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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라에서 농사 계속 지어야 하나"

쌀 직불금 공직자 대거 수령에 농민들 '분노'

등록|2008.10.15 17:23 수정|2008.10.15 17:53

▲ 충남 홍성군 장곡면 가을 들녘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심규상


쌀 직불금을 고위 공직자와 공무원,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이 대거 수령했다는 소식에 농민들은 분노감을 표시했다.

김영석(47, 충남 보령시 주교면 주교리)씨는 4㏊ 정도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15일에도 한참 논바닥에서 벼 수확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가 기자의 질문에 한숨을 토해냈다.
  
김 씨는 "비료값·농약값에 각종 농자재값마저 폭등한 반면 쌀값과 농산물값은 제 자리 걸음만 하고 있어 농사짓기가 너무 힘들다"며 "죽는 소리 하려는 게 아니라 실제 생산비도 건지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쌀 직불금이 농사도 짓지 않는 엉뚱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현실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며 "어느 읍면동을 털어도 농사와 무관한 사람이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경자유전' 포기하고 투기세력에 농지 내준 정부가 책임"

그는 "이 같은 문제는 정부가 경자유전의 원칙을 포기한 데서 기인 한다"며 "농사와는 무관한 투기세력에게 농지를 허용하게 한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거듭 "잘못 지급된 쌀 직불금을 모두 환수 조치하고 고위 공직자에 대해서는 곧바로 파면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북 영동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오상근 (52)씨는 "쌀 직불금을 고위 공직자를 비롯, 수만 명의 공무원과 사회지도급 인사들이 부당 수급했다는 얘기를 듣고 농사짓기가 싫을 만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어렵게 땅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의 몫을 빼앗아 자신의 주머니를 채운 양심을 저버린 행위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해 11월 한미FTA저지운동에 나선 한 농민 ⓒ 심규상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사는 유 모 씨는 지난 5년 동안 자신이 받아야 할 논 농업 직불금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바 있다. 유씨는 지난 해 설천면 주민자치센터에 논 농업 보조금을 신청하러 갔다가 자신이 경작해온 땅(3628m²)에 대한 직불금을 지난 2002년부터 아랫마을에 사는 엉뚱한 사람에게 지급돼 온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하지만 유 씨가 더욱 분노한 것은 공무원들의 태도였다. 관할 설천주민자치센터는 유 씨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수개월이 지나도록 경위파악이나 보상금 회수 등 관련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오마이뉴스>를 통해서도 보도된 바 있다. <관련기사/ 엉뚱한 사람에게 지급된 '농사보조금'/ 2007.9.27>

다른 사람에게 직불금 뺏긴 유 모씨 "공무원 복지부동이 더 분통"

유 씨는 "언론 보도이후 주민자치센터로 부터 보조금을 회수해 국고로 귀속시켰다는 구두 연락을 받았다"며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한 농민에게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언론보도이후에서야 일을 처리한 해당 공무원의 처사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엉터리로 지급되고 있는 실태를 제기해도 복지부동인 공무원들의 태도에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재만(45,전북 익산시 여산면)씨는 3㏊ 논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농민들이 받아야 할 직불금을 빼앗아 간 것은 농산물을 훔쳐간 것과 같은 파렴치한 행위'라며 "농민들이 의욕을 갖고 농사 일에 전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부당 수급자들을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업경연인 중앙회 회장단과 충남 시군연합회 임원들은 16일 충남 태안에서 벼를 갈아 엎을 예정이다. 한국농업경영인엽합회 충남연합회 관계자는 "각종 물가는 폭등하는 데 쌀 값만 3년 째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며 "태안에서 열리는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국정감사에 맞춰 정부의 쌀 정책을 질타하는 항의시위"라고 말했다.

약 6㏊ 가량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재길(충남 아산시 인주면)씨는 "현재 살고 있는 마을의 우량농지 80% 이상이 농사를 짓지 않는 외지인 소유"라며 "우량 농지만이라도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소유할 수 있도록 법적 정치를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장항군 농민회 "벼룩의 간 빼 먹는 짓"

▲ 충남의 한 농가 ⓒ 심규상


그는 "쌀값 인상은 어렵다던 공직자들이 쌀 직불금을 떼먹는 대한민국에서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장항군 농민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WTO출범과 수매제 폐지 이후 나락값마저 하락하면서 농민들은 직불금에 작은 위로를 받고 있다"며 "직불금마저 가로챈 것은 벼룩의 간을 빼먹는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비난 했다.

이어 "이 같은 부당수급사례를 끊임없이 제기해 왔지만 공무집행에 적극성과 책임성이 없고 농민들의 신청과 민원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경작자에만 100% 지급되도록 직불금 체계를 강화하고 직불금을 1㏊당 150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쌀 직불제는 정부가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가소득 감소분의 일정액을 보전하는 것으로, 2002년도 생산된 쌀부터 도입됐다. 쌀값의 하락여부는 과거 5개년도 평균 가격 중 최고치와 최저 가치를 뺀 가격을 평균한 기준가와 당해 년도 평균 가격을 비교해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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