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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118) 키덜트적

'키덜트적 감수성을 갖고 있지 않을까' 다듬기

등록|2008.10.17 18:09 수정|2008.10.17 18:09
..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어린 시절 감성을 갖고 있는 이들을 키덜트(kid + adult)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키덜트적 감수성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그 골목이 말을 걸다>(김대홍, 넥서스BOOKS, 2008) 143쪽

‘여전(如前)히’는 ‘똑같이’나 ‘다름없이’로 다듬고, “어린 시절(時節)”은 “어린 날”이나 “어릴 적”으로 다듬습니다. ‘감성(感性)’이나 ‘감수성(感受性)’은 모두 ‘마음’이나 ‘느낌’으로 손보고, “정도(程度)의 차이(差異)는 있겠지만”은 “조금씩 다르겠지만”이나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으로 손봅니다. ‘대부분(大部分)’은 ‘으레’나 ‘거의’나 ‘거의 모두’로 손질합니다.

 ┌ 키덜트적 : x
 ├ 키덜트 : x
 │
 ├ 키덜트적 감수성
 │→ 아이 같은 마음
 │→ 아이 적 마음
 │→ 어린이 마음
 │→ 아이 마음
 └ …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는 세상물에 깊이 젖어들지 않았습니다. 한 살 두 살 열 살 스무 살 먹어 가는 동안 조금씩 세상물이 들거나 젖습니다. 아이를 둘러싼 삶터가 아름답거나 사랑스럽다면, 아이는 저절로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받아먹습니다. 아이 몸과 마음에는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이 묻어납니다. 거꾸로 아이를 둘러싼 삶터가 싸움투성이요 어수선하다면, 아이는 으레 싸움과 어수선함을 받아먹습니다. 아이 몸과 마음에는 싸움과 미움과 어수선함과 어지러움이 깊이 새겨집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어버이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아이 둘레 삶터를 잘 살피고 다스려야 합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더라도, 내 둘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한테 내 모습과 내 삶이 고스란히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아이 없는 어른이라 해도 아이 있는 어른과 똑같이 매무새를 추스르고 마음을 갈고닦아야 합니다.

그러는 가운데 집안살림은 집안살림대로 알뜰히 꾸리고, 마을 문화는 마을 문화대로 가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영향을 받게 되는 사회와 나라가 올바르게 서서 아름답게 나아가도록 힘을 보태야 합니다. 집사랑 마을사랑 겨레사랑 나라사랑이 될 때 비로소 아이사랑이 되는데, 흔히 말하는 ‘애국 애족’이 아니라, 참되고 착하고 맑은 마음결로 사람을 껴안고 어우르는 사랑이어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이 쓰는 말이 아이가 배워서 익히는 말이 됩니다. 어른들이 사투리를 쓰니 아이들이 사투리를 씁니다. 사투리는 나쁜 말이 아닙니다. 고장말입니다. 아이는 제가 나고 자란 마을 문화를 맨 먼저 말부터 배우게 됩니다. 말을 배우고 말을 쓰는 둘레 어른들 모습과 매무새를 배웁니다. 마을 느낌과 흐름을 배우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배우며, 이웃마을 사람과 우리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어우러지고 있는가를 배웁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어버이와 피붙이도 만나고, 어버이 동무도 만나고 내 또래 동무도 만납니다. 손위 언니 오빠를 만나고 손아래 동생을 만납니다. 이러는 동안에도 말을 배우고 삶을 배우고 세상을 배웁니다. 우리가 처음 세상에 나와서 죽는 날까지 ‘사람은 배워야 한다’고 하는 말은 괜히 하지 않습니다. 어릴 적에 다 배웠다고 잘못 여기고 있는 말과 글 또한, 젊을 적에도 나이들 적에도 죽는 날까지도 새로 배우고 새로 깨닫기 마련입니다.

 ┌ 애늙은이
 └ 철부지 / 철모르쟁이

그런데 둘레 삶터와 어른들한테 영향을 받아서, 아주 어릴 때부터 일찍 철이 드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때때로 ‘애늙은이’ 같다고 그껴집니다. 그리고 나이가 퍽 들었으나 철이 들지 않아서 참 얄궂다고 느껴지는 어른이 있습니다. ‘철부지’요 ‘철모르쟁이’입니다.

 ┌ 어른아이 / 어른애
 └ 아이어른 / 애어른

한편, 일찌감치 철이 들었음에도 어린이다운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를 일컬어 ‘어른애’라 하거나 ‘큰 마음 작은 아이’ 같은 말을 쓰곤 합니다. ‘작지만 마음이 크다’고 합니다. 또한, 어른이 되었으면서도 어린이 같은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어서, ‘애어른’이라고, ‘큰 몸 맑은 어른’이라고 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젊’으며 ‘나이가 들어도 맑’다고 이야기하지요.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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