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우덕이 풍물단 권원태(42) 어름산이가 줄타기 묘기를 보여주고 있다. ⓒ 조정숙
'얼음 위를 걷듯이 어렵다'는 줄타기
2008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가 9월 30일~10월 5일까지 안성시내 강변 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안성시내에 있는 안성천변에 들어서자 축제를 알리는 애드벌룬이 높고 맑은 가을 하늘에 펄럭이고 있다. 안성은 남사당의 발상지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는 바우덕이의 예술정신을 계승하고자 2001년부터 시작되었다. 안성천을 따라 걷다보면 여러 가지 놀이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고 다양한 종류의 토산품들과 먹을거리 볼거리가 축제장을 찾아오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타 지역에서도 안성시의 요청으로 많은 분들이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축제분위기가 한창인 옛날 장터에는 이른 아침부터 어름(줄타기) 공연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름은 '얼음 위를 걷듯이 어렵다'는 뜻이며 줄을 타는 사람을 '어름산이'라고 부른다.
줄타기를 준비하는 안성시립 바우덕이 풍물단 권원태(42) 어름산이가 공연시간이 가까워지자 공연장에 모습을 보인다. 강변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하나 둘 씩 공연을 보기위해 모여든다.
▲ 여성 어름산이가 묘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찔한 장면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 조정숙
'줄타기는 내 인생'
영화 <왕의 남자>에도 출연했다는 권씨는 줄타기 공연을 32년째 하고 있단다. 부모님이 시켜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줄 위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할 정도로 이 일에 만족하고 있다고.
"줄타기를 보러온 사람들에게 멋진 공연을 보여 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권씨. 그에게는 줄타기 전 꼭 지키는 사항이 있다. 새나 동물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으며 항상 마음가짐을 정갈하게 하는 것.
그동안 오랜 세월 줄타기를 하다 보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줄타기가 전부다. 이 때문에 천직으로 생각한다고. 하지만 앞으로 60~70세가 되어도 과연 줄타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고 말한다. 공연이 시작되자 어름산이 권씨의 구수한 입담이 끊임없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 '덧뵈기' 공연이 이어진다. '탈을 쓰고 덧 본다'라는 뜻을 지닌 탈놀이의 일종으로 풍자와 해학적인 몸짓을 통해 관객들과 하나가 되는 남사당 놀이다. ⓒ 조정숙
▲ 남사당놀이 중 버나놀이다. 고수의 명연기를 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 조정숙
▲ '버나놀이'를 하는 관객이 즐겁게 버나를 돌리고 있다. 떨어뜨리면 모두가 박장대소한다. ⓒ 조정숙
각설이 타령에, 뻥튀기에
줄타기 공연이 끝나자 '덧뵈기' 공연이 이어진다. '탈을 쓰고 덧 본다'라는 뜻을 지닌 탈놀이의 일종으로 풍자와 해학적인 몸짓을 통해 관객들과 하나가 되는 남사당 놀이다. 관객들은 어린아이들처럼 모두 즐거워한다.
옛날장터에 딱 어울리는 엿장수의 각설이 타령도 한다. 이모조모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공연장을 모두 돌아보려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넓은 강변공원을 돌다 허기가 지면 안성장터에서 국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다른 공연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뚝딱 해치운다는 말이 제격이다. 어디선가 "뻥이요!"하는 소리가 들려 달려가 보니 뻥튀기 아저씨가 솔방울을 태워 직접 뻥튀기 기계로 튀겨낸 옥수수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공짜"라며 나누어 주고 있다. 뻥튀기 기구를 보니 잠깐이나마 향수에 젖는다.
▲ 6개국이 축제에 참가해 각국의 민속춤을 선보인다. ⓒ 조정숙
▲ 안성시와 대만 영화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이번 축제에 영화시 시장과 함께 방문해 대만 민숙춤을 보여주고 있다. ⓒ 조정숙
▲ "뻥이요!" 뻥튀기 아저씨가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 조정숙
▲ 엿장수들의 구수한 각설이 타령이 길가는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 조정숙
돌리다 떨어뜨려도 "괜찮아"
안성천 건너편 시민무대에서는 6개국 민속춤이 공연되고 있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과 노래공연이 관중들을 매료시킨다. 이어서 남사당놀이 6마당 중 '버나놀이' 공연이 시작되자 자리 잡은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안성천변을 울린다.
관객이 남사당 놀이의 주인공이 되어 '버나놀이'를 하는 광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버나는 가죽으로 둥글고 넓적하게 만든 가죽 접시를 말하는데 일반 관객이 버나를 돌리다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체험해 볼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했다.
일반 관객이 버나를 돌리다 떨어뜨리자 모두 박장대소한다. 다음으로 안성시와 자매결연했다는 대만 영화시의 민속 공연이 이어졌다. 공연장이 강 건너편에도 있기 때문에 징검다리를 부지런히 건너야 다양한 공연을 볼 수가 있다.
자칫 게으름을 피우면 재미있는 공연을 놓치기 십상이다. 잠깐 숨 돌릴 틈도 없이 건너편 바우덕이 놀이마당에서 오후 공연으로 여성 어름산이 줄타기 공연이 시작된다는 안내 방송이 들린다. 부랴부랴 건너편 공연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여성 어름산이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특별한 것 같다. 멋진 줄타기와 함께 입담도 맛깔스럽게 잘한다.
▲ 소원 성취함에 모인 성금은 독거노인이나 불우이웃돕기에 쓴다는 자원봉사자 최희선(44)와 주부교실 회장을 맡고 있는 정영순(56)씨 ⓒ 조정숙
장터 입구에서 한지에 가족을 위해 소원 성취를 적어 매달아 주는 자원봉사자가 있다. 화려한 주머니에 적어놓은 소원을 담아 매달아 두었다가 행사가 끝나면 모두 수거해 안성시 행사 관계자들과 함께 불에 태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소원을 빌어 준단다.
소원 성취함에 모인 성금은 독거노인이나 불우이웃돕기에 쓴다고 자원봉사자 최희선(44)씨와 주부교실 회장을 맡고 있는 정영순(56)씨는 말한다. 안성 바우덕이 축제의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한 가을과 함께 알알이 영글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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