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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매케인, '구제안 불발' 어찌할까

하원에 '처리 당부' 속 유리한 지형 만들기 안간힘

등록|2008.09.30 08:29 수정|2008.09.30 08:29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대선을 5주 남겨 놓고 터진 미 하원의 금융구제안 부결 파문은 민주당 버락 오바마, 공화당 존 매케인 양 대선주자 진영에도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현 대선국면에서 차기 지도력의 실시간(Real time) 시험장이 돼 버린 금융위기 사태 와중에서 두 사람이 모두 지지했던 구제안이 하원에서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한 것은 두 주자 모두에게 타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는 선거일 뿐이다. 양 진영은 이번 불발 사태를 선거구도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성하려 애쓰면서 상대방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도 불사했다.

특히 경제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오바마 진영은 침착한 분위기 속에 부시 정부 비판에 주력했지만, 매케인 캠프는 오바마의 지도력을 정면 공격하는 등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오바마 후보는 구제안 부결 직후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그곳에 도달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다소 험난할 것 같다"면서 "의회에서 일들은 결코 순탄하게 처리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이 침착성을 잃지 않으면서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인식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케인도 기자들과 만나 "이제 모든 하원의원들이 처음 단계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점"이라면서 "나는 하원이 이 위기에 즉각적이고 명백하게 대응하길 촉구하며, 우리 지도자들이 행동하는 데 실패한다면 전 미국의 근로자, 중소기업인, 가정이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표면적 메시지는 다시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내면의 기류를 보면 오바마는 금융위기 이후 오름세를 타고 있는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시장 안정을 우선시 하면서 경제 위기 대처의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최근 경제 문제로 핀치에 몰려 있는 매케인은 `지도력'의 문제를 강조하면서 지난 주말 `선거유세 중단, TV 토론 연기' 주장을 폈던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매케인은 부결 직전 유세에서 "처음에 그(오바마)는 금융위기 문제에 개입하기를 원치 않았고, 그런 다음엔 그저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면서 "길옆에 서서 구경하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다. 수수방관하는 지도력으로 인해 이런 혼란이 오게 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매케인의 수석경제고문인 홀츠 이킨도 "법안 부결은 오바마와 민주당이 국가에 앞서 정치를 우선순위로 한데 따른 실패"라면서 "오바마는 당을 이끌지도 않았고, 그저 전화로 얘기하면서 매케인 공격에 주력했고, 심지어 최종법안을 지지하는지 여부조차 말하지 않았다"며 오바마의 리더십 문제를 공격했다.

이킨은 특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표결 직전 부시 행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공격한 것과 관련, "의장의 당파적 주장이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나 매케인은 이킨의 성명 발표 뒤 "지금은 책임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며 한발 비켜섰다.

반면 `경제 이슈'가 대선 국면을 계속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안도감 속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오바마 캠프는 선거 결과 공화당의 이탈표가 훨씬 많이 나왔음에도 매케인의 책임론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빌 버튼 대변인은 이번 부결사태는 미국 유권자들이 워싱턴의 지도력에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매케인 대신 부시 정부를 비판했다.

버튼은 "모든 미국인은 월가와 워싱턴 정가의 탐욕과 무책임이 우리를 이 지경으로 이끈 데 대해 분노해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 위기를 안정시키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때"라고 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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