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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카메라 메커니즘의 만남

안홍국 개인전 'Digital photography. Illusion or Fantas'

등록|2008.10.11 13:21 수정|2008.10.11 13:21

▲ 'Digital photography. Illusion or Fantasy ' ⓒ 안홍국



사진은 현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다른 장르와 구분되는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은 기록성이다. 사진의 기록성은 그 자체의 의미뿐만 아니라 미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사진에 담겨져 있는 내용이 미적인 가치가 없더라도 시간이 누적되어 있는 오래된 사진은 기록성만으로도 관람객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그것이 다큐멘터리 사진의 매력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육안으로는 느낄 수 없는 사진만의 극사실적인 재현이 예술사진에서는 미학적인 가치가 있는 중요한 표현이다. 그 외에도 앵글과 프레임의 선택 그리고 밝고 어두움의 조화에 따라서 보는 이들과 감성적으로 깊은 교감을 형성한다. 사진가는 이러한 사진의 메커니즘적인 특성을 이용 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이미지를 생산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진은 사실적인 매체이지만, 언어나 문자 또는 다른 장르에서는 표현 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나 현실에 발생하는 특정한 사건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거나 카메라와 렌즈의 기계적인 특성을 이용하여 회화를 연상시키는  비사실주의적인 표현을 하는데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특히 현대사진은 사진가가 자신의 미적인 주관과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현실에 개입 시켜서 또 다른 현실을 창조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현실 그 자체가 아닌 만들어지고 재구성되어진 가상현실을 보고서 관람객들이 감동을 받고 동화되는 것은 현실을 너무나도 극명하게 상징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진이 디지털테크놀로지(digital technology)와 만나면서부터 새로운 일루전(Illusion)과 판타지(Fantasy)를 발생 시키고 있다. 미국의 모더니스트들에 의해서 형성된 관념적인 이데올로기인 ‘모더니즘 사진’ 또는 ‘스트레이트 사진’은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현실에 대한 환상과 꿈을 심어 주었다면, 디지털사진은 디지털프로그램을 이용한 후 처리 과정에서 현실을 적극적으로 재구성하여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새로운 현실공간을 창조한다. 더구나 디지털사진은 현실에 존재하는 것만 재현해서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또 다른 현실공간을 생성하여 새로운 논리의 세계관을 발생 시키고 있다.

안홍국은 지난 30여 년간 사진작업을 해 오면서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주로 발표 해 왔다. 특히 한국사진이 아마추어리즘에서 못 벗어나고 있든 시절인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독특하면서도 감각적인 사진작품을 발표하여 대구지역 사진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도 디지털테크놀로지와 카메라메커니즘의 특성을 접목하여 감각적이면서도 실험적인 느낌을 주는 창조적인 최종 결과물들이다. 작가는 디지털프로그램에서 도시공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란한 인공적인 불빛과 섹슈얼리티가 느껴지는 여성누드이미지를 접목하여 현실을 초월한 디지털이미지를 생산하였다. 작가 자신의 사진적인 표현감각과 미술적인 표현력 그리고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조화시켜서 감각적인 조형언어를 생산 한 것이다.

작가가 생산한 이미지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복잡한 동 시대 사회구조를 연상시키는 네온샤인과 감각적인 누드이미지가 어우러져서 작가개인의 내밀한 감정과 의식 밖의 또 다른 정신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과거에도 ‘만다라’를 주제로 한 누드사진작품을 여러 차례 발표 하였는데, 이번에 보여주는 누드이미지도 비사실적인 느낌으로 인하여 불교적인 또는 동양적인 정신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단순하게 느껴지는 누드이미지와 현란한 불빛이 얽혀서 시각적으로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것 자체가 동시대인들의 특정한 의식세계를 상징 하는 듯 하기도하고 현대성을 반영하는 회화작품을 보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 장의 사진은 그 사용목적과 관계없이 다양한 내용과 의미를 드러낸다. 당 대의 문화와 삶이 반영되어 있고, 그 사진을 찍은 순간에 내재된 작가의 심리적인 상황도 사진의 내용과 얽혀있다. 그러므로 특정한 내용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을 보는 이들은 다양한 시각적 체험을 한다. 한 장의 사진은 순간적으로 이미지가 형성되어 최종 결과물로 드러나지만, 그 결과물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작가로서의 고뇌와 인문학적인 학습과정 등 작품의 외형에는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과정이 누적되어 있다. 안홍국 작가가 생산한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지털영상이미지에서도 그것이 느껴지고 있다. 그 결과 보는 이들은 작가의 철학적 사유와 만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이번에 안홍국 작가가 발표하는 작품은 동양적인 철학적 사유체계를 바탕으로 디지털테크놀로지와 사진적인표현방식이 상호작용하여 생산된 창조적인 이미지이자 새로운 회화주의 사진작품이다. 그리고 동 시대 문화적인 구조와 작가의 내밀한 심적 세계를 상징하는 최종 결과물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전시기간: 2008년 10월15일-10월28일
전시장소: 김영섭 사진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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