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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가 빛나는 생강도너츠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 약과의 풍미, 생강도너츠에서 느끼다

등록|2008.10.05 14:52 수정|2008.10.05 14:52

▲ 경북 풍기읍에 있는 풍기정도너츠 매장에서 모녀가 환한 얼굴로 도너츠를 판매하고 있다 ⓒ 맛객


생강과 도너츠,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소재를 접목시켜 대박을 터뜨린 곳이 있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있는 정도너츠(구 풍기정아생강도너츠)가 그곳이다. 풍기에 여행온 사람들이 저마다 사가지고 간다는 생강도너츠. 어떻게 만들었을까? 어떤 맛일까? 직접 맛을 보지 않고는 궁금증이 풀릴 것 같지 않아 일부러 짬을 냈다.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다. 동네 분식집정도랄까. 안으로 들어서자 서글서글한 눈매의 주인 아주머니가 살갑게 반긴다. 멀리서 찾아왔다고 하자, 시식부터 해보라며 도너츠를 잘라준다. 입에 넣고 씹기 시작하자 입 안 가득 생강향으로 채워진다. 생전 처음 맛보는 생강도너츠지만 그 맛은 낯설지가 않다.

▲ 풍기에 오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사간다는 생강도너츠 ⓒ 맛객


어린 시절, 명절이면 갖가지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먼저 만드는 음식 중에 하나가 약과였다. 밀가루를 반죽해 마름모꼴로 잘라서 튀겨 조청에 버무린 것을 우리는 약과라고 불렀다. 생강도너츠가 바로 그 약과에 든 생강향과 닮았다. 약과 맛을 아는 이에게는 추엇의 맛을, 모르는 이에게는 신선한 맛을 선사하는 게 생강도너츠이다.

"어떻게 도너츠에 생강을 넣을 생각을 다했어요?"라는 질문에 그저 웃기만 한다. 다시 물었다.

"그냥 심심해서 넣어봤어요?"
"네!"

싱겁게 그냥 넣어봤다고 대답은 했지만 어린시절의 약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리란 짐작이다. 사소한 맛의 추억을 잊지 않았던 게 성공요인인 듯하다.

▲ 생강의 풍미가 기름의 느끼함을 잡는다 ⓒ 맛객


풍기 정도너츠에서는 생강도너츠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풍기인삼을 넣은 인삼도너츠, 커피를 넣은 커피도너츠, 허브를 넣은 허브도너츠등도 개발해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역시 생강도너츠가 대표품목이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생강약과의 맛을 정도너츠를 통해서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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