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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한국작가대회, 흥겨운 만남과 소통의 장

지난 11-12일, 청주예술의전당 및 괴산군 일원에서

등록|2008.10.13 17:49 수정|2008.10.13 17:49

작가대회 대동한마당제17회 한국작가대회에 참가한 문인들이 대동 한마당에서 춤사위를 펼치고 있다. ⓒ 박종국


가을향취 그윽한 때 ‘소통疏通’을 주제로 한 한국작가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충북작가회의에서 주관하여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과 괴산군 일원에서 펼쳐져 1천여 명의 회원들이 참여해 성황리 마쳤다. 올해로 17회째다.  

제17회 한국작가대회는 흥겨운 만남과 소통의 장

11일 오후 2시 개막식에서 한국작가회의 김승한 충북지부장은 “문학은 각 민족과 지역의 사상과 감정을 담은 언어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기에, 그만큼 진정한 정신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학의 정신으로 소통하고, 문학의 감성으로 조화하며, 문학의 사상으로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우리는 꿈꿉니다. 오늘, 한국의 작가들이 한데 모여 이상과 현실의 오작교를 놓을 것입니다.” 고 환영사를 하였다. 이어 ‘통일시대 겨레의 고전 「임꺽정」’에 대한 학술대회가 강영주 교수(상명여대)와 ‘소설 「임꺽정」속의 건축’이 김봉렬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의 강연으로 각각 진행됐다.

작가대회 학술강연‘통일시대 겨레의 고전 「임꺽정」’에 대한 학술대회가 강영주 교수(상명여대)와 ‘소설 「임꺽정」속의 건축’이 김봉렬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의 강연으로 각각 진행됐다. ⓒ 박종국


이상과 현실의 오작교를 놓자

특히, 강영주 교수의 강연은 6.15민족문학인협회 기관지인 「통일문학」2호(2008. 7)에 수록된 원고로, 본래 홍명희와 『임꺽정』에 관한 남한에서의 연구 성과를 접하지 못한 북측 작가들을 염두에 두고 그동안 필자의 연구를 종합하여 서술한 글인데, 비록 북축 작가들은 동참하지는 못하였지만, 올해 홍명의문학제는 제17회 한국작가대회와 함께 개최도어 각별한 의미가 있는 강연이었다.

이어서 제17회 한국작가대회 기념 작품집 출간 기념회가 있었고, 현기영, 한창훈 소설가의  「임꺽정」소설낭독회가 있었다.

낭독에 앞서 현기영 소설가는,

“내가 「임꺽정」을 읽은 것은 광주항쟁이 있었던 그 해 겨울이었다. 그 무렵 나는 첫 작품집 「순이 삼촌」의 ‘불온성’ 때문에 보안사에서 치도곤을 맞은 데다 책까지 판금되어 거의 1년 동안 실의에 빠져 있다가 다시 글 쓸 결심을 하고 일어나 앉아있을 때였다. 장편 『변방에 우짖는 새』를 쓰기 위해 자료도 모으고 국어사전 · 속담사전을 섭렵하면서 토속어를 공부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마침 『임꺽정』을 만났다. 1948년 울유문화사 판이었다. 그때만 해도 벽초는 금기의 인물이어서 그 책도 금서였는데, 금서 작가인 내가 벽초의 금서를 빌려다가 몰래 읽을 때의 두려움 섞인 그 짜릿한 기분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다. 현기영 소설가에 따르면, 홍명희의 소설을 풍요롭게 만든 것은 종횡무진 자유롭게 사용된 토속 민중이라고 했다. 그는 『임꺽정』에서 토속어 가득한 곳간을 발견했던 것이다. 예컨대 시간을 나타내는 말로 ‘한식경’ ‘보리밥 한 솥 지을 만한 시간’ ‘젖은 담배 한대 다 필 즈음’같은 것들이다.

소설 <임꺽정> 낭송 발표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현기영, 한창훈 소설가의 「임꺽정」소설낭독회가 있었다. ⓒ 박종국


그러면서 그는, 『임꺽정』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형상화가 잘 되어 있어서,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띠고 살아 움직이는데, 특히 쇠도리깨 명수인 곽오주의 불같은 성격의 묘사는 그중 압권이어서, 읽은 지 28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인물들이 어딘가 살아 있을 느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한창훈 소설가는,

“내가 『임꺽정』을 처음 본 게 막 습작을 시작하던 시절, 채진홍 선생님을 통해서였다. 당신 선생께서는 고려대학교 박사과정 중이었는데, 준비 중인 논문이 「황명희의 임꺽정 연구」였다. 인관과 역사 전체를 꿰뚫어보는 ‘생불의 눈’을 통해서 작가 - 깨달음 - 구원으로서의 진화 과정을 정리해놓은 논문이었다. 덕분에 선생 댁에 놀러 가면 연재 당시의 원고와 자료를 가득 쌓여 있었다. 내가 옛말체의 원고를 보며 난감한 얼굴을 하자 선생께서는 사계절판을 읽으라고 일렀다.”

“차분히 한번 읽으면 ‘작가의 뜻’이 ‘하늘의 뜻’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한 일 이 년 생각해봐.”

라고 다그치며 채선홍 선생님께서 내주었던 ‘작가의 뜻과 하늘의 뜻’ 숙제는 아직도 하지 못했지만, 오로지 성실한 독자가 되는 것,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해지고 즐거워지는 책, 그게 『임꺽정』이라고, 이 책 앞에서 나는 순한 독자이고 학생이라고 한창훈 작가는 밝히고 있다.     

판소리 <부부가> 공연“거울 속 저 보듯이 서로 불쌍히 여기고 원망 말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살 걸 그랬나 우리네 인생 잠깐인 것을“ -「부부가」 중의 한 대목 ⓒ 박종국

판소리 <부부가> 공연「부부가」는 중년 부부의 이야기다. 특별한 어느 중년 부부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옆집 아저씨 아줌마 얘기로, 평소 우리네가 부부로 살아가는 속내였다. ⓒ 박종국


한식경 휴식을 가진 후 창작 판소리 「부부가」가 공연되었다. 「부부가」는 중년 부부의 이야기다. 특별한 어느 중년 부부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옆집 아저씨 아줌마 얘기로, 평소 우리네가 부부로 살아가는 속내였다. 소리꾼 서화석, 조애란의 걸죽한 입담으로 풀어놓는 열창과 고수 김철준 추임새가 한결 돋보였다.

“거울 속 저 보듯이 서로 불쌍히 여기고
원망 말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살 걸 그랬나
우리네 인생 잠깐인 것을“
-「부부가」 중의 한 대목

학술대회‘한국작가 한마당’행사로 염무웅 교수의 “작가의 역할과 작가회의의 나아갈 길”이란 주제의 특별강연이 있었고, ‘작가회의 진로 모색을 위한 제언’이란 꼭지 하에 정도상, 이요임, 오수연 회원의 발제토론이 있었다 ⓒ 박종국

행사는 괴산군 보람으로 이동해서도 계속됐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늦은 8시에 ‘한국작가 한마당’행사로 염무웅 교수의 “작가의 역할과 작가회의의 나아갈 길”이란 주제의 특별강연이 있었고, ‘작가회의 진로 모색을 위한 제언’이란 꼭지 하에 정도상, 이요임, 오수연 회원의 발제토론이 있었다. 특히 오수연 회원은 한국작가회의 현안으로 당면한 해외 작가와의 교류에 있어 한국작가회의의 난맥상을 꼬집어가며 질타했다.

이후 축하공연으로 젊은 난장 퓨전 콘서트 “통일대동 한마당" 보람원 우륵당에서 열려 행사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먼저 여는 무대로 ”오늘 오신 손님 반갑소“는 충북민예총 전통음악위원회 국악관현악단이 펼치는 역동적인 춤과 노래로 손님맞이 굿판을 펼쳤다. 밤하늘 적이 들려오는 음률은 참가자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지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충북 시인들의 시 「별에 쓰는 편지」, 「검문」, 「민들에의 꿈」에 곡을 붙인 시 노래를 ‘민들레의 노래’가 열창했을 때는 좌중을 저절로 흥분케 했다.

대동 한마당여는 무대로 ”오늘 오신 손님 반갑소“는 충북민예총 전통음악위원회 국악관현악단이 펼치는 역동적인 춤과 노래로 손님맞이 굿판을 펼쳤다. ⓒ 박종국


계속된 공연은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쉬운 가락으로 이루어진 제주민요 「너영나영」과 창작 국악가요「배띄어라」를 송문선 양이, 오혁 지휘자와 청주국악관형악단이 가을밤에 들어보는 영화 「시네마 천국」과 「황비홍」을, 풍물굿패 ‘몰개’가 「신모둠」을, 안태건 ‘색소폰과 함께’가 먼 곳에서 온 전국 작가들의 ‘객지의 밤’을 달래줄 ‘천상의 소리로 밤하늘에 촘촘하게 울려 퍼졌다. 공연은 진정한 통일의 길로 가고자 하는 한국작가대회의 열정이 넘치는 어깨춤 한마당으로 마무리되었다.

관현악단 공연충북 시인들의 시 「별에 쓰는 편지」, 「검문」, 「민들에의 꿈」에 곡을 붙인 시 노래를 ‘민들레의 노래’가 열창했을 때는 좌중을 저절로 흥분케 했다. ⓒ 박종국


12일 행사는 괴산군 동부리 홍명희 생가와 문학비 답사로 시작되었다. 근데 홍명희 생가는 역사성을 잃어버린 채 마치 세트장 같았다. 고건축에 문외한이가 보아도 그것은 복원은커녕 원형을 완전히 헐어버리고 새로 지은 건물이었다.

“어디 빨갱이 집을 돈 들여서 복원한단 말이냐!”

어렸을 때부터 그곳에 살고 있는 이기순 문인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 홍명희 생가 앞 동진내는 자주 범람했지요. 그리고 관리하지 않아 ㅁ집과 -집은 담도 거의 다 허물진 상태였습니다. 생가복원 때도 원형을 완전히 헐어버려 새로 지었지요. 더구나 허물 때 나온 건축 자료를 전혀 재활용하지 않아 지금 지어진 생가는 완전히 새 건물입니다. 역사성을 잃어버린 거죠. 또한 지붕이 짧다보니 빗물이 마루에 바로 떨어져서 툇마루가 상하고 있어요.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너무 성급하게 건축한 탓에 텃밭이나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다 사라졌어요. 고건축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면 좀더 나은 생가를 복원했을 텐데….”

벽초 홍명희 생각맨눈으로 보아도 홍명희 생가는 그냥 영화세트장과 같이 복원되어 있었다. ⓒ 박종국


맨눈으로 보아도 홍명희 생가는 그냥 영화세트장과 같이 복원되어 있었다. 단지 그가 월북 작가였다는 빌미하나로 그런 푸대접을 받았던 게 아니었나를 생각하면 우리 시대 통일은 아직 요원한 얘기 같았다.

홍명희 생가 졸속적인 복원 아쉬워

통일노둣돌 놓기벽초 홍명희 기념비 앞에서 통일 노둣돌을 놓고 있는 한국작가회의 회원들 ⓒ 박종국

벽초 홍명희 문학비벽초 홍명희 문학비가 새롭게 단장돼 있다. ⓒ 박종국


홍명희 생가답사는 씁쓰레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문학비 앞에서 거행된 제13회 홍명희 문학제와 통일노둣돌 쌓기, “내 마음 이 북처럼 - 통일과 화해”를 주제로 한 통일 북춤과 전통 타악 퍼포먼 ‘신 농부가’, 청주연희단의 ‘울림’ 공연은 한국작가대회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한 자리였다.

이로써 이틀간의 일정으로 치러진 제17회 한국작가대회는 ‘작가대회 선언문 낭독’과 차기 개최지 인천을 발표로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행사인 대동 한마당제13회 홍명희 문학제와 통일노둣돌 쌓기, “내 마음 이 북처럼 - 통일과 화해”를 주제로 한 통일 북춤과 전통 타악 퍼포먼 ‘신 농부가’, 청주연희단의 ‘울림’ 공연은 한국작가대회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한 자리였다. ⓒ 박종국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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