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삼키고 있는 괴물은 언제 나타났나?
[서평] 우석훈의 <괴물의 탄생>
▲ 책 겉그림우석훈의 〈괴물의 탄생〉 ⓒ 개마고원
누구나 염려하듯이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다. 이러다간 1980년과 1998년의 두 차례 경제공항 이후, 2016년에 다시금 대규모 경제공황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뒤늦게 대두되기보다는 지금 당장이라도 거대한 괴물이 나타나서 나랏돈을 집어 삼킬 태세다. 미국식 경제금융 위기가 몰고 온 여파라고는 하지만, 과연 그 괴물의 출현이 국외에서만 비롯된 일일까?
우석훈의 <괴물의 탄생>은 그것을 2003년 7월 ‘2만 달러 경제’를 국정지표로 삼던 노무현 정부의 선택과 집중에서부터 형성했다고 본다. 집권 초기만 해도 스웨덴 같은 경제모델을 선택하려 했지만 탄핵돌파 이후에는 대중적 인기를 의식한 채 미국형 모델로 급선회했고, 저금리로 성장률을 억지로 높이려는 건설경기 부양책에 올인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괴물을 해체할 능력이 이명박 정부에게는 있는 것일까? 우석훈은 이명박 정부도 건설경기 부양책에 매달리고 있어서 이전의 ‘삼성+건설=노무현’에서 ‘현대+건설=이명박’으로 넘어왔을 뿐이고, 공공부문을 기업에 넘겨주는 ‘민영화’와 수도권의 땅 값을 올려주는 ‘수도권 중심의 정책’도 대기업과 토호세력들을 위하는 것 이상이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그것들은 인플레이션과 집값을 격발시킬 것이 뻔하기에 국민경제의 몰락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과 다름없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민주주의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도권을 장신의 강력한 지지자로 만들고, 어차피 경상도는 자신을 계속 지지 할테니 전라도를 포위해서 영구 집권하겠다는 게 그의 경제적 계산법이었겠지요. 그래서도 경부운하는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이 상황에서 운하를 통해서 땅값을 올리는 내륙 전략을 사용한다면 최소한 50% 이상의 국민 지지는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지 않겠어요?”(171쪽)
그럼 한국경제의 진정한 대안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우석훈은 스위스 모델에서 그 해법을 찾고 있다. 스위스야말로 이렇다 할 지하자원과 에너지자원도 거의 없고, 국토가 70%가 산이라는 것과 있는 것은 사람 밖에 없다는 것, 관광소득도 유럽 국가들의 평균보다 높지 않고, 금융부문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밖에 안 된다는 점 등이 우리의 상황과 닮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스위스는 농업을 재발견하여 식품안전의 생태적 전환을 이루고 있고, 노동자들의 지식투입을 늘리고 숙련도를 높이고 창조능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해 나간다고 한다. 이는 고용과 해고의 유연성에 치중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더욱이 전문직과 문화계의 정규직들이 일주일에 이틀만 출근해도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평화외교를 모토로 고립주의 정책을 채택했다고 한다. UN도 2002년에서야 가입했고, EU는 아직 가입하지 않았고, 미국의 FTA는 국민투표로 사실상 부결시켰다고 한다. 그런데도 스위스가 탄탄할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직접민주주의 자치에 기반한 지방 분산형 구조와, 지역공동체 혹은 지자체의 힘으로 만들어낸 제 3부분의 존재에 있다고 한다. 실업자 문제도 지역공동체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 준다고 한다.
“여기서 꼭 스위스형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특징이 생길 수 있는 일종의 지식-문화형 국민경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이 세 가지 문제를 푸는 것이, 실질적으로 지금 한국경제가 구현해 보이고 있는 ‘괴물’을 해체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219쪽)
결국 우리가 스위스를 모델 삼아 취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연방제 같은 지역정치에 의한 중앙화 구조를 보완하는 상․하원 양원제의 도입,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무시한 채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 하는 교육정책과 그것을 부채질하는 사교육의 열풍을 잠재울 수 있는 범국민적인 추진, 그리고 생활협동조합과 같은 제 3부문의 활성화 정책에 있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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