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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1명당 환자 400명... 하루 일당 3달러

유럽으로 떠나는 개발도상국 의사와 간호사들, 의료시스템 붕괴 직전

등록|2008.10.03 11:24 수정|2008.10.03 12:22

▲ 개발도상국의 의료위기를 보도하는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 IHT


인도의 빈민층 주부 니베타 비주는 아들이 병에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하자 급히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러나 병원에서도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당직 간호사가 있었지만 의료지식이 없었다. 급히 의사가 달려와 겨우 아이의 목숨을 살렸다. 그러나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의 수많은 환자들은 이 아이처럼 '행운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아프리카와 같은 빈민국과 개발도상국에 의료 인력이 없다. 모두들 더 나은 삶을 위해 환자를 등지고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악하기만 한 현실은 이들을 비난하기 어렵게 만든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한국시간으로 2일 '개발도상국들이 의료인력 부족으로 생명과 건강을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의학의 도움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는 개발도상국 빈민들의 실태를 소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아시아지역 고문 에즈키엘 누쿠로는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의료시스템은 붕괴 직전에 몰렸다"며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치료와 예방이 가능한 질병으로도 사망하면서 평균수명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사 1명이 환자 400명 돌봐... 하루 일당은 3달러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등 수많은 질병이 만연하고 있지만 전 세계 의료인력 중의 3%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인력들도 대부분 의료적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하거나 은퇴를 앞둔 노인들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레소토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에이즈 전문가 필로 레톨라 박사는 "내가 있는 병원의 한 간호사는 70세가 넘었고 하루 전에 진료했던 환자들의 상태도 기억하기 어려워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처우 역시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일하고 있는 한 의사는 "이곳에서는 간호사 1명이 무려 40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지만 하루 일당은 고작 3달러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인도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이곳에서는 간호사 1명당 환자가 무려 1000명에 이른다. 이와 반면에 유럽에서는 간호사 1명당 환자가 9명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는 공립병원에서도 수술용 장갑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환자들이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역시 가족들을 부양하기 힘들만큼 적은 보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의사와 간호들은 좀 더 높은 보수를 찾아 개인이나 기업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일자리를 옮기고 있지만 이들 병원은 대부분 중산층을 상대로 하는 고급병원으로서 빈민층들에 대한 의료시스템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이 운영하는 병원이 아니다. 바로 높은 보수는 물론이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해주는 유럽의 선진국으로 떠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건강 위협하는 유럽의 '블루카드'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엄격했던 이민정책들을 최근 완화하면서 의사와 과학자, 엔지니어 등 전문지식들을 갖춘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이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의료인력을 유혹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회원 국가들은 이른바 '그린카드'라 불리는 미국의 외국인 비자제도와 비슷한 '블루카드' 제도를 오는 2011년부터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등에 비해 외국인의 취업이 무척 까다로웠던 유럽은 '블루카드' 도입으로 이민제도의 문턱을 낮추고 개발도상국들로부터 고급지식을 갖춘 인력을 유치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WHO의 에즈키엘 누쿠로 고문은 "만약 이 제도가 도입되면 개발도상국의 '두뇌유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병원들 간에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의료(telemedicine)' 도입이 시급하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선진국으로 떠나려는 개발도상국들의 의사들을 직접 만나 설득해보기도 했지만 자유롭게 이주할 수 있는 권리 역시 인간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이를 규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의 의사와 간호들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떠나 유럽의 선진국으로 떠나고 있지만 누구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많은 환자들이 치료의 손길을 받지 못해 죽어가면서 이들의 '의료 빈부격차'는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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