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만 'MB 라디오연설' 방송하나" 첫 전파 쏘기까지, KBS PD들 밤새 저항
단독편성취소·반론방송 등 합의해 겨우 방송
▲ KBS PD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신관 로비에서 "밀실 개편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전관석
이명박 대통령 연설이 13일 오전 7시 15분경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를 통해 첫 전파를 탔으나 12일 밤부터 13일 새벽까지 KBS 내부에서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들은 노동조합과 함께 "지상파 어느 곳도 받지 않은 일방적 대통령 연설을 KBS만 단독편성할 수 없다"면서 서기철 라디오제작 편성팀장에게 항의했다. 정례화를 암시하는 멘트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해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에 따라 서 팀장은 12일 저녁 8시 무렵 정종현 라디오제작 본부장과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 중앙위원, PD협회 집행부 등과 마라톤 회의를 시작했고 이 회의는 13일 새벽 1시 무렵까지 이어졌다.
결국 이들은 ▲단독편성하지 않는다 ▲반론을 담은 방송을 이어 내보낸다 ▲정례화를 암시하는 대통령 멘트에 대해 앵커가 해명한다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따라서 13일 대통령 연설방송은 오전 7시 뉴스가 끝난 뒤 <안녕하십니까...> 2부 첫 머리에 삽입됐으며, 연설방송이 끝난 뒤 바로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의 반론 방송이 똑같은 시간으로 방송됐다.
또한 대통령의 연설 끝부분에 "다음에는 좀 작더라도 생활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하겠다"며 사실상 정례화를 암시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민 앵커가 "라디오 정례연설은 방송사와 사전 협의되거나 결정된 바가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으로 처리했다.
KBS의 한 라디오 PD는 "우리로서는 방송을 내보낼 수도 있다는 전제, 즉 '다른 방송들도 함께 내보낸다, 단독편성하지 않는다, 정례화를 못박지 않는다는' 것들이 모두 무너져 반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이후 대통령 방송 편성이 강행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라디오 PD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낮 12시에는 KBS PD협회 총회가 예정되어 있다. 애초 조직개편과 프로그램 편성 등과 관련한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라디오 PD들의 반발로 불거진 '대통령 연설 방송' 관련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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