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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빨갱이 새끼들"... "군사기지 너나 가져"

제주도 행안위 국감, 제주 주민들 해군기지 찬반 격돌

등록|2008.10.18 13:11 수정|2008.10.20 09:24

1인시위국감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도청 정문 앞에서 강정마을 주민이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 장태욱


제주도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리는 17일, 제주도청 주변에는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단체가 서로 대치하면서 뜨거운 하루를 보냈다.

국감 앞두고 해군기지 찬반 단체들, 뜨겁게 격돌

17일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제주특별자치도 특별감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오전 9시경 국회의원들이 항공편으로 제주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고,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은 일찌감치 제주공항으로 달려갔다. 국감에 참여할 국회의원들에게 마을에 해군지기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자신들의 뜻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해군기지 찬성 집회이날 집회에 회원 150여 명이 참여했다. ⓒ 장태욱


그 시간, 도청 주면에서는 또 다른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제주도 해군기지 유치를 위한 범도민추진위원회'는 오전 9시 30분부터 도청 정문 앞에서 회원 1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정부가 제주도에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확정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는 동시에, 빠른 시일 내에 기지가 건설될 수 있도록 결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집회에 첫 번째 연사로 등장한 이상훈 범도민추진위원회 대표는 "우리 사회 주변을 보면 안보가 실종되어 보이지 않는다"며 "해군기지는 국책사업인 만큼 국가가 결정하면, 주민들은 그저 '감사합니다'며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회장해군기지 범도민추진위원회 이상훈 회장이 집회 도중 연설을 하는 모습이다. ⓒ 장태욱


이어 연설에 나선 홍석표 교수는 "민군복합형해군지기는 국가안보에, 제주경제 발전에 동시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더라도 난 찬성할 것이다
"며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의식한 발언을 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국회의 부대조건을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해군항과 크루즈항의 기능을 병행하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을 확정했음에도 반대단체는 이에 불복하여 국가 안보의 근간을 무시하고 있다"며 "제주도정은 반대단체의 눈치만 보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해군기지 찬성 집회집회에 참여한 회원들이 전단을 나눠 읽고 있다. ⓒ 장태욱


한편, 이날 해군기지 찬성 측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빨갱이들, 북에나 가서 살아라"며 원색적으로 욕설을 퍼부었고, 강정 주민들도 "해군기지 유치하려거든 너희 마을에 유치하지 왜 우리마을을 못살게 하냐"며 찬성단체 회원들을 비난했다. 양 집단간에 고성으로 설전이 오가며, 일촉즉발 충돌의 위기에 이르렀지만, 경찰들과 기자들의 만류로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충돌 직전이날 도청 앞에서 해군기지 찬성단체와 반대단체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뻔 했다. ⓒ 장태욱


의원들을 실은 비행기는 오전 9시 도착 예정이었지만, 항공기 운항이 지연되는 바람에 오전 9시 40분에야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이들을 맞은 것은 강정마을 주민들이었다.

주민들은 국감을 위해 제주를 방문한 국회의원들에게 손수 재배한 귤을 나눠주며, '강정마을에 해군기기가 들어서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나머지 주민들은 공항에서 제주도청에 이르는 3km의 양 길가에 군데군데 배치되어, '해군기지반대' 피켓을 들고 릴레이 1인시위를 펼쳤다. 주민들은 이번 국감에서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었다.

릴레이 1인시위국감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항공편으로 제주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고, 강정마을 주민들이 공항에서 도청까지 릴레이 1인시위를 펼쳤다. ⓒ 장태욱


조진형 행정안전위원장을 비롯한 행안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 13명은 오전 10시경 버스 편으로 도청에 당도했다. 이들을 태운 버스가 도청 앞에 들어오자, 해군기지에 찬성하는 단체들과 반대하는 단체들이 각각 큰 목소리로 자신들의 주장을 외쳤다.

오전 11시부터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국회 행자위의 국정감사에서도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도마에 올랐다.

제주도지사 "주민 동의 얻었다"

'해군기지'에 대한 발언은 제주도정의 주요 사업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처음 나왔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이 자리에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남방항로를 확보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주요 사업"이라고 소개한 뒤, "일부 주민들 중 해군기지 유치 여부를 주민투표에 붙이라고 주장하지만, 제주도가 국책사업에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소속 이범래 의원은 "공항에서 도청까지 오는 와중에 민군복합형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두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정부가 이미 시행하기로 확정했고, (일부) 예산 집행이 이루어진 사업에 대해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들은 해군기지를 백지화하라고 요구하는 거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태환 지사는 "현재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그 주장이 매우 다양한데, 대부분은 현재의 위치가 적합하지 않으니 다른 부지를 찾으라고 주장하는 거"라고 답했다.

이범래 의원제주도에 대한 국감에서 해군기지에 대해 '주민동의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이 의원이 주민 간 갈등을 해결하고 향후 사업을 진행할 대책이 있는지 묻자 김 지사는 "반대 측과 앞으로 더 충분히 대화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넘어가려 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도민 의견을 다시 물을 거냐"고 재차 확인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있어서 주민들 의견을 물을 방법을 고민했다. 하지만 실정법상 국책사업을 주민투표로 묻는 것은 법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여론조사로 주민의견을 물었다"고 답했다.

최규식 민주당 의원도 해군기지 문제를 거론했다. 최 의원은 "국책사업이 주민투표의 대상은 아니지만 주민동의를 얻어야하는 것은 맞지 않은가, 주민의 동의를 얻었다고 생각하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지난해 4월에 이미 결정한 사실"이라고 답했다.

단식 농성장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이 8일째 단식을 잇는 농성장에 천주교 사제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방문했다. ⓒ 장태욱


식을 줄을 모르는 '해군기지 반대' 

해군당국과 제주도가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제대로 된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를 거치지 않았다. 심지어는 해군기지 찬반을 묻기 위해 열린 마을총회가 찬성 측 주민에 의해 무산되기도 했고, 해군기지 반대대책위 소속 주민이 마을회장에 당선된 것을 두고 서귀포시청에서 마을회장으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까지 했다. 그럼에도 도지사는 국감에서 의원들에게 주민의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국감이 열리는 동안에도 강정마을 주민들은 도청 앞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해군기지에 반대하며 단식투쟁을 시작한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노상에서 8일째 단식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강 회장 주변에서는 천주교 제주교구 소속 사제들이 오후 내내 가을햇살을 맞으며 동조 농성을 펼치기도 했고, 신두완 명예도지사가 강 회장에게 꽃을 선물하기도 했다. 강 회장에게 하루종일 지지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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