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은 꿈과 희망" vs "국제중은 사교육 신상"
[현장] 처음이자 마지막 '국제중 공청회' 열려...서울시교육위 15일 국제중 동의안 처리
▲ 14일 오후 서울 사직동 유아교육진흥원 앞에서 특성화중학교 의견정취를 위한 공청회 시작전 국제중 설립에 찬성하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왼쪽)과 국제중 설립을 반대하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가 나란히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국제중 단 두 개 더 설립? 수요가 많은데 특성화 학교 더 늘려야지요!"
"평준화 깨자는 말입니까? 국제중은 평준화 파괴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어요!"
오직 단 한 번의 기회. 양쪽은 물러설 수 없는 논리싸움을 전개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국제중 설립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순간의 바로 전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공청회 자리였다.
국제중학교 설립에 관한 공청회가 서울시교육위원회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사직동 유아교육진흥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최근의 국제중 논란을 반영하듯 학부모 200여 명과 서울시교육위원 13명 등이 참석했다. 공청회 시작 한참 전에 이미 모든 자리는 꽉 찼고, 수십 명이 서서 공청회를 지켜봤다.
실내 분위기만 뜨거웠던 게 아니다. 행사 시작 직전까지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와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유아교육진흥원 입구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앞의 학부모 단체가 "서울시 교육위는 국제중 심의를 거부하라"고 외치면, 뒤의 단체는 바로 옆에서 "미래인재 갈 곳 없다! 국제중은 꿈과 희망이다!"라고 받아쳤다.
이렇게 공청회 현장은 국제중 설립에 관한 그동안의 논란을 한데 모아 놓은 축소판이었다. 15일 국제중 설립 동의안을 처리해야 하는 서울시 교육위원 13명은 이 모든 걸 지켜봤다.
단 1번의 공청회로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느냐가 논란으로 남겠지만 국제중의 설립 운명은 15일이면 일단락된다. 양쪽의 견해와 주장은 아래와 같았다.
[국제중 찬성] "국제 도시 서울, 당연히 국제중 필요하지!"
▲ 이명희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 유성호
국제중 찬성 쪽 발제자로 나선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평준화는 사교육비를 늘리지만 학력은 하락 시킨다"며 "국제중 설립이 현재와 같은 경직된 평준화 체제의 틀을 깨려고 하는 시도라고 하는 점에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는 다양한 국제학교가 운영되고 있는데, 그동안 좌파 정부에서는 평준화 보완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며 "더 이상 견디지 못한 학부모들의 마지막 선택이 바로 '교육대탈출'로 우수 학생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국제중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역시 "세계화 물꼬를 업고 태어난 성장세대에게 개인차에 대응하는 교육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외국에 살다가 돌아와 국내 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해외로 방출되는 사례는 가급적 줄여야 하고, 국제도시 서울에 국제중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며 국제중 설립에 찬성했다.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육정책연구소장도 "국제중을 두고 '귀족학교' '특권화된 학교'라는 주장은 교육문제를 계급적 관점에 함몰되어 접근하는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며 "국제중 설립은 국민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수용하고 교육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중 반대] "국제중은 사교육 위해 내놓은 신상품일 뿐!"
▲ 이윤미 홍익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유성호
이윤미 홍익대 교수가 서울시 교육청이 내세우는 국제중 설립 근거가 불충분하고 비현실적이라며 일갈한 내용이다.
이 교수는 "영미의 식민지이거나 연방도 아닌 나라에서, 학생들은 모두 한국인이고 모든 교육내용은 영어로 가르쳐지는 기이한 국제학교의 실체에 대해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며 "세계시민으로서 어떤 소양을 갖춰야 하는가라는 문제보다 매개체에 불과한 영어 능력의 만능성에 의존하는 현재의 문화는 매우 천박한 광풍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교수는 "국제중은 우리 교육시스템에 이득보다는 훨씬 큰 손실을 줄 것"이라며 매우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정책이라고 밝혔다.
또 박범이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국제중 신설 목적은 인재양성도, 특성화 목표 달성도 아닌 학원을 위한 신상품에 불과하다"며 "왜 서울시교육청은 국민 70% 이상이 반대하는 국제중 설립을 추진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장 역시 "국제중 설립은 풍부한 사회적 논의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해야 한다"며 "서울시 교육위원들은 교육청과 사교육의 은밀한 커넥션에 합류하지 말고 오직 공교육과 참된 교육의 방향에 따라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 14일 오후 서울 사직동 유아교육진흥원에서 열린 특성화중학교 지정 관련 의견 청취를 위한 공청회 ⓒ 유성호
[양쪽이 같은 목소리 낸 건?] "사교육비는 걱정되네"
양쪽은 서로 팽팽하게 맞섰지만 국제중 설립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에 대해서는 똑같이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찬성하는 쪽은 "사교육비는 과거부터 있어왔던 문제"라는 걸 강조한 반면, 반대하는 쪽은 "사교육비 증가에 따른 교육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점을 부각시켰다.
또 양쪽은 "국제중 설립 추진에 앞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학부모, 교육위원 반응] "전교조도 사교육 시킨다" vs "공교육이 부실해서 유학"
공청회를 지켜본 학부모들의 반응도 크게 엇갈렸다.
국제중 설립에 찬성하는 한 학부모는 "인재가 유일한 자산인 나라에서 국제중 설립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장치다"며 "전교조도 모두 사교육을 시키면서 만날 사교육비 증가만 주장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하는 학부모는 "국제중 설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유학 떠나는 학생들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크게 착각하고 있다"며 "그들은 영어가 아닌 우리나라 공교육이 부실해서 떠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 공청회 시작전 국제중 설립에 반대하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 공청회 시작전 국제중 설립에 찬성하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회원들이 국제중 설립을 요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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