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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 공공연히 과시, 책임지겠다며 매수 종용"

이중분양 피해자들 "조합장과 공모한 것"...브로커 최씨 "나도 사기당했다"

등록|2008.10.15 15:40 수정|2008.10.15 15:40

▲ 비산 대림 아파트 전경 ⓒ 대림아파트




경기도 안양 비산동 대림 아파트 사기 분양 피해자들은 계약 당사자가 누구였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구속된 조합장 김아무개(34)씨와 직접 계약한 유형이 있고 부동산을 통해 계약한 유형이 있다. 또 최아무개(55, 여)씨를 통해 계약한 유형의 피해자들이 있다.

그 중 최씨를 통해 계약한 피해자들이 최씨를 '사기혐의'로 고소,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고 최씨에게는 출국 금지 명령이 떨어진 상태다. 피해자 유아무개씨에 따르면, 최씨는 피해자들에게 "시행사인 새로본 건설에 투자해서 그 대가로 분양권  5개를 받았다. 그 중 1개를 매매하는 것"이라고 속이는 수법으로 무려 아파트 30여채를 매매한 것으로 전한다. 

피해자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조합장이 최씨를 중간 브로커로 활용하며 상당한 이익을 보장해 주며 이중 매매를 권유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이는 조합장과 최씨가 사전 공모하고 저지른 일이라 주장하고 있다.

현재 최씨에게 사기 당했다며 최씨를 고소한 피해자는 총 23명이고 피해액은 92억1412만원이다. 가장 많은 액수를 사기 당했다고 신고한 피해자는 함아무개씨(6억6500만원)이고 가장 적은 액수를 신고한 피해자는 송아무개씨(1억)다.

최씨를 고소한 피해자 23명은 공동 비상대책위원회와는 별도로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법적대응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12시 30분경, 소송 대표직을 맡고 직접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유시진(47·가명)씨를 만났다.

최씨 앞으로 등재된 재산은 아무것도

▲ 거래사실확인서 ⓒ 이민선


피해자 유씨는 딱 한 달 만에 4억이란 돈을 날렸다는 것이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울분을 토했다. 유씨가 브로커 최씨와 105m²(32평형) 크기 아파트를 계약한 것은 지난 7월 10일이고 잔금을 치른 날짜는 8월 13일이다.

"당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처참했어요. 한 달 만에 4억이란 돈을 날렸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지요. 당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9월 20일) 조합 사무실 갔다가 곧바로 최씨 집으로 뛰어갔어요. 집에 없어서 곧바로 병원(최씨는 안양 모 병원 원장 부인이다)으로 뛰어 갔고요. 하지만 그날은 만나지 못하고 통화만 했어요."

최씨는, "이중 분양 됐다는데 어찌된 일이냐?"고 따져 묻는 피해자 유씨에게 "조합에서 대림으로 명단 넘겼는데 아직 교체 안 된 것 같다. 며칠 지나면 정상적으로 입주 점검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유씨는 최씨가 며칠 기다리라고 말한 이유가 시간을 벌어 외국으로 도망치려는 속셈이었다고 추측하고 있다. 최씨는 피해자들에게 붙잡혔을 당시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22일, 고소하고 피해자 5명이 최씨를 관양동 국민은행 앞에서 붙잡아서 경찰에 인계했어요. 소지품 중에 여권이 있었어요. 아마 외국으로 도망치려고 했나 봐요. 더 기막힌 것은 재산 추적해보니 최씨 명의로 된 재산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만 봐도 아주 계획적인 거죠. 남편인 원장 재산도 사건 터지고 난 4일 후인 24일 모두 가압류됐어요. 가압류한 사람이 누구냐고요? 그것은 아직 몰라요."

최씨 남편 명의 재산은 9월 24일자로 모두 가압류 상태

▲ 진술서 ⓒ 이민선


유씨는 최씨 남편명의 병원 건물과 아파트 등기부 등본을 가지고 있었다. 등기부 등본에는 9월 24일 모두 가압류 처리된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이것도 계획적인 행동이라고 유씨는 추측하고 있다.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가압류시켜서 재산을 은닉하려는 수법이라는 것.

최씨는 계약금이나 중도금받을 때 되도록이면 입금시키지 말고 수표로 준비해 달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자기 계좌로 많은 금액이 들어오니까 되도록이면 입금시키지 말고 수표로 가져오라고 했어요. 금감원에 추적당한다면서. 그래서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 피해자들이 수표로 줬어요. 그래서 경찰도 자금 추적이 굉장히 어렵다고 했어요."

최씨를 소환, 조사하고 있는 안양경찰서 경제팀 김모 경장은 "최씨가 현재 자기도 조합장 김씨에게 사기당한 피해자이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15일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유씨는 이러한 최씨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다. 최씨가 한두 채 매매했으면 믿을 수 있겠지만 무려 30채씩이나 매매했는데 '당했다'는 말이 성립될 수는 없다는 것. 또, 최씨가 매매한 것 중 단 한 채도 입주자 명단에 속해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때문에 최씨 주장은 전혀 성립될 수 없고 오히려 최씨가 구속된 조합장 김씨와 공모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강변했다.

"조합장과 공모한 것입니다. 분양권을 직접 여러 사람에게 매매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중 분양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겠지요. 30채씩이나 매매하는 동안 이중분양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또, 은행을 거치지 않고 현금이나 수표로 받으려 했던 점은 돈 세탁하려 했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고요. 사고 발생 이후, 신속하게 남편 재산(아파트, 병원)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가압류 시켜 놓은 것은 사전에 계획하지 않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 이지요."

최씨, 공공연히 남편 재력 과시하며 피해자들 안심시켜

피해자들이 최씨에게 쉽게 속았던 것은 최씨 남편이 재산이 많아 보이는 병원 원장이었다는 점이다. 최씨는 피해자들에게 공공연히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며 매수를 종용했다고 한다.

"남편이 병원장이고 아파트 64평에 살고 있으며 캐나다에 부동산도 많이 있고 딸들도 의사라고 하며 본인 재력을 과시했어요. 그러면서 만약 일이 잘못되면 자신이 모두 책임지겠다고 했어요."

현재 유씨를 비롯한 피해자 23명은 최씨를 철저히 수사해서 빼돌린 돈 행방 밝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 유씨를 인터뷰한 후, 사실 확인을 위해 최씨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씨는 계속 부재중이었다.

지난 9월 20일, 안양 비산동 대림 아파트는 이중 분양 사기 사건에 휩싸였다.  조합장 김모(34)씨가 브로커, 부동산 등과 함께 이중 분양을 한 것이다. 김씨는 당일 날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피해자들은 비대위를 만들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피의자 김 조합장은 지난 9월23일 구속됐고 대림 아파트 시행사 새로본건설 대표 김모(48)씨도 22일 긴급 체포, 조합장과 공모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9월 24일 저녁,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들은 지난 30일 검찰로 송치됐다.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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