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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원 웨딩케이크, 대체 뭘로 만든 거야?

주례연단·꽃길에 400만원, 폐백음식이 130만원... 결혼문화 유감

등록|2008.10.21 18:46 수정|2008.10.21 18:46

▲ 올해 호텔에서 결혼하는 부부 가운데 한쌍에게 재규어를 주겠다는 웨딩 마케팅. 너무 화려하게만 결혼식이 치러지는 것 같아 씁쓸하네요. ⓒ 이인


지난 18일, 친구가 결혼식을 올리는 서울 강남역 근처 호텔로 갔어요. 처음 가보는 그 곳은 무궁화 다섯 개인 5성급 호텔이더군요. 근엄한 인테리어와 화려한 샹들리에, 훈훈한 조명까지 세련되게 갖추어져 있었지요.

결혼식장이 있는 지하로 내려가는 길에 떡 하니 나타나는 재규어. 뭔가 싶어 글을 읽어 봤지요. '사랑하는 나의 신부에게 바칩니다'라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2008년에 오페라 웨딩을 올린 한 커플을 추첨하여 최고급 세단 재규어를 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네요. 티코도 몰기 어려운 형편이라 쓴 입맛만 다시게 되더군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사람은 밖에서 결혼식을 볼 수 있게 외부에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지요. 이렇게 크게 결혼식을 올리려면 도대체 얼마나 돈이 있어야 하는지 속으로 주판알을 튕기게 되더군요. 옆에 있는 사람이 이 정도 음식이면 한 사람에 5~6만원 한다고 귀띔을 해주었습니다.

콜라 한 잔이 5500원이라고?

▲ 결혼 견적을 뽑아보세요. 그 비용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 이인


도대체 결혼식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궁금하여 호텔 홈페이지를 갔더니 친절하게 견적을 뽑을 수 있게 되어있더군요. 지인이 알려준 5~6만원은 기본이고 8~11만원짜리 식사도 있더군요. 한 사람에 11만원이면 500명이 오면 5500만원, 1000명이 오면….

식사는 그렇다 치고 콜라와 사이다가 5500원이더군요. 오렌지주스 한 잔이 5500원, 맥주 한 병이 9000원, 떡 한 상자가 2만원, 한 마디로 '덜덜덜'이네요. 하객 테이블 장식은 필수로 개당 50000원부터라고 하니 최소한으로 잡고 테이블마다 콜라와 사이다가 4병, 맥주가 2병 있고 떡이 2상자 있었으니(5500x4 + 9000x2 + 20000x2 + 50000 = 130000), 한 테이블에 최소 13만원이 드네요. 테이블이 몇 개가 있었는지 차마 세지 못했습니다. 

먹고 마시는 거야 그렇다 치고 다른 비용도 살펴봤지요. 주례연단과 꽃길이 최소 400만원, 부케가 30만원이더군요. 거기다 이것저것 꽃장식이 덤으로 더해진다면 돈으로 길을 깔고 돈장식을 하는 게 더 쌀 듯싶어요.

이어서 폐백의상이 50만원, 폐백음식은 60만~130만원이더군요. 폐백도우미 비용 15만원은 필수사항이라는데, 하도 앞에서 몇 백만원 단위로 많이 써서인지 싸게 느껴질 정도네요. '결혼식 비용이 비싸구나'하고 어물쩍 넘어가려는데 웨딩케이크에서 좌절하게 되네요. 50만원짜리도 있지만 1500만원짜리도 있답니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도대체 1500만원짜리 케이크는 무엇으로 만들었기에 이렇게 비쌀까요.
  "난 이런 결혼 싫은데... 어른들 생각해야지"
결혼은 무척 소중한 일이고 아름다운 결합이지요. 친구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길 바라면서도 호화로운 결혼식이 못내 가슴에 걸리네요.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결혼식이겠지만 너무 화려한 것만 지향한 건 아닌지.

결혼식날 신랑 신부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지요. 초대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건 생각도 못하죠. 참석한 사람들과 짧은 인사 정도 나누는 것도 신랑신부는 벅차 하지요. 신랑신부는 짧은 시간과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치이며, 결혼식을 피곤하게 보내기 일쑤지요.

이날 결혼식에서도 저는 "축하해"라는 인사와 악수를 하는 것으로 친구와의 만남을 끝내야 했습니다. 물론 친구도 "많이 먹어"라고 한 뒤 또 다른 자리로 인사를 하러 급히 갔지요.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이어지는 폐백과 다음 계획으로 여유가 없었지요.

소중한 날이니 사람들을 초대하여 정성껏 준비한 자리를 함께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요. 하지만 최근엔 신랑신부는 가려지고 돈만 보이는 결혼식이 진행되는 것 같아 아쉽네요.

다른 친구 결혼식 뒤풀이 때는 이러한 결혼식 문화에 대해 토론이 이루어졌어요. 한 친구는 급기야 "난 절대 이렇게 결혼을 안 해, 사람 적게 부르고 잔치처럼 해야지"라고 하더군요. 이에 많은 친구들이 동의를 하면서도 지금처럼 이루어지는 결혼식을 거부하고 '다른 형태의 결혼식'을 할 마음은 없더군요. 친척과 집안 어른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집 장만과 결혼 혼수비용만으로 신부와 신랑은 부담이 엄청나지요. 거기다 비싼 웨딩홀이 아니어도 결혼식을 하려면 큰 돈이 필요합니다. 비용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연인들이 많고 집안이 넉넉하지 않으면 결혼식도 제대로 올리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부모세대도 자식들 결혼비용을 마련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기 일쑤지요.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는 이유로 불필요하게 큰 돈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돌려받을 돈이라 여기고 부조금을 내는 사람들, 얼굴 도장 찍고 밥 먹으러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결혼식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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