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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위령제 앞 댄스경연대회 '황당'

"위령탑 앞에 행사장 설치한 순천시 한심"...부서간 업무 협조 안돼

등록|2008.10.20 10:56 수정|2008.10.20 11:43

여순사건위령제순천시 팔마체육공원내 여순사건위령탑에서 열린 60주기 위령제에서 참석자들이 재단에 헌화하고 있다. ⓒ 최경필



여순사건유족들의 피맺힌 한과 순천시민들의 화해와 상생을 위한 염원이 담겨있는 여순사건위령탑. 18일 오후 3시부터 전남 순천팔마체육공원 위령탑에서는 지난해와 같이 위령제와 추모제가 열렸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김종현 대표를 비롯한 함평유족회(회장 노병량), 대전산내유족회(회장 김종현), 광주5월어머니회(회장 안성례) 등 전국에서 참석한 유족회 관계자와 여순사건유족회원, 시민단체관계자,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해 여순사건 60주년을 회고하고 화해와 상생을 염원하는 행사를 가졌다.

그런데 위령탑 앞을 가로막은 전국평생학습축제 행사 중 하나인 청소년댄스경연대회 무대가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위령제를 준비하려고 이날 위령탑을 찾았던 여순사건 화해를 위한 순천시민연대(이사장 위계룡, 이하 시민연대) 및 여순사건유족회(회장 장준표, 이하 유족회) 관계자들은 경악했다.

여순사건위령제여순사건위령탑 앞을 가로막은 청소년댄스경연대회 무대. 순천시 부서간 사전 업무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 최경필


이날 위계룡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위령탑 앞에 행사장을 설치한 순천시 관계자들이 한심할 따름"이라고 일갈했다. 또 여순사건 현지조사 및 위령제 참석을 위해 방문한 '진실과화해위원회' 관계자들도 순천시의 조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위령탑제막식2006년 4월 1일 순천시 팔마체육공원에 들어선 여순사건위령탑 제막식 ⓒ 최경필


이 위령탑은 지난 2006년 4월 순천시의 지원과 시민, 유족회의 성금을 모아 세운 것으로 그해부터 매년 10월 18일에 추모제를 지내왔다. 청소년댄스경연대회 무대가 설치된 곳은 바로 앞 팔마체육관 주차장이다.

이날 위령제에는 노관규 순천시장을 대신해 김영중 순천시 주민생활지원국장과 문화체육과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박흥수 전남도의원과 윤병철 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영중 국장은 시장 추모사를 대독하기에 앞서 "자신의 가족도 피해를 당한 유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추모제 행사장 앞에는 청소년댄스경연대회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청소년댄스경연대회를 주관한 평생학습과 관계자는 올초 행사계획을 세울 때 여순사건위령제와 겹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애초 실내행사 계획이었던 청소년댄스경연대회는 팔마체육관이 과학축전전시장으로 확정되면서 주차장으로 밀려났다는 것. 따라서 사전에 주무부서간 업무교류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번 여순사건위령제가 순천시에서는 본예산에 반영된 공식행사가 아니어서 사전에 장소, 일정 등 조정이 불가피했던 탓도 크다. 하지만, 이번 위령제를 앞두고 예산지원을 위한 시민연대 관계자들의 시장 면담 등이 있었고, 또 행사에 앞서 초청장을 보내 통보했다.

더욱 아쉬운 것은 18, 19일 이틀 예정인 청소년댄스경연대회의 무대설치작업 직전이라도 이번 위령제와 관련된 문화체육과 관계자들이 사전조치를 취할 시간이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이날 댄스경연대회 무대가 위령탑과 전혀 여유공간을 두지 않고 설치돼 위령탑을 중심으로 좌우편에 의자를 설치해야 했다.

그래서 대독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빠르게 이뤄지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시장 추모사도 공허한 메아리로 들렸다.

결국 시민연대 관계자들과 유족회측이 항의해 청소년댄스경연대회를 중단한 채 오후 3시부터 4시반까지 위령제가 거행됐다. 그러나 위령탑에는 행사를 마친 직후 다시 요란한 댄스음악이 메아리쳤다.

한편, 이날 위령제는 시민연대 장윤호 화해공원추진위원장의 사회로 제례, 헌다례, 조사, 추모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대전 산내학살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전숙자 시인의 추모시가 통한의 60주년을 맞은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했고, 늘 유족들의 슬픔을 노래로 위로했던 민중가수 문희원씨와 한 유족의 딸인 양혜란씨의 노래가 이어졌다.

여순사건60주기 순천위령제60년의 한을 넘어 평화의 상생으로 이어지길. ⓒ 최경필



여순사건60주기 순천위령제여순사건 순천시민연대 위계룡 이사장(윗줄좌), 순천유족회 장준표 회장(윗줄우),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김종현 회장(아랫줄좌), 광주5월어머니회 안성례 회장(가운데), 대전산내유족 전숙자 사인(아랫줄우) ⓒ 최경필


올해 추모행사는 시민연대의 뒤늦은 준비로 순천시의 예산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치러졌다. 여수시는 5천여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17일 여순사건과 관련한 전국적인 학술심포지엄을 서울에서 최초로 개최했고, 18일 오후부터 어울림마당, 평화인권예술제, 위령제, 토론회, 문학예술제, 역사순례, 길거리미술, 사진전시회, 인권영화제 등 8일에 걸쳐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논란도 결국 매년 10월 18일 치러지는 여순사건 위령제 행사가 본예산에 반영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순천시와 시의회의 각성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순천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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