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한자말 털기 (50) 작업
[우리 말에 마음쓰기 437] ‘작업하세요’, ‘만화 작업’, ‘벼 수확 작업’ 다듬기
ㄱ. 작업하세요
국립국어연구원에 강의를 하러 찾아간 어느 날입니다. 강의하기 앞서 몇 가지 알아보고 챙기다가 시간이 남아서 글 몇 꼭지 끄적이려고 셈틀 앞에 앉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어느 분이 저를 보고 인사한 뒤 “계속 작업하세요” 하고 말씀합니다.
- 작업(作業) : 일을 함
“일을 함”이 ‘작업’입니다. ‘일하기’를 한자말로 옮겨서 ‘作業’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일하세요” 한 마디만 꺼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핏설핏 지나친다고도 할 테고, 회사원들한테는 입에 굳은 말투라 할 수 있는데, ‘일하세요’라 말한다고 하여 품위가 없지 않습니다. ‘일하세요’라 말한들 맞은편 사람을 깎아내리는 말씨가 아닙니다. ‘작업하세요’ 하고 말한다 해서 예의를 차린다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작업하세요’가 입에 굳은 분이라 해도, 다른 자리가 아닌 국어연구원 같은 데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자기 말씨가 어떠한가를 찬찬히 돌아보고 추슬러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ㄴ. 만화 작업
.. 현재 만화 작업을 하며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 <페르세폴리스 1>(새만화책,2005) 책날개
“지금 무슨 작업 하세요?”, “작업은 잘 되나요?” 같은 말을 더러더러 듣습니다. 회사 다니는 분들이 이런 말을 흔히 하는데, 요새는 회사에 나가는 사람뿐 아니라, 대학생도, 또 여느 사람들도 이 ‘작업(作業)’이란 말을 아주 쉽게 씁니다.
┌ 작업(作業)
│ (1) 일을 함
│ - 작업 시간 / 준비 작업 / 그들의 작업은 오후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 (2) 일정한 목적과 계획 아래 하는 일
│ - 교량 복구 작업 / 보완 작업 / 전산화 작업 / 수년간의 작업 끝에
│ (3) [군대] 근무나 훈련 이외에 진지 구축, 막사나 도로 보수 따위의 임시로 하는 일
│
├ 만화 작업을 하며
│→ 만화 일을 하며
│→ 만화를 그리며
└ …
요사이 말 문화를 헤아려 보면, 만화를 그리는 분들한테 “만화 작업을 한다”고 말하고, 영화를 찍는 분들한테 “영화 작업을 한다”고 말하며, 노래를 지어서 부르는 사람들한테는 “음반 작업을 한다”고 말해요. 있는 그대로, 일하는 그대로를 나타내지 않고 자꾸 군말을 붙이고 뭔가 겉으로 있어 보이게 한달까요. 밥먹는 일을 ‘밥먹는다’고 하지 않고 “식사를 한다”고 하잖아요. 잠을 잔다는 말도 “취침에 들어가셔야지요”처럼 말하기까지 합니다.
┌ 작업 시간 → 일하는 시간 / 일하는 때 / 일때
├ 준비 작업 → 준비 / 준비하는 일
├ 그들의 작업은 → 그들이 하는 일은 / 그들 일은
├ 교량 복구 작업 → 다리 다시 놓기 / 다리 손질
├ 보완 작업 → 손보기 / 손질하기
├ 전산화 작업 → 전산화
└ 수년간의 작업 끝에 → 여러 해 일한 끝에 / 여러 해 일을 하여
꼭 알맞게 쓸 말, 좀더 낱낱이 드러내어야 할 말이라면 살을 알맞게 붙여야 합니다. 그렇지만 알맞게 쓰는 말도 아니요, 뜻이나 느낌을 낱낱이 드러내는 말도 아닌 데다가, 겉멋이나 겉치레나 겉꾸밈에 빠지는 말이라면 어떻게 되나요. 괜한 말지식 자랑으로 흐르고, 속은 없으나 겉으로만 내세우는 말권위 내세우기가 되면 또 어찌 되나요.
ㄷ. 벼 수확 작업
.. 벼 수확 작업이 끝나 내가 사는 마을에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 <백성백작>(후루노 다카오/홍순명 옮김, 그물코,2006) 86쪽
‘수확(收穫)’은 ‘거두어들이다’를 그대로 한자말로 옮긴 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들한테는 ‘거두어들이다’ 한 마디면 넉넉한 셈이에요.
┌ 벼 수확 작업
│
│→ 벼베기
│→ 가을걷이
│→ 가을 일
└ …
요즘은 ‘가을걷이’라 안 하고 ‘벼 수확 작업’이라 할까요? 어쩌면 공무원이나 학자들은 이렇게 말할는지 모르겠군요. 그렇지만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이들은 예부터 ‘벼베기’라 했고 ‘가을걷이’라 했습니다. 벼를 베니까 ‘벼베기’요, 가을에 거두어들이니까 ‘가을걷이’입니다. 있는 그대로 가리키는 말이며, 있는 그대로 쓰는 말입니다. 시골에서 ‘벼베기-가을걷이’가 아닌 ‘벼 수확 작업’ 같은 말을 쓴다면, 시골 삶도 그예 무너져 버렸다고 할밖에 없습니다.
국립국어연구원에 강의를 하러 찾아간 어느 날입니다. 강의하기 앞서 몇 가지 알아보고 챙기다가 시간이 남아서 글 몇 꼭지 끄적이려고 셈틀 앞에 앉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어느 분이 저를 보고 인사한 뒤 “계속 작업하세요” 하고 말씀합니다.
“일을 함”이 ‘작업’입니다. ‘일하기’를 한자말로 옮겨서 ‘作業’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일하세요” 한 마디만 꺼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핏설핏 지나친다고도 할 테고, 회사원들한테는 입에 굳은 말투라 할 수 있는데, ‘일하세요’라 말한다고 하여 품위가 없지 않습니다. ‘일하세요’라 말한들 맞은편 사람을 깎아내리는 말씨가 아닙니다. ‘작업하세요’ 하고 말한다 해서 예의를 차린다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작업하세요’가 입에 굳은 분이라 해도, 다른 자리가 아닌 국어연구원 같은 데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자기 말씨가 어떠한가를 찬찬히 돌아보고 추슬러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ㄴ. 만화 작업
.. 현재 만화 작업을 하며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 <페르세폴리스 1>(새만화책,2005) 책날개
“지금 무슨 작업 하세요?”, “작업은 잘 되나요?” 같은 말을 더러더러 듣습니다. 회사 다니는 분들이 이런 말을 흔히 하는데, 요새는 회사에 나가는 사람뿐 아니라, 대학생도, 또 여느 사람들도 이 ‘작업(作業)’이란 말을 아주 쉽게 씁니다.
┌ 작업(作業)
│ (1) 일을 함
│ - 작업 시간 / 준비 작업 / 그들의 작업은 오후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 (2) 일정한 목적과 계획 아래 하는 일
│ - 교량 복구 작업 / 보완 작업 / 전산화 작업 / 수년간의 작업 끝에
│ (3) [군대] 근무나 훈련 이외에 진지 구축, 막사나 도로 보수 따위의 임시로 하는 일
│
├ 만화 작업을 하며
│→ 만화 일을 하며
│→ 만화를 그리며
└ …
요사이 말 문화를 헤아려 보면, 만화를 그리는 분들한테 “만화 작업을 한다”고 말하고, 영화를 찍는 분들한테 “영화 작업을 한다”고 말하며, 노래를 지어서 부르는 사람들한테는 “음반 작업을 한다”고 말해요. 있는 그대로, 일하는 그대로를 나타내지 않고 자꾸 군말을 붙이고 뭔가 겉으로 있어 보이게 한달까요. 밥먹는 일을 ‘밥먹는다’고 하지 않고 “식사를 한다”고 하잖아요. 잠을 잔다는 말도 “취침에 들어가셔야지요”처럼 말하기까지 합니다.
┌ 작업 시간 → 일하는 시간 / 일하는 때 / 일때
├ 준비 작업 → 준비 / 준비하는 일
├ 그들의 작업은 → 그들이 하는 일은 / 그들 일은
├ 교량 복구 작업 → 다리 다시 놓기 / 다리 손질
├ 보완 작업 → 손보기 / 손질하기
├ 전산화 작업 → 전산화
└ 수년간의 작업 끝에 → 여러 해 일한 끝에 / 여러 해 일을 하여
꼭 알맞게 쓸 말, 좀더 낱낱이 드러내어야 할 말이라면 살을 알맞게 붙여야 합니다. 그렇지만 알맞게 쓰는 말도 아니요, 뜻이나 느낌을 낱낱이 드러내는 말도 아닌 데다가, 겉멋이나 겉치레나 겉꾸밈에 빠지는 말이라면 어떻게 되나요. 괜한 말지식 자랑으로 흐르고, 속은 없으나 겉으로만 내세우는 말권위 내세우기가 되면 또 어찌 되나요.
ㄷ. 벼 수확 작업
.. 벼 수확 작업이 끝나 내가 사는 마을에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 <백성백작>(후루노 다카오/홍순명 옮김, 그물코,2006) 86쪽
‘수확(收穫)’은 ‘거두어들이다’를 그대로 한자말로 옮긴 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들한테는 ‘거두어들이다’ 한 마디면 넉넉한 셈이에요.
┌ 벼 수확 작업
│
│→ 벼베기
│→ 가을걷이
│→ 가을 일
└ …
요즘은 ‘가을걷이’라 안 하고 ‘벼 수확 작업’이라 할까요? 어쩌면 공무원이나 학자들은 이렇게 말할는지 모르겠군요. 그렇지만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이들은 예부터 ‘벼베기’라 했고 ‘가을걷이’라 했습니다. 벼를 베니까 ‘벼베기’요, 가을에 거두어들이니까 ‘가을걷이’입니다. 있는 그대로 가리키는 말이며, 있는 그대로 쓰는 말입니다. 시골에서 ‘벼베기-가을걷이’가 아닌 ‘벼 수확 작업’ 같은 말을 쓴다면, 시골 삶도 그예 무너져 버렸다고 할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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