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커밍아웃', 실력으로 이깁시다
[주장] '흔들리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동지로 만들자면...
▲ 전교조는 교육 관련 기사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진보매체 <레디앙>에 실린 '전교조' 관련 기사. ⓒ
공정택 후보가 '전교조에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고 부르짖으면서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된 이후, 전교조는 아예 아이들의 성장과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반교육 단체로 매도되고 있습니다.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 내용을 드러내놓고 파기하는 모습에서는 전교조 합법화 이전 당시로 되돌아가버린 느낌입니다.
전교조는 교육기사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전교조 교사가 적은 중고등학교일수록 서울대 합격률이 높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말 같지도 않은 허섭스레기일 뿐이지만,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빠르게 번지면서 기정사실인 양 행세하는 어엿한 기사가 되었습니다.
서울대 입학생을 많이 배출한 학교가 대부분 서울 강남에 있거나 외고 등 특목고라는 사실을 교묘히 숨겨 '모든 게 전교조 탓'으로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하긴 서울대 진학을 건학이념인양 받드는 학교에 전교조 교사가 많을 턱이 없습니다.
심지어 '학생 성적과 교사 급여를 연동시키라'는 주장까지 버젓이 신문에 나오는 마당에, 좋든 싫든 전교조는 교육 관련 기사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전교조에 애정을 지닌 조합원입니다. 비록 지역 지부는커녕 학교 분회조차 이끈 경험이 없는, 그야말로 매월 만 몇 천 원 조합비만 꼬박꼬박 내는 얼치기 조합원이지만, 전교조를 여전히 우리 교육의 희망으로 여기고 있는 사립중학교 교사입니다.
8년 전 전교조에 가입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누구도 전교조에 가입하라고 종용하지도 않았고, 학교 내에 전교조라는 조직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려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말하자면, 제 발로 찾아 들어간 겁니다. 최선은 아닐지라도 우리 교육에 빛과 소금이 되는, 적어도 차선의 대안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교사인 아내가 이태 전 전교조를 탈퇴했을 때도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를 두고 토론을 하다 부부싸움이 될 뻔했을 만큼 전교조에 대한 애정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그때 아내와 저는 전교조라는 우산 속에 숨은 무능한 교사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점, 중앙의 지도부와 분회의 소통이 어렵다는 점 등을 두고 무던히도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결국 우리 부부의 논쟁은 서울시 교육감선거를 거쳐 교원평가, 교원단체 가입교사 수 공개 문제를 계기로 급기야 사회 이슈로 옮아갔습니다. 정부와 보수 언론과 단체 등의 강력한 '반 전교조 드라이브'에 전교조 또한 새로울 것 하나 없는 뻔한 '리시브'를 해대며 평행선을 긋고 있습니다.
180도 상반된 주장만으론 당할 수 없습니다
저들이 여론 형성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 '전교조 죽이기'는 강도를 더해가며 계속될 것입니다.
옳든 그르든 그들이 퍼뜨린 논리에 감염될 수밖에 없는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을 되돌리려면, 그들과 180도 상반된 주장만 늘어놓아서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들이 틀리고 우리가 옳다며 아무리 읍소한들 현실적 권력을 지닌 그들에게 당해내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식의 조합원 단결만으로도 벗어나긴 어렵습니다.
그들이 놓은 덫에 빠지는 것처럼 언뜻 무모해 보이지만, 어쩌면 그들이 뺀 칼을 당당히 집어 드는 용기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 앞에서 전교조 교사임을 '커밍아웃'하고 열정과 실력으로 모범적 교사상을 보여준다면, 학교별로 전교조 가입 교사수를 공개하든 교사 평가를 하든 당당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입만 열면 '아이들의 미래와 대한민국을 위하여'라며 떠벌리는 자들 앞에서 전교조 교사가 늘 아이들과 더불어 생활하는 모습을, 질 높은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 현장을 온몸으로 보여줍시다. 어차피 제 한 몸 편하자고 전교조에 가입한 것이 아니라면, 교육자로서 초심으로 돌아가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전국에서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의 비율이 고작(?) 18%에 불과하다며 '힘'을 가지려면 조금 더 덩치가 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선배 교사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그러나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교육의 힘은 숫자에 있는 게 아니라 교사 개개인의 진정성과 열정에 달려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참에 수업 시간과 상담 시간 때 가슴에 전교조 조합원임을 알리는 신분증을 패용하고, 그 이름을 내걸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만나 소통하며 실력과 열정을 보여준다면, 저들의 노골적인 '전교조 죽이기'에 함께 맞서 싸울 동지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전교조 내 부적격 교사가 있다는 것 인정합시다
▲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끝난 후 '반전교조' 정서를 다루며 전교조의 변화를 촉구한 <시사IN> 48호 기사. 표지의 노출 제목은 '전교조는 왜 욕을 먹는가'였다. ⓒ 시사IN
또 교원 평가 자체를 막무가내로 막기보다는 어떤 자질과 능력이 어떠한 기준으로 누구에 의해 계량화되는지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 아이들에게도 공개될 수 있도록 한다면, 평가의 목적과 취지를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예컨대, 서울대 몇 명 더 보내고, 시험 점수 올려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목표이며 교사의 자질인지 외려 반문하고 그들과 토론해볼 수 있는 장이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담임의 역할 수행과 아이들과의 상담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서열화시킬 수 있는지, 평가 자체가 기존의 관행과 형식에 얽매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따져볼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지지하는 이른바 부적격 교사의 퇴출에 대해서도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주저하는 모습만 보여서는 곤란합니다.
그러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정당한 것이지만, 그에 앞서 학교 내에 부적격 교사가 적지 않으며 전교조 조합원 내에도 분명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납득할 만한 대책이 우선 나와야 합니다.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힘들고도 기나긴 싸움이 되겠지만 저들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나는 순간 전교조는 우리 교육의 진정한 희망이라는 찬사를 다시 받게 될 것입니다. '합법화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현재의 전교조가 어쩌면 변화의 최대 기회를 맞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안팎에 드러내며 그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어야만 진정한 전교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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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기준들은 언뜻 당연해 보이지만, 교사별 교육력 제고라는 성과급 제도의 취지에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호봉이야 시쳇말로 나이 순이니 더 말할 것도 없고, 담임과 보직을 받는 것은 온전히 학교장의 몫일 뿐만 아니라, 그 역할을 잘 했는지 여부를 개량화시키기란 불가능합니다. 말하자면 담임 수당과 보직 수당으로 해결해야 마땅한 문제라는 겁니다.
거칠게 말해서, 나이가 많다고, 담임과 보직을 맡았다고, 연수를 많이 받았다고, 수업을 많이 했다고 우수 교사이고, 모범 교사입니까? 학교장에게 '찍혀' 담임과 보직을 받지 못한 교사가 적지 않고, 정작 수업은 게을리 한 채 연수만 쫓아다니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현재의 성과급 평가가 교사 개개인의 열정과 실력 등에 대한 온전한 증거일 수는 없습니다. 하물며 엉성하기 그지없는 이런 평가제를 인사에 반영한다는 건 차라리 코미디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학부모들에게 C급 교사임을 당당히 밝힙니다. 좀더 분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감히 그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고 자부하는 교사로서 성과급 평가가 얼마나 '웃기는' 제도인가를 몸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적어도 제가 맡았던 학급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성과급의 차등 지급을 반대하는', 나아가 '교원 평가를 거부하는' 전교조를 막무가내로 욕하지는 않았습니다.
제 홈페이지(http://by0211.x-y.net)에도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