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년 전 명량대첩 그대로 재현된다
11∼14일 전남 해남·진도 울돌목에서 '2008명량대첩축제'
▲ 거북선 모양의 유람선을 타고 ‘명량대첩’으로 널리 알려진 울돌목을 관광할 수 있게 됐다. 선체길이 49m에 선폭 10m의 유람선 ‘울돌목 거북배’는 3D입체영상관과 개폐식 전망대 등을 갖추고 있다. 운항노선은 이순신 장군이 이끌던 함대의 동선인 해남 우수영∼진도 녹진항∼울돌목∼벽파진항 구간이다. ⓒ 이돈삼
울돌목은 전라남도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와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사이의 바다를 일컫는다. 가장 좁은 부분의 너비가 294m로 물길이 암초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 소리가 20리 밖까지 들린다고 해 ‘명량해협(鳴梁海峽)’으로 불린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지형과 빠른 물살을 이용해 단 13척의 배로 서해로 북상하는 왜선 133척을 궤멸한 바로 그곳이다. 이 전투는 임진왜란 7년을 끝낸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 명량대첩 재현 프로그램은 충무로의 특수효과팀과 스턴트맨들이 동원되는 초대형 야외공연이다. 사진은 지난해 명량대첩 재현 장면이다. ⓒ 이돈삼
둥- 둥- 둥-
북소리와 함께 진도대교 뒷산에 봉화가 피어오르고 울돌목 서쪽 바다에서 왜군의 안택선 100여 척이 모습을 드러낸다. 맞은편에서는 조선 수군의 주력선인 판옥선 13척이 물살을 가르며 나타나 왜선을 가로막는다.
이순신 장군을 태운 장군선이 순식간에 왜선에 포위되자 대장 깃발인 초요기(招搖旗)가 올라간다. 드디어 화포가 불을 품고 격렬한 전투가 시작된다. 화포를 맞은 왜선이 불에 타고 왜군들이 바다에 뛰어든다. 왜선들이 뱃머리를 돌려 달아나자 판옥선이 뒤를 쫓는다. 승전보를 알리는 북소리와 조선 수군의 함성소리가 울려 퍼진다.
▲ 명량대첩 재현 행사에는 해남과 진도 어선 150여 척이 동원되고 주민 등 3000여 명이 참여한다. 스턴트맨이 투입돼 전투과정에서 바다에 꼬구라지는 장면도 연출한다. 사진은 지난해 명량대첩축제 장면이다. ⓒ 이돈삼
2008년 10월 11일 오후 4시, 명량대첩축제가 시작되는 울돌목에서 펼쳐질 명량대첩 실제과정을 재현한 해상전투 장면이다. 재현 행사에는 해남과 진도 어선 150여 척이 동원되고 주민 등 3000여 명이 참여한다. 해상전투 장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스턴트맨이 투입되고 상당량의 화약도 쓰인다.
관광객들은 진도대교와 해남군이 충무공 기념공원에 마련한 관람석에서 축구경기를 보듯 눈앞에서 펼쳐지는 실전과 같은 장면을 본다. 해상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특설무대에서는 전투를 형상화한 춤과 노래로 구성된 총체극이 올려진다. 명량대첩이 울돌목 바다 위에서 생생하게 재현되는 것이다.
이어 오후 5시부터 5만여 명에 이르는 관광객과 주민이 울돌목을 가로지르는 진도대교에서 손에 손을 잡고 10리길 강강술래를 펼쳐 보인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어우러지면서 신명을 나누는 초대형 어드벤처 대동놀이가 된다.
▲ 관광객과 주민이 손에 손을 잡고 펼치는 강강술래는 신명을 나누는 초대형 어드벤처 대동놀이다. ⓒ 이돈삼
411년 전,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난 대승전을 기리는 ‘2008명량대첩축제’가 11일부터 나흘간 울돌목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번 축제는 여느 지역축제와 차별화된 콘텐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3000여 명의 주민이 해상 전투 장면을 재현하고 영화감독이 기획과 총연출을 맡아 초대형 야외 총체극(초대형 뮤지컬)을 꾸민다. 축제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남도와 해남군, 진도군이 공동으로 개최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주민 삶 속에 녹아내려 온 이야기를 마당놀이로 꾸민 ‘명량21품 마당극’. 해남과 진도 주민들이 서외도깨비굿, 다시래기, 황씨열녀문, 옥녀봉전설 등 독창적으로 만든 21개 작품을 선보인다. 주민들이 직접 출연해 만드는 신명과 해학의 무대로 새로운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한다.
5만여 명이 펼치는 삼도수군통제사 입성식, 1만여 명이 펼치는 만가행렬과 국화송이 행진 ‘평화의 깃발, 상생의 국화’, 초대형 진혼 씻김굿 ‘명량의 혼, 명량의 숨결’, 울돌목 승전퍼레이드, 전국 강강술래 경연대회 등도 굵직한 행사다.
▲ 2008명량대첩축제의 또하나 볼거리는 세계굿페스티벌. 국내는 물론 외국의 굿까지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은 일본 가구라굿의 공연모습이다. ⓒ 전남도
세계 굿 페스티벌도 눈길을 끈다. 11일 오전 11시 서울의 새남굿을 시작으로 제주 칠머리당영등굿, 남해안별신굿, 황해도 만구대탁굿, 진도씻김굿 등이 공연된다. 중국 강족의 석비굿, 브리아트 샤만의 굿, 일본 가구라 등이 초청돼 국내에 생소한 외국의 굿도 선보인다.
세계샤머니즘학회장인 헝가리의 미할리 호팔, 몽골의 잠발 엔비시(몽골대 민속학교수), 중국 쓰촨성의 송서평 학자, 이탈리아 무속학자 세르지오 등 세계적인 샤마니즘 명사들이 참여하는 굿 심포지엄도 열린다.
서울에서 축제장까지 2700여 명이 자전거와 버스 및 열차로 이동하는 백의종군 랠리와 울돌목 망루체험, 울돌목 거북배 승선, 울돌목 물살 체험, 신호 연(鳶) 만들기, 충무공 함거 및 장군복 체험 등 관광객들이 직접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명량대첩축제의 총감독을 맡은 주경중 영화감독은 “충무로의 특수효과팀을 투입해 총통소리와 물기둥을 연출하고 스턴트맨들이 실제 배에서 바닷물 속으로 꼬구라지는 등 초대형 야외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어선 150여 척을 동원, 조선 수군의 13척과 왜 수군 133척으로 꾸며서 〈난중일기〉에 나온 대로 해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진도는 우리나라 민속문화의 보고로 통한다. 사진은 매주 토요일 오후 진도향토문화관에서 펼쳐지는 '토요민속여행'에서 공연된 진도씻김굿의 한 장면이다. ⓒ 이돈삼
▲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지형과 빠른 물살을 이용해 단 13척의 배로 왜선 133척을 궤멸한 바로 그곳, 울돌목이다. 전라남도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와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사이의 바다로 물길이 암초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 소리가 20리 밖까지 들린다고 해 ‘명량해협(鳴梁海峽)’으로 불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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