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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강제로 끌려나간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

강정마을 주민 등 13일 '제주도청 폭력 규탄 촛불집회' 열어

등록|2008.10.14 10:16 수정|2008.10.14 10:16

단식 농성장13일 오전 강동균 마을회장이 단식농성을 잇기 위해 만든 비닐 덮개 근처에 주민들이 모여있었다. ⓒ 제주의소리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을 비롯하여 소속 주민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해군기지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진행하는 와중에, 13일 오전 도청 공무원들과 경찰이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농성장을 철거하였다. 제주도청의 이 같은 처사에 주민들과 지역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였다.

이날 분노한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제주도청 앞으로 집결하여 경찰병력과 대치하면서, 오후 내내 도청 앞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저녁에는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제주도지사와 도청 관계자들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지난 6일 강정마을 주민들은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도청 공무원들은 천막을 불법 시설물로 간주해 천막을 설치하는 것을 방해했고, 주민들은 하룻밤 꼬박 이슬을 맞으며 도청 앞에서 지새야 했다.

강제집행도청 공무원들과 경찰이 농성장에 있는 사람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했다. ⓒ 제주의소리


공무원·경찰, 강동균 회장 단식농성장 강제 철거

그러다가 7일에 이르자 성직자들의 중재로 강정마을회와 도청 공무원들 간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7일부터 10일까지 한시적으로 천막농성을 허락한다는 내용이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10일까지 '해군기지 철회'를 주장하며, 도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펼쳤다.

10일에 이르자 기존 천막을 철거한 후, 강동균 마을회장이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기존의 천막 대신 단식중인 강동균 회장이 이슬을 피할만 한 최소한의 비닐 덮개만 남겨둔 상태였다. 하지만 도청공무원들은 강정마을회가 정해진 시간 내에 약속대로 천막을 치우지 않았다며 강제집행에 돌입했다.

13일 오전 10시 30분경 제주도청 앞 농성장에 도청공무원들과 경찰 등 300여명이 몰려들었다. 현장에 동원된 도청 공무원들과 경찰들은 일사분란하게 강제철거에 들어갔다. 농성장에 있던 시민단체 회원들과 강정주민 등 20여명이 고함을 지르며 강하게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도청 앞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변했다.

강동균 마을회장강제집행이 시작되자 강동균 회장이 저항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 제주의소리


경찰과 도청 공무원들은 시민들을 강제로 끌어냈고, 농성장으로 쓰이던 비닐덮개가 철거됨은 물론이고, 현장에 있던 깃발과 '김태환 퇴진'이라고 적힌 입간판도 압수되었다. 이 와중에 강동균 회장은 분통을 터트리며 저항하다 실신했다. 강제철거는 30여분만에 끝났다.

이날 제주도청 공무원들에게 강제철거당한 강정마을회와 해군기지반대 범도민대책위는 도청 인근에 있는 도의회 마당에 농성장을 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도의회마저도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주민들농성장이 강제로 철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강정마을 주민들이 작업복 차림으로 현장에 모여들었다. ⓒ 장태욱


이에,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는 이날 오후 긴급 성명을 내고 "제주도정이 비닐천막을 핑계로 과잉탄압에 나서서, 자기 마을을 지키기 위해 항의하는 표현의 자유조차 허용하지 않는 독재정권과 다를 바가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제주도정을 비난했다. 또 제주도의회에 대해서는 "도민의 의견을 존중하고 도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며 한 표를 요구하던 의원들이 막상 당선되자, 도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제주도청의 충복이 되고 있다"며, "자신들의 본연의 업무와 책무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인지하길 바란다"고 꾸짖었다.

민주노총 외에도, 통일청년회,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이 긴급 성명을 발표하여, 강제철거에 나섰던 제주도정, 경찰 및 이에 침묵하고 동조하는 도의회를 맹비난했다.

한편, 이날 제주도청 박영부 자치행정국장은 기자브리핑을 자처한 자리에서, "강정마을회에서는 천막 철거를 약속한 날에 기존에 설치된 천막은 철거했지만, 마을회장이 단식농성을 잇는다는 이유로 새로운 천막을 설치하여, 약속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날 일어난 사태의 책임을 강정마을회에 떠넘겼다.

강제집행에 항의해 강정마을 주민들 도청앞 집결

이날 정오 무렵, 오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단체 회원들이 현장에 모여들었고, 오후에는 강정마을에서도 주민들이 일손을 놓고 버스를 타고 제주도청 앞으로 집결했다. 마을회장이 4일째 힘들게 단식을 잇고 있는데, 도청 공무원들이 경찰병력을 동원해서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한 것에 대해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촛불집회저녁에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도청앞에서 공무원들의 강제집행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 장태욱


분노한 일부 주민들이 도청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경찰 병력과 대치하면서, 현장에는 오후내내 긴장이 감돌았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지역 사회단체 회원 등 시민 100여명이 도청 앞에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양홍찬 위원장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 양홍찬 위원장이 그간 제주도정의 횡포에 대해 조목조목 폭로하고 있는 모습이다. ⓒ 장태욱


이날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홍찬씨다. 양 위원장은 그간 제주도청이 강정마을회에 개입하여, 주민들을 포섭하고, 마을향약에 따라 치른 마을총회의 결정을 무산시키기 위해 발악을 했다며, 도청의 그간 횡포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비난했다. 양 위원장은 "도지사가 진정 주민들 앞에 떳떳하다면 지금이라도 강정마을에 와서 직접 해군기지에 대해 주민들을 설득해보라"고 주장했다.

어머니강정마을 강동균 회장의 어머니가 마이크를 잡고 제주도정을 향해 분통을 터트렸다. ⓒ 장태욱


촛불집회 도중 강동균 회장의 어머니가 마이크를 잡아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연로한 강회장의 어머니는 아들이 당한 수모를 생각하니 분노가 솟구쳤는지, 제주도정을 향해 "우리를 사람취급 하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총으로 죽여라"며 절규했다.

그간 강정 주민들을 대표해서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국방부 앞에서 일인시위를 펼쳤던 강성원 마을고문이 일인시위 경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보고했던 강성원 고문은 말미에, "난 해방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어서, 태평양전쟁부터 4.3에 이르는 기간동안 제주도민들이 겪었던 비극의 참상을 잘 기억하고 있다"며, "현대사에서 이런 비극을 겪었던 제주도민들이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유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못을 박았다.

강봉균 위원장범도민대책위 강봉균 위원장이 주민들과 함께했다. ⓒ 장태욱


강봉균 해군기지 반대 범도민대책위 위원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강봉균 위원장은 "고향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자리에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고 운을 뗀 뒤, "오늘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만행을 현장에서 똑똑히 목격했다"며, "다시는 우리 제주도에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채칠성 전교조 제주지부장도 주민들과 자리에 함께 했다. 채 지부장은 "마을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업을 도지사가 밀어붙이는 것에 분노했다"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도지사는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용택 교수제주환경운동연합의 대표를 맡고 있는 윤용택 교수가 마무리 발언을 했다. 윤교수는 강정이 교향이다. ⓒ 장태욱


마무리 발언은 제주대학교 교수이자 제주환경운동연합의 대표를 맡고 있는 윤용택 교수가 맡았다. 강정마을이 고향인 윤 교수는 주민들에게 "역사는 오늘을 기록하고 후손들이 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는 "김태환 지사의 행보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촛불집회는 저녁 8시 20분경 마무리되었다. 서귀포에서 한 시간 가량 차를 타고 온 주민들은 다시 다음날 일을 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갔다.

주민들주민들이 고개를 숙인 채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장태욱


어린이들영문도 모른 채 부모의 손에 붙들려 온 아이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는 모습이다. ⓒ 장태욱


한편 김태환 도지사와 김용하 도의회 의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제4차 세계자연보전연맹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8일 7박 8일 일정으로 출국해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이들은 스페인에서 2012년 세계자연보전연맹 총회의 제주 유치를 위해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김태환 지사와 동행한 김용하 의장의 지역구에 마침 강정마을이 포함되어 있다. 도지사와 지역구 도의원이 사이좋게 동반 출장을 떠났다고 하니, 강정마을 주민들에게는 더욱 분통이 터질 일이다. 그것도 대규모 환경파괴가 불을 보듯 뻔한 제주도해군기지를 유치하겠다며 주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도지사의 출장이 '세계자연보전연맹 총회 유치'를 목적으로 한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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