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번 여름, <오마이뉴스>로 유학가다

3개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만 살아봤더니...

등록|2008.09.30 13:53 수정|2008.09.30 15:25
2008년의 여름이 지나갔네요. 날짜로 봤을 때는 벌써 가을이지만 늦더위가 식을 줄 모르던 이번 여름(7~9월)은 저에게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지요.

"6월 30일부로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즐겁게, 또는 아쉬운 마음으로 전역신고를 한 저는 바로 용산으로 달려갔어요. 기꺼이 하루를 내어준 '컴퓨터도사' 친구가 견적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버스에 컴퓨터 부품을 싣고 낑낑대며 집에 도착, 조립을 하고 그날 인터넷 개통을 하였지요. 이제 제대로 온라인 세상으로 들어가게 되었죠.

내 블로그처음에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라 놔두었다가 7월 말에 재도전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어요. 작지만 소중한 공간이 되었네요. ⓒ 이인



같이 전역한 동기들은 저마다 취직한 회사로 아침 일찍 출근했던 7월 1일, 저는 블로그를 만들었지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기자 지망생들 가운데 블로그를 운영 안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건 이상한 일입니다. 새롭게 바뀌는 언론환경에서 글을 쓴다는 사람은 그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애를 쓰면 얼마든지 블로그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속으로 뜨끔하더군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열풍이 한창 불어서야 뒤늦게 미니홈피도 꾸몄던 기억이 나면서 늘 한 발씩 더디는 제 게으름을 새삼 느꼈어요. 아직 블로그 개념과 트랙백 이런 게 무슨 말인지 몰라 하나하나 검색해서 공부를 하며 '자유로운 첫날'을 보냈지요.

저는 <오마이뉴스>에 올해부터 책 내용에 대해 가끔 기사를 썼지요. 아무래도 정치사회 발언은 신분상 조심스러워야 했고 그럴만한 재주도 없었지요. 이번 여름을 공부하는 시간으로 잡고 여름 내내 책을 읽은 뒤 서평을 쓰고 영화를 보고 리뷰를 썼지요. 뜨거운 여름이었던 만큼 외출도 삼가고 온종일 글을 썼어요. 친구들은 넥타이를 맨 '양복맨'으로 변신하였을 때 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었지요.

툭하면 밤늦게 들어오는 제가 집에만 있으니 집의 어른들은 걱정이 되었나 보네요.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뉴스를 보신 뒤면 무거운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시곤 하시죠. 그러던 어느 날은 진지한 목소리로 물으시네요.

"무슨 일 있니? 왜 밖에 안 나가니? 혹시 돈이 없니?"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살펴보시는 눈치시더군요. 집값이 너무 비싸 아직 독립을 하지 못하였지만 몇 년 전부터 제 돈은 제가 벌어서 쓰고 있지요. 제 경제상황을 모르시는 어머니는 얘가 돈이 없어서 외출을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시며 남들처럼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걸 은근히 바라시더군요.

지금까지 사회 요구에 맞는 생활을 하다가 벗어나는 모습을 보니 못내 불안하셨나 보네요. 이리저리 '엄친아' 얘기를 하시는 모습이 조금은 부담스럽더군요. '입시에 맞춰진 교육 - 대학 학점 따기, 영어공부 - 취직경쟁 - 결혼과 승진 - 아이들 입시교육' 이렇게 헐겁지만 갖추어져 있는 사회 흐름에서 '일탈' 하는 모습을 이해시키느라 오래시간 비지땀을 흘렸지요. 그리고 제가 쓴 글들을 보여주며 제 앞날을 '브리핑' 하는데 참 묘한 기분이더군요.

그렇게 집을 진정시키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만 3개월 살자고 다짐했지요. 젊고 아직 배울 게 많기에 공부하면서 여유를 가졌지요. 어차피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고 이번 여름은 조금 더 몰입해서 공부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했지요. 이 상황을 '<오마이뉴스>로 유학갔다'고 여겼어요.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의 깊이를 키우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소중한 '유학기간'이었지요.

140개나 썼네!?올해 여름이전부터 쓴 기사까지 합치니 무려 140개나 되었네요. 하나 하나 살펴보니 많은 경우 생나무에다 잉걸이었지만 그때 기사를 쓰면서 쏟았던 진지함과 고민을 잊을 수 없지요. '기자는 기사가 말해준다.'는 말처럼 못났지만 소중한 자식들이니까요. ⓒ 이인


7~9월 3개월 동안 70여 개의 기사를 작성했지요. 열흘 동안 인도 여행한 시간을 빼면 하루에 하나 꼴로 기사를 작성한 셈이지요. 컴퓨터 앞에 종일 앉아 있으려니 눈이 아프기도 했지만 제가 즐거워서 한 일이라 재미있게 할 수 있었어요. 무슨 내용을 어떤 식으로 기사를 쓸지 '신나는 고민'에 빠져 여름을 보냈답니다.

3달 동안 열심히 썼더니 무려 '50만원'의 원고료가 생겼어요. 그 가운데 30만원을 찾아서 디지털 카메라를 샀지요. 늘 필요할 때마다 친구들에게 빌리고 카메라 잘 찍는 친구들을 불렀는데 이제 제가 원할 때 찍을 수 있게 되었네요. '월수입 17만원'이라 생활은 빠듯해졌지만 헤프게 쓸 수 있었던 돈도 아끼고 물건의 소중함을 다시 몸으로 느꼈지요.

그리고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다시 배웠지요. 얼마 되지 않는 원고료에도 많은 시민기자들이 열렬하게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기사를 쓰고 나서 '좋은 기사'라고 '잘 읽었다'고 하는 한 마디 격려 때문에 오늘도 몇 시간씩 의자에 앉아있게 하네요. 때로는 지적도 당하고 비판을 받으면서 모자란 점을 느끼고 다른 여러 시각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답니다.

이제 10월이네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만 살기'도 3개월 해보니 글도 늘고 재미있는 경험도 많이 했어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고 적힌 명함을 건네면서 인터뷰도 해보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수집하였지요.

이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면서 저만의 영역을 넓혀가야겠지요. 그리고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야겠지요. 지금까지 짧은 3개월 동안 부족한 제 글을 실어준 <오마이뉴스> 편집부와 읽어준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돌을 뚫고 피어난 풀꽃원고료로 바로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여 늘 들고 다니면서 찍고 다니지요. 눈으로만 담았던 풍경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되었어요. 아현동 뉴타운 지역에서 찍은 사진. ⓒ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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