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8천억대 안양시금고 잡아라" 4파전 치열

경쟁입찰 방식 첫 도입… 지역신문의 특정 은행 홍보기사 빈축

등록|2008.09.30 17:51 수정|2008.09.30 17:51

▲ 안양시청 민원실에 마련된 시금고 수납창구 ⓒ 최병렬


안양시가 '안양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의거 경쟁입찰 방식을 처음 도입한 가운데 지난 25-26일 이틀간 실시한 제안서 접수에 농협·신한·기업·우리은행 등 4개 금융기관이 신청해 시금고 운영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안양시는 그동안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금고를 선정해 왔으나 지난 3월 '안양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일부 개정하여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하고 이어 9월 8일 안양시금고 지정 설명회를 가짐으로 시금고 지정을 앞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양시에 따르면 그동안 시금고를 운영해 온 농협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일반금고(일반·특별회계·일반기금)만 제안서를 제출한 반면 도전장을 내민 나머지 금융기관들은 일반금고와 함께 기금(통합관리기금 250억원 규모)까지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양시 세정과 관계자는 "10월 중순까지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구성, 10월말께 평가를 실시하며 11월 시금고 지정 발표 및 약정체결을 하고 시금고 지정 여부에 따라 오는 12월- 2009년 1월까지 신.구 금고 합동근무 및 인계인수 절차 순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 안양시청 홀에 부착된 시금고 제안서 접수 안내문 ⓒ 최병렬


시금고 지정 중책 맡을 심의위원 누가 될지 촉각


시금고 심의와 관련 중책을 맡게될 심의위원회는 모두 13명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변호사·세무사·회계사·교수·시민단체·시의원(2명 예상) 들로 구성될 예정으로 이들은 최소 3배수 이상의 후보들 가운데 시장이 임명할 계획이다.

특히 시의원 선정은 복수로 선임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의장에게 위임한다는 원칙으로 업무 특성상 의회 총무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 가운데 선정될 가능성이 크며 나머지 위원들 선정은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후보군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시금고를 운영·관리할 수 있는지 여부를 제출된 제안서에 근거하여 종합적으로 심사하며 시금고 계약 때만 한시적으로 운용되면서 계약이 결정되고 나면 자동 소멸된다.

시금고 지정과 관련 눈여겨 볼 대목은 평가항목 및 배점기준이다.

안양시가 제시한 '금고 지정 평가 항목 및 배점 기준' 5개 항목 중에서 농협중앙회는 지역주민 이용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 협력사업추진능력 면에서 사회환원 활동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타 시중은행들은 대내외 신용도 및 재무구조, 자치단체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면에서 유리해 증자를 통한 규모 확대와 고금리를 앞세워 농협을 압박할 경우 유치 경쟁은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어느 누구도 자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세다.

한편 안양시금고는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는 지난 1973년부터 35년째 농협이 독점 운영하고 통합기금은 기업은행이 운영하고 있다. 안양시는 지난 1999년 제한경쟁 방식을 도입했다가 2003년 슬그머니 다시 수의계약으로 바꾸어 비난을 산바 있다.

▲ 시금고 선정을 앞두고 지역신문이 게제한 홍보성 기사 ⓒ 최병렬



각 금융기관들에게 있어 올해 시금고 계약은 일반공개경쟁이 도입된 첫 해이고 이번 선정에서 떨어질 경우 3년을 기다려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 꼭 따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기에 금융기관들은 '수익을 떠나 승부걸기에 가히 목숨을 건 격'이다.

이에 시금고 지정을 둘러싸고 금융기관 간에 과열경쟁이 빚어지면서 기존 금유기관은 시금고 사수를 위해 체육행사, 시민축제, 지역경제발전 육성 및 지원 명목으로 각종 기부금을 내거나 단체장 대리 접대, 시의원 대출 편의 제공 등 유화책을 쓰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감사원 감사에서도 적발된 바 있으며 "검찰이 경기도와 수원시 등의 시.도금고 선정과 관련 기부금 사용처에 대해 내사에 착수해 적법하게 사용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언론이 보도하여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안양시에서도 지난 3월 시금고 조례 개정을 앞두고 N은행 직원들이 안양시의원들과 친분이 있는 인물을 동원해 유리한 방향으로 설득작업을 벌이자 모 의원이 "본인 역시 친분이 있는 고교 선배로부터 식사를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더욱이 시금고 선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안양지역에서 발행되는 모 주간신문이 기존 시금고인 농협중앙회를 홍보하는 홍보성 기사를 게제해 물의를 빚고 있다. 그 시점 또한 9월 24-25일 제안서 접수에 이어 심의위원 선정과 심의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을 사고 있다.

이 신문은 지난 9월 26일자 '행복한 안양만들기로 지역발전에 공헌하는 농협' 제목의 기사에서 그동안 시금고를 운영해 온 농협이 "문화.체육행사 후원, 지역사회 복지환원 적극참여 후원, 금융지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주민에 대한 금융서비스 강화 등을 해왔다"고 칭찬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시금고 선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정부도 공개경쟁방식으로 지정토록 조례를 제정하도록 하고 있는 마당에 이를 감시해야 할 지역언론이 금고 선정을 앞둔 상황에서 홍보성 기사를 내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시금고 선정과 관련, 시민들의 주머니 돈을 특정인이 아닌 시민들의 이익이 최대한 증진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가 요구되고 있다. 또한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 시금고를 지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 그 책임은 심사위원들의 양심적인 한표에 달려 있다.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