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사하는 현정과 상훈 ⓒ 청어람
"See the Unseen", 요즘 방송되는 어느 광고의 카피문구다. 본질적인 이해에 도달하려면 보이지 않지만 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은 아닐까 공상을 해 본다. 영화읽기에서 주변에 등장하는 영상이 때론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사과>는 마치 진공 속에 놓여 있는 것처럼 인물들과 사건들을 배열한다. 그런 진공감은 많은 영화에서 느겨지는 감각이기도 하다. 영화가 속해 있는 역사와 사회라는 시공간적 감각은 별로 부각되지 않는다.
사랑이란 마주보며 딴 생각 하는 것!
현정(문소리 분)은 민석(이선균 분)과 연애를 하지만 결혼은 상훈(김태우 분)과 한다. 현정을 짝사랑한 상훈의 구애가 현정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마침 민석과의 결별로 상심에 빠져있던 현정의 상태도 중요했다.
<사과>는 여러 해외영화제에서 상 받은 영화가 으레 그렇듯이, 참 재미없고 밍밍한 영화다. 별다른 기복도 없고 영화내내 현정의 심리선을 쫓아서 진행되는 것이 전부다, 줄거리도 극도로 단순하다. 연애하고 사랑하는 일들의 의례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 점이 이 영화에서 진공감을 느끼게 만드는 이유다. 할리우드 영화의 액션과 자극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영화상영시간이 괴로울 수도 있다. 우리들의 평범한 삶을 재현해 놓은 듯한 영화는 영화적 판타지에 길든 사람에겐 괴로운 시간이 될 수 있다.
<사과>가 보여주는 일상의 장치들은 결국 남녀관계로 함몰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준다. 영화의 사이사이에는 사랑과 결혼의 공식이 비껴갈 수 없는 현실적인 사건들이 간간이 삽입되지만 영화의 큰 맥락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컷으로 지나친다. 일종의 영화적 주변이 등장하는 것이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솔직한 리얼 토크
영화의 제목이 '사과'다. 이 제목은 먹는 사과일까?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사과일까? 아니면 양쪽 다 일까? 영화에서 '먹는' 사과는 임신한 현정이 민석에게 사주는 것으로 딱 한 번 등장한다. 사람간의 사과를 분명하게 하는 것은 현정의 대사로 "미안해 미안해"가 한 번 등장한다.
영화의 제목이 영화의 내용을 함축하는 것이 맞다면 이건 사과(謝過)라고 생각해야 될 것 같다. 헤어졌던 민석은 현정을 찾아와 사과를 표시하고, 이혼을 말했던 현정은 상훈을 감싸 안으며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영화홍보에 의하면 이 영화는 "2008년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가장 솔직한 리얼 토크"이기도 하다. 밍밍한 내러티브에 참 많은 것을 담은 영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영화의 담은 많은 것들에도 불구하고 오직 사회에 대한 발언만 주변으로 밀려난 것 같다.
<사과>에는 다른 동시대의 영화들 처럼 사회에 대한 발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간접적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들에 묻혀 버리고 마는 것이 문제다. '리얼 토크'라고 내세우는 것 처럼 상업적 고려를 한다면 동시대에 관심을 더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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