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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만 하면 영어 천재? 지나친 기대는 금물"

[인터뷰] 목종옥 부산국제중 교장이 본 '서울 국제중 설립' 논란

등록|2008.10.15 11:31 수정|2008.10.15 12:06

▲ 목종옥 부산국제중학교 교장은 학생이 주인공인 국제중학교를 강조했다. ⓒ 진민용

국제중학교 사태가 강남학원가를 비롯해 수도권일대의 사교육 광풍으로 이어지면서 정부당국이나 학교, 그리고 학부모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가장 큰 피해자들인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중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초등학교 고학년들의 문제가 아니다. 저학년을 비롯해 심지어 유치원생들까지 오직 '국제중' 몰입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교육열'에만 책임을 돌리기에는 이미 그 불길이 너무 커져 버렸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경우는 자신이 왜 국제중학교를 들어가야 하는지 정확한 인식을 하기도 전에 부모들 등살에 떠밀려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따끔한 쓴소리를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부산국제중학교 목종옥 교장(55)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서울과 부산은 같은 '국제중학교'라고 해도 국제중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하지만 '국제중학교'의 설립취지는 똑같다. 글로벌인재양성, 국제관계전문인재육성 등이 그것이다. 또 논란의 핵심에 있는 서울의 영훈중학교와 대원중학교가 국제중 설립신청을 하면서 벤치마킹하고자 했던 학교도 바로 '부산국제중학교'다.

기자와 만난 목종옥 교장은 자신의 발언이 혹시 논란을 일으키지 않을지 조심스러워 하면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가 지적한 첫 마디는 "누구를 위해 국제중학교를 세우려고 하는가"였다.

"설립목적이 무엇인지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는 인터뷰에서 "서울과 부산의 상황은 다르다. 서울은 사립학교지만 부산은 공립"이라며 단순비교를 경계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나 두 학교의 설립취지는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 교장은 덕포여중 교장 재직시절의 학교운영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9월1일부로 부산국제중고등학교에 초빙돼 교장으로 부임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부산 국제중학교와 일반학교의 차이는 무엇인가. 향후 운영계획도 궁금하다.
"각오가 새롭다. 국제중학교는 특성화중학교로 국제적인 인재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학교고, 그에 걸맞은 학습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사들 또한 실력이 탁월하고 일반학교보다 훨씬 많은 업무시간에도 잘 따라주고 있어서 감사하다. "

- 부산국제중학교의 응시율은 어느 정도인가.
"부산은 이미 1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입시 때마다 흐름이 비슷하다. 중학교의 경우 총 정원 60명을 선발하는데, 40명은 일반전형으로 나머지 20명은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 보통 일반전형의 경우는 약 10대1의 경쟁률, 특별전형의 경우 5대1의 경쟁률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일반전형은 부모가 모두 부산에 거주하는 학생이며, 특별전형은 부모가 모두 해외에서 일정기간 생활했던 사람들이어야 한다. 이런 점은 서류심사에서 까다롭게 검증하고 있다. 그 때문에 원서접수 기간에는 모든 교사가 수업과 함께 선발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선발기준은 서류전형과 구술면접으로 나누고 외국어능력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 일반전형의 경우는 위장전입, 특별전형의 경우는 해외유학 서류위조 등의 우려가 있을 텐데.
"물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서류를 위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 10년 동안 한 차례도 그러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고, 민원이 제기된 바 없다. 이는 학교차원의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칠 뿐 아니라 의심스러울 경우는 출입국사무소나 외국 주재 한국영사관에 직접 확인절차를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학부모들이 우리학교의 선발과정을 신뢰하고 있다. 서울국제중학교의 경우도 선발과정에서 나타날 위법사항들을 자체적으로 철저히 검증하지 못하면 지금보다 더 큰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학교 차원의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입학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 서울국제중학교의 경우 보도에 따르면 5배수 서류전형과 3배수 면접 후 추첨이라는 다소 모호한 기준이 논란이 됐는데, 이런 기준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보기에는 다소 모호한 기준일 수 있지만 정확하게 그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섣부른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런 기준을 세웠다면 그에 알맞은 검증절차를 마련하고, 한 점 의혹이 없는 선발이 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단 한 명이라도 부정입학의 흔적이 발견되면 더 큰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또 몰려드는 지원자들의 서류를 살피는 데도 학교전체의 에너지를 소모할 정도로 힘이 든다. 우리 학교도 10대1의 경쟁률로 교사들이 거의 매달리고 있는데, 서울의 경우는 아마도 그보다 몇 배의 경쟁률이 예상되는 만큼, 철저하고 투명한 선발과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데..."

- 신입생을 모집하게 될 서울국제중학교에 어떤 당부를 해주고 싶은가
"설립 취지와 목적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중학교는 중학교일 뿐이다. 국가가 정한 의무교육의 한 과정이다. 다만 '국제중학교'는 그 목적이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국내에 와서 일반 학교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학교라는 것이 차이다. 또 그런 학생들과 함께 국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서 국제적인 인재로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인 만큼, 입학만 하면 영재가 되거나 영어천재를 만들어 줄 것처럼 지나치게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어디까지나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부산국제중고등학교 전경 ⓒ 진민용


 - 교육자로서 한국의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우리나라는 획일화된 학교시스템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저마다 재능과 능력, 그리고 학업성취도가 다르다. 그 다른 점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우리 공교육의 가장 큰 약점이다.

국제중학교 뿐 아니라, 대안학교, 실업학교, 경영전문학교, 예술인학교 등 특성화교육을 대폭 늘려서 중학교와 고등학교시절에 자신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국제중학교는 특성화 학교의 하나일 뿐, 학교 입학 자체에 매진하거나 그 자체를 성공의 지름길로 인식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또한 조금은 이상적인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교육이라는 매우 경직된 틀에 학생들을 묶어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지금까지 학생들의 암기력을 키웠다면 이제는 미래 글로벌 인재들은 창의력을 키워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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