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3)
― ‘다섯 편의 작품’, ‘열한 편의 작품’ 다듬기
ㄱ. 다섯 편의 작품
.. 여기에 수록된 다섯 편의 작품은 픽션으로서 문학 작품입니다 .. <우리와 안녕하려면>(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 양철북,2007) 5쪽
‘수록(收錄)된’은 ‘실린’으로 다듬습니다. ‘픽션(fiction)’은 ‘꾸민 이야기’를 가리킵니다. 이 자리에서는 “꾸민 이야기로서 문학 작품입니다”나 “내가 지어낸 이야기로, 문학 작품입니다”쯤으로 다듬으면 됩니다.
┌ 편(篇)
│ (1) 형식이나 내용, 성질 따위가 다른 글을 구별하여 나타내는 말
│ - 기초 편 / 수필 편 / 소설 편
│ (2) 책이나 시문(詩文)을 세는 단위
│ - 시 한 편 / 그는 평생 동안 수필을 500편이나 썼다
│ (3) 책의 내용을 일정한 단락으로 크게 나눈 한 부분을 나타내는 말
│ - 제5편 / 제1편 제2장
│
├ 다섯 편의 작품은
│→ 작품 다섯 편은
│→ 다섯 작품은
│→ 다섯 가지 글은
│→ 글 다섯 꼭지는
│→ 글 다섯은
└ …
보기글에서는 글차례만 바꾸어도 됩니다. “작품 다섯 편”이라고 적어야 올바라요. “한 편의 시”가 아니라 “시 한 편”이잖습니까. “한 편의 글”이 아니라 “글 한 편”이고요.
조금 마음을 기울여 준다면, “시 한 꼭지”나 “글 한 꼭지”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말을 붙이지 않고 “시 하나”나 “글 하나”라고 적어도 좋아요.
ㄴ. 열한 편의 작품
.. 이 책은 신일본출판사에서 2006년에 펴낸 <환상의 개>, <문을 열고>, <하늘은 이어져 있다> 3권의 책 가운데서 열한 편의 작품을 가려 뽑아 우리 말로 옮겼음을 밝혀 둡니다 .. <하늘은 이어져 있다>(일본아동문학자협회 엮음/문연주 옮김, 낮은산,2008) 260쪽
‘선별(選別)’이나 ‘선정(選定)’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가려 뽑아’를 쓴 대목이 반갑습니다. ‘가려뽑다’ 같은 낱말은 넉넉히 한 낱말로 삼아서 국어사전에도 실을 만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열한 편의 작품을 가려 뽑아
│
│→ 열한 작품을 가려 뽑아
│→ 열한 꼭지를 가려 뽑아
│→ 열한 가지 글을 가려 뽑아
│→ 열한 가지 이야기를 가려 뽑아
└ …
그렇지만 토씨 ‘-의’를 알맞지 못하게 붙인 대목은 아쉽습니다. 알맞춤하게 ‘가려 뽑다’라는 낱말을 고르고, ‘번역(飜譯)’이 아닌 ‘옮기다’라는 낱말을 고르는 마음결이었는데, 조금 더 헤아리는 마음결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한 군데 더 살피는 눈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는지요.
┌ 3권의 책 (x)
└ 책 세 권 (o)
그러고 보니 보기글 가운데 짬에도 “책 세 권”이 아닌 “3권의 책”으로 적어 놓았군요. 꽤나 예전부터 잘못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한 잔의 물” 꼴인데, 이 책을 옮긴 분도 이 말투에 물들거나 매여서 헤어나지 못하는 셈인가요. 옮긴이를 넘어서 책을 펴내는 출판사에서도 “3권의 책”이 아닌 “책 세 권”으로 바로잡아 줄 만한 편집자가 없는 셈인가요.
책 한 권에서 잘못 쓰이는 낱말이나 말투는, 이 책을 읽을 수천 수만 사람한테 영향을 끼칩니다. 방송 풀그림 한 꼭지에서 잘못 들려주는 낱말이나 말투는, 그 방송 풀그림을 들여다볼 수만 수십만 사람들한테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들 누구나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 않을 테고, 찬찬히 생각을 기울인 끝에 하기는 할 터이나, 잠깐잠깐 마음을 놓으면서 풀어놓는 얄궂은 낱말과 말투는, 우리 말 문화를 안타까운 쪽으로 뒤틀거나 흔듭니다. ‘그 뭐 낱말 한 마디가 대수인가’ 하고 여기면 큰코 다칩니다. 씨앗 하나에서 수백 알곡이 나오고, 씨앗 하나가 우람한 나무로 자랍니다. 잘 뿌린 씨앗 하나도 큰나무가 되지만, 잘못 뿌린 씨앗 하나도 큰나무가 됩니다. 튼튼하고 아름다운 나무를 키울 수 있는 우리들인 한편, 튼튼하지 못하고 아름답지도 못한 나무가 자라도록 내버려 둘 수 있는 우리들이기도 합니다.
.. 여기에 수록된 다섯 편의 작품은 픽션으로서 문학 작품입니다 .. <우리와 안녕하려면>(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 양철북,2007) 5쪽
┌ 편(篇)
│ (1) 형식이나 내용, 성질 따위가 다른 글을 구별하여 나타내는 말
│ - 기초 편 / 수필 편 / 소설 편
│ (2) 책이나 시문(詩文)을 세는 단위
│ - 시 한 편 / 그는 평생 동안 수필을 500편이나 썼다
│ (3) 책의 내용을 일정한 단락으로 크게 나눈 한 부분을 나타내는 말
│ - 제5편 / 제1편 제2장
│
├ 다섯 편의 작품은
│→ 작품 다섯 편은
│→ 다섯 작품은
│→ 다섯 가지 글은
│→ 글 다섯 꼭지는
│→ 글 다섯은
└ …
보기글에서는 글차례만 바꾸어도 됩니다. “작품 다섯 편”이라고 적어야 올바라요. “한 편의 시”가 아니라 “시 한 편”이잖습니까. “한 편의 글”이 아니라 “글 한 편”이고요.
조금 마음을 기울여 준다면, “시 한 꼭지”나 “글 한 꼭지”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말을 붙이지 않고 “시 하나”나 “글 하나”라고 적어도 좋아요.
ㄴ. 열한 편의 작품
.. 이 책은 신일본출판사에서 2006년에 펴낸 <환상의 개>, <문을 열고>, <하늘은 이어져 있다> 3권의 책 가운데서 열한 편의 작품을 가려 뽑아 우리 말로 옮겼음을 밝혀 둡니다 .. <하늘은 이어져 있다>(일본아동문학자협회 엮음/문연주 옮김, 낮은산,2008) 260쪽
‘선별(選別)’이나 ‘선정(選定)’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가려 뽑아’를 쓴 대목이 반갑습니다. ‘가려뽑다’ 같은 낱말은 넉넉히 한 낱말로 삼아서 국어사전에도 실을 만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열한 편의 작품을 가려 뽑아
│
│→ 열한 작품을 가려 뽑아
│→ 열한 꼭지를 가려 뽑아
│→ 열한 가지 글을 가려 뽑아
│→ 열한 가지 이야기를 가려 뽑아
└ …
그렇지만 토씨 ‘-의’를 알맞지 못하게 붙인 대목은 아쉽습니다. 알맞춤하게 ‘가려 뽑다’라는 낱말을 고르고, ‘번역(飜譯)’이 아닌 ‘옮기다’라는 낱말을 고르는 마음결이었는데, 조금 더 헤아리는 마음결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한 군데 더 살피는 눈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는지요.
┌ 3권의 책 (x)
└ 책 세 권 (o)
그러고 보니 보기글 가운데 짬에도 “책 세 권”이 아닌 “3권의 책”으로 적어 놓았군요. 꽤나 예전부터 잘못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한 잔의 물” 꼴인데, 이 책을 옮긴 분도 이 말투에 물들거나 매여서 헤어나지 못하는 셈인가요. 옮긴이를 넘어서 책을 펴내는 출판사에서도 “3권의 책”이 아닌 “책 세 권”으로 바로잡아 줄 만한 편집자가 없는 셈인가요.
책 한 권에서 잘못 쓰이는 낱말이나 말투는, 이 책을 읽을 수천 수만 사람한테 영향을 끼칩니다. 방송 풀그림 한 꼭지에서 잘못 들려주는 낱말이나 말투는, 그 방송 풀그림을 들여다볼 수만 수십만 사람들한테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들 누구나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 않을 테고, 찬찬히 생각을 기울인 끝에 하기는 할 터이나, 잠깐잠깐 마음을 놓으면서 풀어놓는 얄궂은 낱말과 말투는, 우리 말 문화를 안타까운 쪽으로 뒤틀거나 흔듭니다. ‘그 뭐 낱말 한 마디가 대수인가’ 하고 여기면 큰코 다칩니다. 씨앗 하나에서 수백 알곡이 나오고, 씨앗 하나가 우람한 나무로 자랍니다. 잘 뿌린 씨앗 하나도 큰나무가 되지만, 잘못 뿌린 씨앗 하나도 큰나무가 됩니다. 튼튼하고 아름다운 나무를 키울 수 있는 우리들인 한편, 튼튼하지 못하고 아름답지도 못한 나무가 자라도록 내버려 둘 수 있는 우리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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