니다.

우리집 고양이 꺼뭉이의 밥 그릇에 식은 밥 한 숟갈 넣어서 생선 대가리를 팍팍 으깨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아침 상을 차리기 위해 부엌 일에 열중하는데 갑자기 앞 마당에 냉기가 휙 스치는가 싶더니 팽팽한 긴장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부엌 문을 열고 내다봤더니 글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꺼뭉이가 꼬랑지를 발딱 세워놓고 뒷발에 있는 힘을 다 주고는 임전태세로 식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앞에 진꼬랑 성꼬가 짝다리를 하고 두 손은 허리를 훨씬 지나 겨드랑이께에 갖다 붙이고는 고개짓을 해 가며 꺼뭉이 밥 그릇을 툭툭 차는 것이었습니다.

식사꺼뭉이 밥 그릇 앞에서 시비 거는 진꼬와 성꼬 ⓒ 전희식


진꼬 : 어? 그거 머냐?
꺼뭉이 : 나? 식사 하는 거야.
성꼬 : 그걸 누가 몰라 묻겠어? 그 밥 알 말이야.
꺼뭉이 : 또 왜 그러는데?
성꼬 : 밥 알 그거 말이야. 우리도 좋아 하는 음식이라는 거 너 몰라?
꺼뭉이 : 그런...데요?

식사일단 고양이 밥그릇을 차지했다. 닭 두마리가. ⓒ 전희식


진꼬 : 좀 비켜 줬으면 좋겠는데.
꺼뭉이 : 농주님이 이거 나 먹으라고 준건데......요.
성꼬 : 다시 말 하겠는데, 좀 비켜 줬으면 좋겠는데.
꺼뭉이 : 농주님이 이거 .......
진꼬 : 내 말을 못 알아듣나분데
꺼뭉이 : 우씨~
성꼬 : 이게 !
꺼뭉이 :  모야 진짜아~

 

고양이내게 이르는 꺼뭉이 ⓒ 전희식


고양이 :  농주 아찌이~~
농주 : 꺼뭉아 왜?
진꼬 : 꺼뭉이냐 너 이르면 죽어 !
농주 : 왜? 꺼뭉아.
꺼뭉이 : 농주님. 식사 잘 했습니다. 고맙다구요.
농주 : 그래그래. 많이 먹고 쥐나 잘 잡아라.
어머니 : 저기. 파리 보고도 놀래능기 잉가이 쥐 잡을라. 밥도 주지마 ! 달구새끼한테 밥그릇 뺏기는거 봐라. 어구.

냠냠밥 그릇을 차지한 진꼬와 성꼬 ⓒ 전희식



진꼬 : 냠냠~~ 쩝쩝~~
성꼬 : 냠냠 . 생선가시 목에 걸릴라. 조심해.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http://cafe.naver.com/mobo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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