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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만에 말 바꾼 강만수의 '오럴해저드' 마지막 카드, 그래도 달러빚 못 갚으면?

[전망] 신뢰잃은 뒷북 경제정책... 여전히 성장에 집착하는 이명박 정부

등록|2008.10.20 09:51 수정|2008.10.24 16:54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전광우(오른쪽) 금융위원장, 이성태(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고위 당정회의를 거쳐 확정한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을 공식 발표한 후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정부의 (은행 달러빚) 지급보증은 어찌 보면 마지막 카드이고, 이것으로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진짜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한성대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19일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종합대책을 묻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과연 현 경제팀으로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수 있을지에 대해선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이번 대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국내 고용·소비·투자 등 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일부에선 외환위기보다 더 힘든 경제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정부가 시중은행의 달러 빚까지 지급보증에 나서고, 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과연 이번 조치로 시장의 금융불안이 얼마나 해소될 수 있을까.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위기 불안이 사그러들수 있을까.

정부의 지급 보증, 실효성 있을까... 원화가 갖는 태생적 한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일시적인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금융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국민세금을 동원한 정부의 은행 달러빚 지급 보증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고, 미국 등 선진국과의 통화정책 공조 미비, 외환보유고 적정성 등에 따른 실효성 여부도 지적된다.

김상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은행 대외부채 정부 지급보증은 국제적인 공조분위기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들 선진국의 화폐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영국·일본 등의 화폐는 그 자체로 기축통화로서 국제적 교환성이 확보돼 있지만, 우리나라 원화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의 정부 지급 보증은 스스로 자국의 돈을 찍어내면 되지만, 우리는 이같은 교환성이 없기 때문에 달러를 얼마나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신뢰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정부는 단지 2400억달러라는 수치를 내놓고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같은 숫자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정부가 얼마나 위기 상황에서 경제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통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 16일 오전 원·달러 환율이 100원 이상 폭등한 채 거래되고 있는 가운데,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딜러들이 분주한 모습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14일 "아직 지급보증 필요없다" → 19일 "지급보증 필요 있었다"

이는 정부의 정책 신뢰로 다시 이어진다. 특히 이번 정부의 은행 달러빚 지급 보증에 대해서도 당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지난 14일 강 장관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잇따라 정부의 지급보증 조치를 내놓자, "필요시 (지급보증 대책 등을) 하겠다"면서도 "유럽과 호주 등 일부 국가는 이미 하고 있지만, 아시아 국가는 아직 그럴 필요까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강 장관의 발언은 5일을 채 버티지 못했다. 물론 그 사이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고, 주식과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등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확대되긴 했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19일 회견에서 "각국 정부가 은행간 차입에 대해 보증을 나서고 있어 국내 은행들이 해외자금 조달시 반사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강 장관의 섣부른 정책 언급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이미 싸늘한 상태다. 일부에선 '경제수장의 오럴해저드·오럴리스크'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강 장관은 지난 6일 시중은행장을 불러놓고,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들의 해외자산을 조기에 매각하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 장관의 이같은 공개적인 경고 발언은 오히려 "정부가 외환 유동성 위기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고, 환율은 더 출렁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시중 외화유동성은 문제없다"고 밝힌 그였다. 하룻밤새 전혀 다른 정책시그널을 시장에 던진 것이다.

"금융시장 요동친 지가 언제인데 이제서야"

이와 함께 경제 위기 상황에서 경제팀의 신속한 대응과 처방이 필요하지만, 뒤늦은 처방으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달러와 원화에 대한 유동성 확대 등을 내놓은 것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의) 대책 발표가 다소 늦은 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임원은 "이미 수주일 동안 금융시장은 주식과 환율이 하루에도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가 빠르게 진행되는데도, 정부는 겉으론 경제안정을 말하면서 여전히 부유층 중심의 감세나 금산분리 완화 등을 추진하면서 성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김상조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는 정말 위기상황에 처해있다"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정부가 그동안 정책 집행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함께 경제 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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