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8)
― ‘왕년의 총무과장’, ‘왕년의 주먹’ 다듬기
ㄱ. 왕년의 총무과장
.. 카운터 안에서 흰 바아 코우트를 입고 검은 넥타이를 매고 서 있는 것은 틀림없이 왕년의 도오아 화학공업주식회사의 총무과장 다자와 요시오였다 .. <정년퇴직>(겐지 게이따(源氏鷄太)/나병하 옮김, 휘문출판사, 1963) 31쪽
“카운터 안에서”는 “카운터에서”로 고칩니다. ‘카운터(counter)’도 ‘셈대’나 ‘계산대’로 다듬어 주면 더 좋습니다. 그래도 ‘흰색의’라 안 하고 ‘흰’이라 쓴 대목은 반갑지만 ‘바아 코우트’란 무엇일까요. “화학공업주식회사의 총무과장”은 “화학공업주식회사 총무과장”으로 손질합니다.
┌ 왕년(往年) : (주로 ‘왕년에’, ‘왕년의’ 꼴로 쓰여) 지나간 해
│ - 왕년의 스타 / 내가 이래 뵈도 왕년엔 잘 나갔었다 /
│ 교수로서의 왕년의 모습을 되찾았다
│
├ 왕년의 총무과장
│→ 예전 총무과장
│→ 지난날 총무과장
└ …
살을 조금 붙여서 다듬는다면, “예전에 총무과장이었던 다자와 요시오였다”나 “지난날 총무과장으로 있던 다자와 요시오였다”로 쓸 수 있어요. ‘왕년’은 ‘예전’이나 ‘지난날’이나 ‘옛날’로 고쳐 줄 말입니다. 그렇지만 ‘예전-지난날-옛날’로 고치고 난 뒤에도 토씨 ‘-의’가 얄궂게 들러붙을 수 있어요. 찬찬히 마음을 기울이고 꼼꼼히 글월을 돌아보아 주면 좋겠습니다.
ㄴ. 왕년의 주먹
.. “좋아, 끝내고 보자.” “봐라, 왕년의 주먹이 웃는다.” “내가 태권도 유단자인 줄 모르나 보지?” “그냥 엎어치기 한판으로 끝내?” .. <미스터 점보>(김수정, 서울문화사, 1990) 81쪽
“유단자(有段者)인 줄”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단이 있는 줄”이나 “단을 딴 줄”로 손질하면 한결 낫습니다.
┌ 왕년의 주먹이 웃는다
│
│→ 옛날 날리던 주먹이 웃는다
│→ 끗발 날리던 주먹이 웃는다
│→ 수많은 놈팽이를 때려눕히던 주먹이 웃는다
└ …
집안에 있는 금송아지는 집안에 있는 금송아지일 뿐입니다. 자기한테 돈이 많다 한들 알맞는 곳에 즐겁게 쓰지 않는다면 아무런 뜻이나 값이 없습니다.
한때 잘나가거나 반짝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우쭐거리거나 젠체할 수 있었다고 하는 모습도 금송아지마냥 부질없는 이름이나 허울입니다. 옛날에 잘살았으면 어떠하고 옛날에 못살았으면 어떠합니까. 지난날에 고달팠으면 어떠하고 지난날에 즐거웠으면 어떠합니까.
바로 여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누구와 이웃을 삼으며 살고 있느냐가 깊이 돌아볼 대목이라고 느낍니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놀이를 즐기는지를 살피고,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사랑이나 믿음을 나누고 있는지를 되새겨야지 싶습니다. 내가 이웃을 돕고 이웃이 나를 도우면서, 신나게 어깨동무를 하고 뜀박질도 하고 깨끔발도 하면서 걸어가면 넉넉하다고 느낍니다.
지난날에 어리숙했다면 이제는 안 어리숙하면 되고, 아직도 어리숙하다면 앞으로는 안 어리숙하면 되며, 앞으로도 어리숙하게 된다면, 이 모습을 꾸밈없이 받아들여 주면 됩니다.
┌ 왕년의 스타 → 지난날 샛별
├ 왕년엔 잘 나갔었다 → 옛날엔 잘 나갔었다 / 한때에는 잘 나갔었다
└ 교수로서의 왕년의 모습을 → 교수로서 예전 모습을 / 교수였던 예전 모습을
있는 그대로 쓰는 말입니다. 느끼는 그대로 주고받는 말입니다. 생각하는 그대로 나누는 말입니다. 겉치레나 눈가림이나 눈속임을 걷어내고, 스스럼없이 함께한다는 매무새로 건네는 말이며 듣는 말입니다.
함께 살자는 말이고, 함께 나누자는 말이며, 함께 즐기자는 말입니다. 똑똑한 이들끼리 알아먹는 말이 아니라, 잘난 분들끼리 뇌까리는 말이 아니라, 힘으로 억누르는 말이 아니라, 서로를 좀더 따뜻이 어루만지면서 북돋워 주는 말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삶을 살리고 생각을 키우는 말입니다.
.. 카운터 안에서 흰 바아 코우트를 입고 검은 넥타이를 매고 서 있는 것은 틀림없이 왕년의 도오아 화학공업주식회사의 총무과장 다자와 요시오였다 .. <정년퇴직>(겐지 게이따(源氏鷄太)/나병하 옮김, 휘문출판사, 1963) 31쪽
┌ 왕년(往年) : (주로 ‘왕년에’, ‘왕년의’ 꼴로 쓰여) 지나간 해
│ - 왕년의 스타 / 내가 이래 뵈도 왕년엔 잘 나갔었다 /
│ 교수로서의 왕년의 모습을 되찾았다
│
├ 왕년의 총무과장
│→ 예전 총무과장
│→ 지난날 총무과장
└ …
살을 조금 붙여서 다듬는다면, “예전에 총무과장이었던 다자와 요시오였다”나 “지난날 총무과장으로 있던 다자와 요시오였다”로 쓸 수 있어요. ‘왕년’은 ‘예전’이나 ‘지난날’이나 ‘옛날’로 고쳐 줄 말입니다. 그렇지만 ‘예전-지난날-옛날’로 고치고 난 뒤에도 토씨 ‘-의’가 얄궂게 들러붙을 수 있어요. 찬찬히 마음을 기울이고 꼼꼼히 글월을 돌아보아 주면 좋겠습니다.
ㄴ. 왕년의 주먹
.. “좋아, 끝내고 보자.” “봐라, 왕년의 주먹이 웃는다.” “내가 태권도 유단자인 줄 모르나 보지?” “그냥 엎어치기 한판으로 끝내?” .. <미스터 점보>(김수정, 서울문화사, 1990) 81쪽
“유단자(有段者)인 줄”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단이 있는 줄”이나 “단을 딴 줄”로 손질하면 한결 낫습니다.
┌ 왕년의 주먹이 웃는다
│
│→ 옛날 날리던 주먹이 웃는다
│→ 끗발 날리던 주먹이 웃는다
│→ 수많은 놈팽이를 때려눕히던 주먹이 웃는다
└ …
집안에 있는 금송아지는 집안에 있는 금송아지일 뿐입니다. 자기한테 돈이 많다 한들 알맞는 곳에 즐겁게 쓰지 않는다면 아무런 뜻이나 값이 없습니다.
한때 잘나가거나 반짝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우쭐거리거나 젠체할 수 있었다고 하는 모습도 금송아지마냥 부질없는 이름이나 허울입니다. 옛날에 잘살았으면 어떠하고 옛날에 못살았으면 어떠합니까. 지난날에 고달팠으면 어떠하고 지난날에 즐거웠으면 어떠합니까.
바로 여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누구와 이웃을 삼으며 살고 있느냐가 깊이 돌아볼 대목이라고 느낍니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놀이를 즐기는지를 살피고,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사랑이나 믿음을 나누고 있는지를 되새겨야지 싶습니다. 내가 이웃을 돕고 이웃이 나를 도우면서, 신나게 어깨동무를 하고 뜀박질도 하고 깨끔발도 하면서 걸어가면 넉넉하다고 느낍니다.
지난날에 어리숙했다면 이제는 안 어리숙하면 되고, 아직도 어리숙하다면 앞으로는 안 어리숙하면 되며, 앞으로도 어리숙하게 된다면, 이 모습을 꾸밈없이 받아들여 주면 됩니다.
┌ 왕년의 스타 → 지난날 샛별
├ 왕년엔 잘 나갔었다 → 옛날엔 잘 나갔었다 / 한때에는 잘 나갔었다
└ 교수로서의 왕년의 모습을 → 교수로서 예전 모습을 / 교수였던 예전 모습을
있는 그대로 쓰는 말입니다. 느끼는 그대로 주고받는 말입니다. 생각하는 그대로 나누는 말입니다. 겉치레나 눈가림이나 눈속임을 걷어내고, 스스럼없이 함께한다는 매무새로 건네는 말이며 듣는 말입니다.
함께 살자는 말이고, 함께 나누자는 말이며, 함께 즐기자는 말입니다. 똑똑한 이들끼리 알아먹는 말이 아니라, 잘난 분들끼리 뇌까리는 말이 아니라, 힘으로 억누르는 말이 아니라, 서로를 좀더 따뜻이 어루만지면서 북돋워 주는 말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삶을 살리고 생각을 키우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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