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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발인이 사건 수사 지휘...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민주당 서갑원 의원 "KBS 공권력 난입 고발 사건 늑장 수사"

등록|2008.10.12 19:44 수정|2008.10.12 19:44
"영등포 경찰서장은 바로 이 사건의 고발대상자"

▲ 지난 8월 8일 오전 여의도 KBS본관에 공권력이 투입되고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이 통과되자 민주광장에서 기자, PD, 일반직원 등 KBS직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누리꾼들이 모여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 지난 8월 경찰병력 투입 당시 현장 지휘 책임자 등 2명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사법당국이 늑장 수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동안 '사원행동' 소속 사원들에 대한 이른바 '보복인사'와 '표적감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과 대조적으로 이 고발 사건은 더디기만 하다는 비판이 KBS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온 상황. 이 사실은 13일 KBS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실이 낸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고발장 접수 이틀 뒤 이 사건을 영등포경찰서로 이첩했으나, 영등포서는 이를 받아 50일이 넘도록 고발인 조사조차하지 않았다. 또 영등포 경찰서장은 바로 이 사건의 고발대상자여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까지 이 사건의 진행 상황은 이렇다.

- 유재천 KBS 이사장, 2008년 8월 8일 정연주 전 사장 해임제청안 논의 위한 임시이사회 개최 앞두고 영등포경찰서에 경찰력 투입 요청

- 영등포경찰서장 지휘 아래 470여 명 경찰 KBS 투입.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근거 유재천 이사장이 요청한 이사들의 신변보호 조치를 위해 경찰력을 투입했다", "경찰 투입은 유재천 이사장의 구두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

- 사복경찰들 KBS 진입 후 사원들에게 폭력 행사. 김명섭 기자 늑골 골절,  KBS 사원행동 양승동 대표, 이광규 공동대표, 김현석 대변인 등 다수 직원들 상해.

- 사원행동, 2008년 8월 18일 KBS에 경찰병력 투입 요청 혐의(직권남용 및 현주건조물침입)로 유재천 이사장 서울남부지검에 고발. 현장 지휘했던 경찰관 2명(지휘책임자, 폭력행사자)도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

- 서울남부지검 고발장 접수 이틀 뒤인 8월 20일, 고발대상자 포함된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수사지휘 이첩, 9월 22일까지 송치할 것 통지.

- 영등포경찰서, 사건 이첩 50여 일지나도록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수사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

- 특히 검찰은 경찰의 폭력진압 고발 사건을 직접 처리하지 않고 피고발인인 경찰에 맡김으로써 진압과정에서 폭행당한 피해자들이, 폭력을 행사한 경찰이 소속된 경찰에서 조사받아야 하는 형국이 됨. 피고발인에는 '현장 지휘책임자'가 포함돼 있는데 당시 지휘책임자는 이철성 영등포경찰서장으로 밝혀짐. 따라서 피고발인이 사건수사 지휘.

"유재천 이사장, 공권력 요청할 권한 없어"

서 의원은 "경찰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맡긴다는 것 자체가 사법당국이 '수사 의지' 없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면서 "언론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독재정권 시절에도 없던 일로 공영방송 KBS에 대한 불법적 경찰력 투입사태는 검찰이 직접 조사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측은 이밖에도 13일 국정감사에서 경찰 병력을 요청한 유재천 이사장의 적법성 여부, 경찰투입 이전 경찰 일부가 이미 KBS 본관에 진입해 있었던 사실 등을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의원은 "KBS 정관상 유재천 이사장은 집행기관이 아닌 의결기관인 이사장으로서 공권력을 요청할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다"면서 "이사회 및 유 이사장의 경찰 투입 요청권한이 없으므로 결국 경찰서장의 경찰 투입도 근거없는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당일 오전 8시경 영등포 경찰서 모 정보관이 이사회장에 미리 진입해 있었던 사실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유 이사장 요청(8일 오전 9시 45분) 이전 영등포서 정보과 소속 정보관이 KBS에 진입(8일 오전 30분)해 있었다는 사실은 지난 8월 21일 영등포경찰서가 KBS에 보낸 답변을 통해 이미 사실로 드러나 있는 상태다.

서 의원은 "KBS는 경찰병력 투입에 저항한 사원들을 상대로 표적감사만 실시하고 있다"면서 "공권력 투입에 대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며 사원행동이 지난 10월 1일 요청한 이사회와 안전관리팀에 대한 감사를 즉각 수용하고 철저히 진상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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