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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알바라도 해야 외국살이 버틸텐데...

[해외리포트-영국] 연일 폭등하는 원/파운드 환율... 유학 계속할 수 있을까

등록|2008.10.10 10:50 수정|2008.10.10 12:16

▲ 올 1년간 원/파운드 환율의 변동 추이. 이명박 정부 출범하면서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 네이버 은행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당장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어요."

환율이 급등하면서 영국내 한국인 유학생 사회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다. 특히, 9~10월에 가을학기가 시작하면서 학비를 내야하는 시점이어서 연일 치솟는 환율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불안불안... 작년보다 500원 이상 오른 환율

한국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파운드에 비하면 "별 것 아니네"라는 느낌이 든다고 하면, 과연 믿을까. 요즘에 얼마나 원화가치가 떨어졌는지를 보면 조금은 이해가 갈 것이다. 

최근 들어 미국발 금융위기로 환율이 상상을 초월하는 널뛰기 장세를 계속 연출하고 있다. 하루에 50원 정도 오르는 것은 일상이고, 지난 8일에는 하루에만 무려 168원이 올랐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서 무려 581원이 오른 것. 평소 같으면 1800-1900원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요즘은 파운드당 무려 2400원도 돌파했었다.

그러다 보니 유학생 사이에는 "완전히 외환위기다" "환율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자조섞인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지난 9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가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사실 환율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극도로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올해 초 차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1파운드는 대개 1800~1900원 대에서 왔다갔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3년 전에 이곳으로 내가 유학을 올 적에도 이 범위 내에서 거래되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는 3월을 기점으로 환율은 파운드당 2000원을 넘어서더니 계속 1900~2000원대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영국도 올해 들어서 성장이 크게 감소되고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는 등 경기가 바닥을 설설 기는데도 유독 원화 가치는 떨어진 것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환율 정책을 쓰지 않았다"고 발뺌하지만, 멀쩡하던 환율이 유독 3월부터 폭등세를 지속하는 이유를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는 그렇지 않아도 가뜩 불안한 외환시장에 기름을 잔뜩 끼얹은 셈이 되었다. 하루에 50원, 아니 168원이 오른 것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완전히 패닉 상태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아아, 대만인 친구가 부럽다

환율 때문에 걱정이 되는데 어제 같은 과에서 같이 박사과정을 하는 대만인 친구(왕모씨)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은 환율이 너무 올라서 걱정이다"고 말하니, 그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는 "대만은 환율은 괜찮다, 오히려 파운드 대비 환율은 더 떨어졌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믿어지지 않아서 재차 물었더니 "과거보다 오히려 대만돈의 가치가 높아져서 여건이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니 대만돈의 가치는 이번 금융위기로 오히려 더 높아졌다. 왜 그럴까.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아마도 철저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개방도가 높고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더욱더 이번 금융위기에 취약한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대만의 경제구조는 한국처럼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그야말로 크고 작은 중소기업들이 중심이 되어서 이끌어가지 않던가.

▲ 원-달러 환율이 미국 구제금융 안의 부결 여파로 장중 한때 1230원대로 돌파한 가운데 지난 9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 유성호

유학생들은 설상가상으로 9~10월에 시작하는 가을학기를 맞아 학비를 내야하는 상황이어서 환율이 더욱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맨체스터대학교 등 일부 대학들은 "학비를 사전에 내야만 학교에 등록되고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2100~2400원의 엄청난 환율에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송금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박사과정을 밟거나 연수 온 공무원 가족들 사이에는 "왜 진작 송금을 하지 않았냐" "이렇게 많이 오를 줄 알았냐!"며 부부간에 옥신각신 한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어떤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송금해봤자 전보다 파운드로 20%이상 적게 받으니까, 이 기회에 아예 아르바이트를 해서 파운드를 벌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 유학생은 "인터넷으로 당장 아르바이트 할 곳을 찾아보고 있다"며 "한국의 한 공공기관에서 받기로 한 돈도 환율이 올라서 나중에 주겠다고 늦추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영국의 경기가 사실상 '침체(recession)'로 접어들면서, 한국 유학생들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외식업·청소 같은 일들도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줄고 중국 등 다른 나라 유학생들도 가세할 것이어서 이마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실 나도 올 초에 환율이 폭등하면서 인터넷에 '환율'을 즐겨찾기로 해놓고 매일 아침에 컴퓨터를 켜면서 확인해왔다. 그래서 송금시기를 저울질 하곤 했지만, 예상치 못한 유례없는 금융위기에서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환율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최대한 아끼고 절약하고 버텨내는 수밖에 없다. 우리 가족의 엥겔지수는 아마 최고수준이 될 것이다.

시장에 신뢰주는 경제수장 임명해야

최근 무디스가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관료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오히려 최근의 경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한 언론이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강만수 장관이 은행들의 유동성 부족 발언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자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는 것. 경제는 기본적으로 '신뢰'가 중요하다.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지표와 결과를 제시해도 시장은 믿지 않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장에서 이미 신뢰를 잃은 지 이미 오래된 인물이다. 고환율 정책과 계속되는 실책과 실언은 시장에서 그를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낙인'이 찍힌 지 한참됐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개인적인 관계 때문인지, 그 수많은 국민과 야당의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를 고집하고 있다. 그로 인한 피해는 기업인을 비롯해서 일반 서민, 나아가서 이렇게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유학생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시장의 신뢰를 줄 수 있는 실력있는 인물을 경제 수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자명할 것이다.  위기의 순간일수록 더욱 섬세하고 전문가적인 정책과 운용 기술이 발휘되어야 한다. 한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이런 위기에 취약한 구조로 만들어져서 당장 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할 지라도, 시장의 생리를 알고 안전하게 이 위기를  넘어갈 수 있는 신뢰있는 인물이 경제수장이 되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재빨리 제자리를 찾고, 예전처럼 원 파운드 환율이 1800~1900원대로 돌아가서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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