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가물고 덥기는 칠십 평생에 처음"
남부지방 가뭄 심각, 진양호 수위 '쑥' 내려가... 밀양 20일, 28.9℃
▲ 진양호 수위가 내려가면서 옛댐의 모습이 보인다. ⓒ 윤성효
▲ 최근 가뭄이 계속되어 상류지역에서 유입량이 줄어들면서 진양호의 수위가 낮아졌다. ⓒ 윤성효
"말도 마소. 가물고 10월에 덥기는 칠십 평생에 처음이요. 왜 이리 비가 오지 않는지 모르겠네요. 비 언제 온다카데요?"
18일 오후 진양호가 보이는 진주시 대평면에서 만난 농부 김기석(73)씨가 아직도 따가운 가을볕을 가리기 위해 썼던 밀짚모자를 벗으면서 말했다. 그는 "올해 배추며 무 농사는 망했다고 보면 된다"며 "올해 김장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겁니다"라고 말했다.
남부지방의 가뭄이 극심하다. 지리산 계곡도 말라 가고 있다. 벽소령대피소 등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들은 반드시 식수를 지참해야 한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10월 중순부터 벽소령대피소 등에는 판매용 식수를 제외한 식수를 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양호 수위도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에 따르면, 20일 현재 수위는 36.31m다. 이는 평균 수위 38.51m보다 2m 정도가 낮은 것이고, 40.24m였던 지난 해 같은 날과 비교하면 4m 정도나 내려갔다.
현재 수위는 1999년 진양호(남강댐) 보강댐 완공 뒤 가장 수위가 낮았던 2001년(36.35m)보다 더 낮다. 남강댐관리단은 지역의 용수공급을 위해 하루 평균 8㎥/sec를 하류로 흘러 보내고 있다.
남강댐관리단 관계자는 "상류 유입량이 적어지면서 수위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경우 용수공급을 위해 하류로 내려보내는 양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진양호에는 1999년 보강댐이 건설되기 전에 있었던 옛 댐까지 보인다. 옛 댐의 높이는 36.5m인데, 최근 수위가 낮아지면서 옛 댐의 모습이 드러난 것. 남강댐관리단 관계자는 "홍수기 때 수위 조절을 위해 물을 방류할 경우 옛 댐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홍수기가 아닌데도 옛 댐이 보이는 것은 그만큼 수위가 낮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 진양호 상류지대에는 벌써 바짝 말라가고 있다. ⓒ 윤성효
요즘 남부지방은 덥다. 여름 날씨 같다. 도심 한낮에는 반팔옷과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도 보인다. 최근에는 10월 중순 기온 최고치가 새롭게 갱신되고 있다.
마산기상대에 따르면, 10월 중순 들어 가장 더운 지역은 경남 밀양이다. 밀양은 20일 오후 2시 44분에 28.9℃를 기록했다. 10월 중순 들어 최고치가 다섯 차례나 바뀌었다. 지난 17일에는 29.1℃였고, 18일에는 29.9℃였다.
마산기상대는 오는 23일 전국적으로 비가 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경남도는 20일 현재 경남 지역의 올해 누적강우량은 802mm로 평년 1256mm의 63.8% 수준이라고 밝혔다. 9월 이후 강우량은 33mm로 평년대비 21.7%다.
경남도는 생활용수 부족으로 15개 시·군 199개 지역에서 운반과 제한급수를 하고, 농업용수 부족으로 밭작물 과수원 등에도 농작물 피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을 주민들은 계곡수와 지하수까지 말라가자 관정을 뚫으려 하고 있지만, 관정을 뚫어도 물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산청과 함안 몇 개 마을에서는 관정을 계획하고 있다.
▲ 가운데 보이는 부분이 진양호 옛댐. ⓒ 윤성효
경남도는 20일 오전 도청 재난종합상황실에서 유관기관·단체 관계자와 도청 실·과장, 시·군 담당과장 등 24명이 참여한 가운데 '가뭄대책 추진 관련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조윤명 행정부지사는 "가뭄의 피해는 태풍·호우와 같은 자연재난과 달리 서서히 진행되어 피해가 발생되므로 철저한 사전 예방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내년 3~4월까지 가뭄이 지속될 경우를 대비하여 중·장기 단계별 가뭄대책을 추진할 계획을 세웠으며, 소류지 준설·관정개발 등 가뭄 단기 대책 등에 필요한 부족 사업비 215억원의 국비 지원을 중앙부처에 긴급 요청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