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아빠와 아들 취미가 예쁜 여자 쳐다보기?

만화 <짱구는 못말려> 아이들 모방 우려, 교육상 좋지 않아

등록|2008.09.29 16:22 수정|2008.09.30 12:14

▲ 모방하는 경향이 많은 대여섯살 어린아이들, 짱구 모습 따라는게 과연 바람직할까? ⓒ <짱구는 못말려>홈페이지


요즘 네 살된 아들(39개월) 아들과 <짱구는 못말려>를 종종 봅니다. 채널을 돌리다 그 만화가 나오면 아들 녀석은 “아빠, 아빠, 그거, 그거 봐.” 하면서 강력히 자신의 주장을 펼칩니다. 혹여 다른 채널로 돌리는 시늉이라도 하면 ‘으앙’ 떼를 쓰곤 하지요.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짱구는 못말려> 이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결코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내용으로 봐도 알 수 있지만 주변에서도 짱구의 얼토당토 않는 모습을 흉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선 <짱구는 못말려> 홈페이지에 가보면 다섯 살짜리 짱구의 취미가 나와 있습니다.

짱구의 취미는 ‘엉덩이 춤, 예쁜 누나 쳐다보기’ 입니다. 그런데 아빠의 취미도 ‘짱구처럼 섹시한 여자를 좋아함’ 이라고 돼 있습니다.

짱구와 아빠의 취미는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것입니다. 짱구와 아빠의 ‘취미생활’은 종종 나옵니다. 예를 들어 예쁜 여자를 짱구와 아빠가 동시에 침 흘려가며 쳐다보는 장면 말이지요. 짱구 또래 아이들이 그런 장면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걱정이 되네요. 그런 바람직하지 않은 장면을 보고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이구나"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어덩이까고 흔드는 행동, 밖에서는 문제 될 수 있어

또 짱구가 엉덩이 내리고 흔드는 경우가 종종 나오는데요, 일상에서 그런 모습 많이 봤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문 수업을 하고 있는데 짱구 또래 동생들이 아주 많습니다. 어느 날 보면 제 앞으로 달려와 엉덩이 까고 춤을 추고 도망가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짱구는 못말려>에서 봤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서너 명의 아이들을 제 앞에서 엉덩이 까고 춤을 추더군요.

생각하기에 따라 귀엽게 봐 줄수도 있는 문제지만 제 입장에서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물론 사내아이들이었지만 그런 습관이 바깥에서 이어질 경우 상대의 불쾌를 넘어 어린이 성범죄의 동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성범죄의 주체가 되거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것을 볼때 매스미디어가 주는 저 영향, 재미가 무조건 좋고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더군요.

독자 여러분의 대부분은 <짱구는 못말려>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일상 생활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공상만화 영화처럼 없는 사실에 대한 상상력, 창의력을 키우는 게 아니라 지극히 실 생활을 짱구를 통해 보고 있는 것입니다.

모방이 일상화된 네다섯 아이들, 현실로 받아들일까 걱정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상황에 맞지 않는 과도한 설정, 어른 무시, 유치원 선생님 비하 발언 및 행동, 여자 보며 침흘리기 등의 모습이 종종 연출됩니다. 5살이면 한참 어휘나 정서, 감성 등이 커나갈 시기이고 보는 그대로를 믿고 따라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 또래 아이들의 대부분이 잘잘못의 가치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모방하면서 몸과 정신에 베이는것이죠. 이 만화 보고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 생활에 적용하는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 말이죠.

만약 독자 여러분의 다섯 살 아이가 길에서 여성을 끊임없이 쳐다보고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아래와 같은 대답이 나온다면 어쩌시겠습니까?

“너 지금 뭘 그렇게 보니?”
“(짱구 버전) 이쁜 여자요?”
“뭐야?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울랄라 울라라~ 짱구에서 봤어요”

이런 반응이 나온다면 ‘대략난감’ 하실겁니다.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블로그에 있어 추가 변형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