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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포만 매립 찬성측, 반대 교사 '협박' 논란

시의원 등 학교장 찾아가...대책위 "교권 침해"

등록|2008.10.06 15:06 수정|2008.10.06 16:26

광포만 풍경전국 최대의 갯잔디 군락이 있는 광포만 갯벌. ⓒ 윤병렬


습지 매립 반대운동을 벌여온 중학교 교사가 국회의원과 환경단체에서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가 매립에 찬성하는 기초의원 등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 사천 곤양중학교 교사 윤병렬씨는 지난 9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연안 습지의 현명한 이용과 보존을 위한 국회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사천만 연안 매립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당 김상희 국회의원실과 환경운동연합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사천시청 공무원과 농민단체협의회, 어촌계 관계자 등이 토론회를 지켜보기도 했다.

광포만 매립 찬반 토론회에서 '반대 입장' 발표

사천 광포만은 매립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사천시는 광포만 일대를 매립해 산업단지(259만8270㎡)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국토해양부 중앙연안심의위원회는 지난 7월 사천시가 낸 매립 계획을 불허했으며, 재추진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천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해온 윤 교사는 평소 광포만 매립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 왔다. 그는 '2007년 경상남도교육청 지정 습지체험 환경교육 시범학교'의 주무교사로 광포만을 중심으로 환경 교육을 펴 왔으며, 올해도 학생들과 '방과후학교 습지체험반'을 운영하면서 광포만의 가치와 보존 방안에 대한 활동을 다양하게 펼쳐왔다.

그런데 지난 9월 26일 진삼성 사천시의원과, 한재천 곤양면장을 비롯해 곤양중 총동창회장 등이 곤양중학교를 찾아와 학교장을 만났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토론 참석을 왜 못 막았느냐고 동창들로부터 성화가 거세다"거나 "이런 일이 한 번 더 있으면 동창회 차원에서라도 가만두지 않을 것", "윤 교사에게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학교 앞에 주민들이 몰려올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자신들과 생각 다르다고 비방·협박한 것"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윤 교사를 비롯해 지역의 몇몇 인사들은 '교권 지키기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대책위는 6일 낸 자료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학교 앞에 주민들이 몰려올지 모른다는 협박까지 했다"면서 "이들은 국회의 공식적인 초청과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 출장을 다녀온 해당교사에 대해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비방과 협박을 자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윤 교사는 그 동안 교육 활동의 성과 속에서 환경 전문가로 인정받아 국회의 토론자로 초청받고 참석한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할 신성한 교권이 특정한 몇몇 사람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상황을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교장을 찾아가 근거 없는 항의와 협박을 자행한 진삼성 시의원 등 5명은 공개 사과할 것"과 "사천시장은 신성한 교권을 침해하고 월권을 행사한 한재천 곤양면장을 엄중 문책할 것" 등을 요구했다.

윤병렬 교사는 "토론회가 열리기 전부터 일부 기관단체로부터 매립에 반대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시의원과 면장, 동창회장 등이 학교장을 찾아와 교사의 정상적인 활동을 거론했다는 것 자체가 위협으로 느껴지며, 정상적인 교육 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교권 침해 아니다, 주민 여론 전달한 차원"

이에 대해 진삼성 시의원은 "지역 주민 90% 이상이 광포만 매립에 찬성하고 있으며, 지난 번에 윤 교사를 만나 학교 차원의 자연학습을 하는 것은 좋은데 언론사를 데리고 다니며 플레이하는 것은 지역 주민의 정서에 맞지 않다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광포만은 어민들도 이미 죽은 바다라 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해서 취업이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며 "학교와 지역주민이 담을 쌓아서는 안 되기에 주민들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교장을 찾아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주민들의 입장을 전달한 것이지 교권 침해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재천 곤양면장은 "윤 교사를 만난 게 아니며, 같은 기관장으로서 교장을 만난 것"이라며 "어디까지가 교권 침해인지는 모르지만, 지역에서 하는 일에 대해 학교에서도 협조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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