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인디언들의 주식 야콘을 아십니까?

멧돼지가 건드리지도 않는 저칼로리 웰빙식품으로 각광

등록|2008.10.06 11:33 수정|2008.10.06 11:33

야콘웰빙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야콘을 막 캐낸 모습. 고구마를 닮았다. ⓒ 최경필


벼농사만 짓는 분에게 야콘을 아느냐고 했더니 팝콘, 즉 "옥수수 종류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80년대 멀리 바다 건너 남미에서 들어왔기 때문이다.

안데스산맥 중부고지대(산지표고900~3,300m)가 원산지. 열대 국화과에 다년생 알뿌리식물이고 줄기와 잎은 돼지감자를 닮았지만, 전혀 다른 종류다. 뿌리는 고구마처럼 주렁주렁 열리지만, 천연올리고당 덩어리다.

수분이 많고 배와 무가 섞인 맛이다. 그래서 땅속의 과일이라고 부른다. 야콘은 남미 칠레에서부터 페루, 에콰도르에 이르는 지역에 자생한다. 전통적인 화전농업을 하던 고대 잉카문명의 원주민들에게는 안데스산맥의 가파른 경사지에서 재배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 결국 인디언들의 주식인 것.

순천 산간지역에서 이 야콘을 재배하는 농가가 있다는 농업기술센터 직원의 말을 듣고 다음날 단숨에 달려갔다. 학구삼거리를 지나 승주읍 못미처 월등으로 향하는 지방도로 접어들면 구강리 연동마을에 야콘을 재배하는 곽기상 부부가 산다. 몇가구 되지 않는 이 산간마을에서 곽씨네야콘농장(http://www.gsyacon.com)으로 네티즌들에게는 꽤 알려져 있다.

85년 도입, 웰빙식품으로 인기 높아

야콘은 저칼로리 식물로 웰빙시대에 최적의 기능성 작물이다. 무엇보다 요즘 고구마, 벼 등 닥치는 대로 작물을 망가뜨리는 주범인 멧돼지가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 저칼로리라서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곽기상씨가 야콘잎을 소에게 먹였더니 전혀 살이 찌지 않더라고 전해준다. 야콘은 2주일 이상 숙성을 거쳐야 단맛이 돈다. 밭에서 막 캐낸 야콘을 실제 먹어보니 전혀 맛이 돌지 않았다.

국내에는 1985년 4월 농업진흥청에서 구황작물로 모종 3포기를 들여와 시험재배했다. 그 뒤 괴산, 상주, 강화 등 태백산맥 산간지역에서 재배되었다. 하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이 저칼로리 식물은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지 못했고, 결국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몇몇 농가들이 겨우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건강식품이 대세를 이루면서 요즘 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작물이다.

야콘밭농촌의 고령화로 방치된 화전밭에 심은 야콘농장. 멧돼지가 쳐다보지도 않는다. ⓒ 최경필


남미를 벗어나 80년대 초반 뉴질랜드에서 시험재배에 성공했고, 일본을 거쳐 국내로 들어왔다. 그런데 북한이 일본보다 먼저 야콘에 주목했다. 북한에는 40여년전 야콘이 들어와 고위급들이 먹는 불로장수약초로 알려져 있다는 것.

실제로 1989년 망명한 김모씨가 강화도에서 야콘을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김일성 별장의 관리과장을 맡은 경력이 있던 그는 야콘으로 '김일성냉면'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고 한다. 김주석 부자가 매주 두어번은 냉면을 먹었는데, 당뇨로 고생하던 건강을 염려해 이 야콘냉면을 만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안 하의도 출신인 곽기상씨는 2003년 광양제철을 관두고 모종 100주를 들여와 재배를 시작했다. 이 연동마을은 처가동네. 첫해 수확했을 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그의 부인이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순천시내를 돌아다니며 팔지는 못하고 시식만 시켰단다.


저칼로리 식물로 멧돼지 쳐다보지도 않아

야콘2003년부터 직장을 관두고 순천시 승주읍에서 야콘재배를 시작한 곽기상씨 ⓒ 최경필


곽씨부부가 수확하는 야콘은 홈페이지를 통해 전량 대도시 소비자들에게 팔리는데, 회원만 2500여명이나 된다. 현재는 물량이 달릴 정도. 원래 다년생 식물인 이 야콘은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에서는 일년생 식물로 자리 잡았다. 4월에 심어 10월에 수확하는데, 곽씨네 농장은 오는 10월 20일경 수확 예정이다.

올해는 비가 적어 수확이 다소 적은 편. 작황조건은 고온저습인데, 빗물이 고이지 않는 산간 고지대 마른 밭이 최적이다. 빗물이 고이면 썩을 가능성이 많다. 그래도 배처럼 수분이 많기 때문에 적당히 비가 와야 한다고.

재배방법이 까다롭지 않아서 게으른 농부에게는 딱 좋은 작물이다. 봄에 심어놓고 가을에 수확하면 그만. 병충해도 전혀 없고 초기 진딧물만 잘 배출되면 걱정이 없다. 농약도 전혀 하지 않은 채 거름만으로 재배하는 친환경식물이다. 무엇보다 멧돼지마저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요즘엔 이만한 작물이 없을 정도다.

순천시농업기술센터 재배면적 확대

그래서 순천시농업기술센터가 이 작물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2ha에 9농가로 재배규모를 확대했고, 2010년까지 20ha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약 14800㎡을 재배하는 곽기상씨는 마을에 노인들이 많아 방치된 밭을 이용해 재배하고 있다. 다만 수확을 위해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땅만 골랐다. 올해는 100톤 정도 수확할 예정이고, 60~70%는 생야콘 그대로 팔려나갈 계획이다. 수확할 때는 포클레인으로 밭을 파서 인력으로 수확한다.

원래 생으로 과일처럼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먹기 편하게 즙으로도 만들고 있고, 향이 독특한 잎은 차를 만들어 판다. 잎은 향이 독특해 육고기의 기름기를 제거해 고기쌈용으로도 좋고 물로 끓여 먹어도 좋다고.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작물이다. 1.5~2m 정도의 줄기는 수확 후 잘라서 밭에 두면 자연적으로 거름까지 된다.

한 주당 줄기가 대여섯 개정도 되는데, 거의 줄기수량만큼 고구마처럼 주렁주렁 열린다. 특이한 것은 고구마와는 다르게 알뿌리 사이에 있는 손가락 마디만한 씨눈을 별도로 수확해 다음해에 모종을 만든다. 단맛이 들어야 하기 때문에 수확 후 2주정도 숙성시켜 유통시킨다. 저장성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지만, 10도 정도 저온으로 보관하면 장기보관도 가능하다.

볼리비아에서는 당뇨병과 소화장애 환자가 많이 먹고, 신부전이나 피부를 젊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비피더스균을 증강하고 유해균을 감소시켜 장을 깨끗하고 튼튼하게 하는 정장작용과 장의 운동을 활성화시켜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그래서 파스퇴르유업에서는 야콘에서 축출한 이 천연올리고당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가수 김완선이 다이어트와 몸매관리를 위해 야콘을 갈아 마셨다고 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곽씨는 "단맛은 나지만, 당분이 전혀 없어 혈당안정에도 좋다"고 했다.

혈청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동맥경화를 예방하며 또 감미료로 이용할 경우 설탕보다 충치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야콘의 탄수화물은 먹어도 소화되지 않기 때문에 살이 찌지 않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좋고, 또 이 탄수화물은 당으로 분해되지 않아 당뇨병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곽씨는 "변비환자들이 한 상자 구입하면, 그 다음에는 깨끗이 좋아졌다면서 구입하지 않더라"고 했다. 지난 2005년 한국식품과학회 학술지에는 식중독 원인균에 대해 야콘 추출물은 10mm의 항균력을 나타냈다는 보고도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순천신문(http://suncheon.yestv.co.kr)에도 실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