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능주초, 100년 넘어 또 다른 100년 시작
개교 100주년 맞아 역사관 개관, 100주년 개념비와 정율성 선생 동상 제막
▲ "내 이름이 어디 있나?"(맨 뒤쪽 제일 키 큰 이가 고헌우씨) ⓒ 박미경
화순능주초등학교(교장 이대식)가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능주초교는 공식기록상 화순에서는 처음 개교한 학교로 지금의 능주농협 본점 자리에 1908년 10월 1일 능주육영보통학교로 문을 열었다.
공식기록상 내년 8월에 개교 100주년을 맞는 동복초교 동문들 사이에서 동복초교가 능주초교보다 1년 앞서 개교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공식기록으로 증명되지 않아 아직까지는 능주초교가 화순에서는 가장 오래된 학교다.
능주초교는 1950년 능주면 만수리에 능주북초등학교가 개교하기 전까지 능주면의 유일한 초등학교였다. 내년 3월 능주북초가 능주초로 통폐합되면 공립학교로서는 능주면의 유일한 초등학교가 된다.
▲ 100년의 세월동안 능주초를 졸업한 동문들의 졸업사진. ⓒ 박미경
1914년 3월에 졸업한 제1회 졸업생의 수는 남학생만 10명.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인색했던 당시의 시대상황을 반영하듯 1회부터 13회까지 졸업생 193명 중 여학생은 한 명도 없다.
처음 여학생 졸업생이 나온 해는 1926년으로 14회 졸업생 64명 중 여학생이 10명 포함됐다.
통상 50명 내외이던 졸업생의 수는 1930년대 초부터 입학생이 늘면서 1941년 28회 졸업식 때는 106명이 졸업하는 등 처음으로 1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고 1983년에는 213명의 학생이 졸업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3년 2월에 졸업한 80회 졸업생 103명을 끝으로 81회 졸업생부터는 졸업생의 수가 꾸준히 줄어들어 지난 2월 졸업한 95회 졸업생의 수는 36명에 불과했다.
1991년에는 축구부가 창단되면서 창단 17년만인 지난 2월에는 제주도에서 열린 제8회 칠십리배 전국유소년축구연맹전 우승에 이어 한국대표팀으로서 한일우호친선대회에 출전,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학교와 지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 주기노 능주초 총동문회장. ⓒ 박미경
능주초교 총동문회(회장 주기노)는 4일 모교 100주년을 맞아 100주년 기념지를 발간하는 등 기념행사를 가졌다. 다목적 강당인 비봉관에서 열린 기념행사는 1부 학생예능발표회와 2부 기념식, 3부 동문체육행사 순으로 진행됐다.
오전 10시 30분에 열린 기념식에는 김장환 전남도교육감과 성길모 화순교육장, 이대식 능주초교장, 주기노 능주초총동문회장과 동문, 전완준 화순군수, 주승현, 조유송 화순군의회의원, 양경수 화순축협장 등 관내 기관사회단체장과 주민, 학부모 등이 참석했다.
이날 주기노 총동문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능주초가 한 세기 동안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동문들의 후원과 교육자들의 열정, 지역민들의 성원 덕분”이라며 “능주초가 영원히 지역의 성실한 배움터로 발전해 나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 정문 우측에 세워진 개교 100주년 기념비. ⓒ 박미경
기념식에 이어서는 개교 100주년 기념비와 능주초에서 1992년부터 2년간 수학했으며 중국의 대표적인 혁명음악가로 추앙받고 있는 정율성(본명 정부은) 선생의 동상이 제막됐다.
100주년 기념비는 동문들이 십시일반 모은 기금으로 폭 4m, 높이 4.5m 크기의 화강암으로 만들어 정문우측에 세웠다. 후문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헉명음악가로 추앙받고 있는 정율성(본명 정부은) 선생의 흉상이 세워졌다.
정율성 선생 동상은 능주초교에 보관돼 있는 화순능주소학교 제적부에 정율성 선생이 1922년(대정11년)에 입학해 1923년 4월 광주로 전학한 사실이 기록돼 있어 정율성 선생이 능주초교 출신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화순군과 도교육청으로부터 8천여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교실 2칸을 리모델링해 만든 100주년 기념 역사관도 개관됐다.
역사관에는 능주초 2회부터 지난 2월 졸업식을 가진 95회 졸업생까지 8,718명의 얼굴이 담긴 졸업사진과 이름이 각 기수별로 빼꼭하게 기록돼 있다. 학교에서 사용했던 각종 표지석과 낡은 풍금, 라디오, 대형 주판 등의 교구들도 전시됐다.
탤런트 고현정씨의 부친으로 능주출신인 고헌우 전(前) 재경화순군향우회장를 비롯한 동문들은 현판에 깨알같이 적힌 졸업생 명단 속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찾아내며 즐거워했다. 동문들은 수십년된 낡은 졸업사진 속에서 어린시절의 자신을 발견하고 옛추억을 나누기도 했다.
▲ 능주초 역사관 ⓒ 박미경
▲ 후문에는 정율성 선생의 흉상이 세워졌다. ⓒ 박미경
▲ 정율성 선생의 명예졸업장. ⓒ 박미경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남도뉴스와 SBS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