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밤송이가 아니고 고슴도치야
뒷동산 오동공원에서 발견된 고슴도치 한 마리
play
▲ 고슴도치야 건강하게 잘 살아라도심 공원에서 발견된 고슴도치는 막대기로 슬쩍 건드리면 금방 밤송이가 됩니다. 몸을 잔뜩 웅크린 모습은 밤송와 거의 똑같은 모습입니다. 홈통에 갇혀있던 고슴도치를 꺼내 숲으로 놓아 주자 고맙다는 듯 돌아와 살펴보고 숲속으로 사라졌습니다. ⓒ 이승철
"야! 밤송이다. 그런데 왜 저렇게 크지?"
아빠와 함께 나온 어린이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아주 커다란 밤송이가 놀라웠던 모양입니다. 어른 주먹만큼이나 커다란 밤송이는 좀처럼 보기 힘들지요.
그런데 어디서 어떻게 이곳으로 왔는지 어른 주먹 크기의 고슴도치 한 마리가 그 홈통 속에서 헤매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사람들이 나뭇가지로 건드리자 금방 밤송이로 변했습니다. 둥그런 몸체에 가시만 뾰족뾰족 나온 것이 꼭 밤송이 같았지요.
▲ 길가 빗물 홈통에서 발견된 고슴도치 ⓒ 이승철
그런데 지나가던 사람들의 반응이 다양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도심공원에 고슴도치가 살고 있을 리가 없을 것이라며 누군가 애완용으로 기르다가 이곳에 갔다 버렸을 것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아직 크기가 다 자란 고슴도치가 아니라 새끼고슴도치 같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말을 들었습니다. 60대로 보이는 어떤 사람은 저걸 잡아다 고아먹으면 신경통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고슴도치를 지켜주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을 때 고슴도치 녀석은 웅크렸던 몸을 서서히 풀었습니다. 얼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지요. 눈과 코 등 얼굴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때요? 제 얼굴 예쁘지요? 하듯 서서히 몸을 푼 녀석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홈통에서 빠져나갈 수는 없었지요. 내가 막대기 두 개를 젓가락 삼아 녀석을 집어 숲속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길가에는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철제 울타리가 쳐진 곳이 있었는데 그 안으로 넣어 준 것입니다. 녀석은 다시 몸을 잔뜩 웅크렸지만 곧 몸을 풀고 움직였습니다.
▲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살며시 몸을 풀며 살펴보는 고슴도치 ⓒ 이승철
그 사이 사람들은 모두 흩어졌지요. 그런데 고슴도치 녀석, 숲속으로 들어가다가 웬일인지 다시 돌아왔습니다. 철조망 앞까지 온 녀석은 내 얼굴이라도 한 번 보려는지 눈망울을 몇 번 껌벅거리고 돌아섰습니다. 녀석은 낙엽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나 숲속으로 총총 사라졌습니다.
도심 공원에서 만난 진귀한 동물인 고슴도치 한 마리는 정말 누가 기르다가 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공원에 자주 갔지만 몇 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숲속으로 들어간 고슴도치가 건강하게 잘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