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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안 먹었다고 꼭 두끼 찾아 먹어야만 돼?"

[대전 열기구축제 관람기] 열기구, 평양냉면 그리고 내장탕

등록|2008.10.16 14:22 수정|2008.10.16 14:40

▲ 전날에는 이 갑천 위로 열기구 대여섯개가 줄을 지어 날랐다 하니 은은히 강물에 비치는 열기구 불빛이 장관이었으리라. ⓒ 이덕은


아이들이 비행기처럼 두 팔을 펼치고 놀이터를 뛰어 돌아다닌다. 비록 땅에서 뛰어 다니지만 마음만은 푸른 창공을 헤치고 제 마음대로 떠다니는 새와 같다. 그러나 날아본다라는 욕구가 어디 아이들만의 전유물인가? 어른들도 이에 못지 않게 행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 패러모터, 경비행기, 열기구 등 경제력만 뒷받침된다면 날아본다는데 뛰어들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만약 그것도 안 된다면 영화에서나 보던 화려한 열기구를 가까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자유의 나래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 바스켓에 연료통을 장착하고 기구에 더운 바람을 집어넣은 후 비행을 시작한다. ⓒ 이덕은


대전에서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열기구축제가 열렸다. 사진을 위해서는 야간 열기구비행을 봤어야 했지만 시간을 낸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일요일 새벽 고속버스를 타고 유성에 내리니 8시 조금 넘었다. 택시를 타고 행사장 근방에 가니 열기구 두 개 떠 있는 것이 멀리서도 보인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나마 이렇게 자유비행을 보는 것도 행운이었다. 막상 열기구대회가 시작되는 9시부터는 안전을 이유로 자유비행을 금지시켜 밧줄을 매어 달고 맛보기 체험행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 열기구 버너와 가스통. 패러모터의 엔진은 이태리제가 대부분인데 전에 파퓰러 사이언스라는 잡지에서는 DIY로 1인승 헬기, 경비행기 만드는 방법까지 소개 되있어 요즘 같은 경제난국이 지나고 나면 붐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덕은


전날에는 많은 열기구가 행사에 참여한 듯 갑천 둔치에는 버너가 달린 바스켓과 송풍장치, 가스통들이 널려 있어 못내 전날 참석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새장에 갇힌 듯한 열기구 사이를 날아다니는 패러모터(자력으로 날 수 있는 패러그라이더)들이  그나마 섭섭함을 달래준다.

열기구를 날리는 데는 많은 사람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길게 펼쳐놓은 기구 주둥이를 사람들이 넓게 벌리고 그 안으로 버너를 작동시켜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는다. 간헐적으로 불어넣으니 올라갈 것 같지 않던 기구는 서서히 형태를 잡아가며 떠오르기 시작한다. 주위의 구경꾼들도 탄성을 지르며 하늘로 봉싯 솟아올라간 기구를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접어놓았을 때는 볼품없던 기구가 햇살을 받으니 현란한 색조가 아니더라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전적으로 캔버스가 된 맑고 푸른 가을 하늘 덕분이다.

▲ 패러모터는 곁에서 보기에 산꼭대기로부터 활강해 내려오는 패러글라이딩보다 쉽고 재미있어 보인다. ⓒ 이덕은


패러모터는 시동을 걸고 조금씩 출력을 올려 패러슈트가 잘 펴지도록 정리를 한 뒤 이륙한다. 1인승은 모터를 등에 지고 함께 뛰어 나가며 양력을 얻고, 2인승은 바퀴 달린 프레임 뒤에 달린 모터 회전을 높혀 상승한다. 산꼭대기에서 달음박질로 양력을 만드는 순수 패러글라이딩보다 풍력모터를 이용하는 패러모터는 곁에서 보기에 훨씬 쉽고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중에는 난다는 확신을 못하고 활주하는 동안 구경꾼을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어서, 마치 고속도로에서 너무 급해서 운전기사에게 호기좋게 소리치며 내려 달랬다가 막상 내려 지퍼를 내리고 뒤를 돌아보니 줄줄이 서 있는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자신에게 쏠려서 볼일을 못 보고야마는 심약한 승객 같아 절로 웃음이 나온다.

먹음직스런 평양냉면2% 부족한 맛이지만 양도 많고 내가 좋아하는 냉면김치도 듬뿍줘서 흐뭇한 집. 본점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이사를 간 모양이었다. 대신 딸이 하는 집에서 평양냉면을 먹는다. (042-862-4687) ⓒ 이덕은


오래 전 대전에 있어 보았지만 평양냉면은 시내에 있는 사리원으로만 갔지 유성에 있는 숯골 원(元)냉면을 먹어 보질 못했다. 택시기사가 맛이 예전만 못하다고는 했지만 기왕 시간을 내서 내려왔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신성동에 있다는 냉면집은 기사도 헷갈린다. 원래 있던 곳에는 커다란 횟집만 있어서 초입에 숯골원냉면이라 쓰인 간판 달린 곳으로 간다.

의외로 손님이 적다. 진위를 파악하는 나의 물음에 딸이라고 한다. 편육이 없는 냉면집이라니! 반주는 포기하고 냉면만 시킨다. 2% 빠진 맛. 사리는 내가 원하던 맛이지만 어딘가 숙성이 덜 된 것 같은 밀가루 냄새가 살짝 풍기는 맛이다. 그러나 강한 맛을 좋아하는 요즈음 입맛에 밀려 평양냉면이 거의 사라지는 판에 이 정도만 돼도 살아남아 있다는데 만족을 하고 나온다.

▲ 내용물이 알차서 '육사시미'를 먹고 싶게 만드는 내장탕. (042-825-5331) ⓒ 이덕은


반주 한잔하고 고속버스에서 MP3나 들으며 졸며 올라오려던 참에 엉뚱하게 브레이크가 걸리니 좀 거시기하다. 터미널 근처 사우나에서 땀과 먼지를 닦아내고 근처를 어슬렁거려 본다. '한우가 아니면 1천만원을 배상해드리겠습니다'라고 써놓은 한우정육식당이 눈에 띈다. 옆자리 손님이 '육사시미'를 시켜 먹는 것을 보니 대략 선도는 짐작된다. 펄펄 끓는 내장탕. 3O21h란 말을 아시는지? 산소가 3배 많아 1시간 일찍 깨는 술이라 풀이가 되어 있는 이 동네 술 '린'을 함께 주문한다. 탕에는 양과 허파뿐만 아니라 내장에 붙은 고기점과 곱창도 들어 있다. 푹 익혀 입안을 까칠하게 만들지 않고 부드럽다. 국물은 소금간을 하지 않았지만 그대로 먹어도 싱거운 맛을 느끼지 못한다. 물가가 올라가는데 이 정도에 5천원이라면 착한 값이다.

그런데 아침 안 먹었다고 꼭 두 끼 찾아 먹어야만 돼?

음-머 징하네요 잉!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a href='http://yonseidc.com/' target='_blank'>연세56치과</a>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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