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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구 도랑, 도시에서 그 물 먹고있다"

[인터뷰] 도랑살리기 나선 최충식 '(사)물포럼코리아' 사무처장

등록|2008.10.22 11:18 수정|2008.10.22 11:18

▲ '한국의 도랑살리기 운동'을 이끌고 있는 '(사)물포럼코리아' 최충식 사무처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한국의 도랑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물포럼코리아'의 최충식(36) 사무처장은 9명의 방문단을 이끌고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3박 4일 동안 일본 구마모토현 일대의 하천을 둘러봤다.

<오마이뉴스>는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 9일 최 사무처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댐 건설에 부정적이고,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려는 일본의 하천정책은 우리보다 선진적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수로로 이용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의 도랑물은 대부분 댐이나 저수지로 흘러들어 식수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도랑이 하수구로 전락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도랑살리기는 저비용 고효율의 식수원 확보 방안이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마을공동체 회복 수단이 된다"며 "올해 안에 전국 300여곳의 도랑의 실태를 조사하고, 30여곳의 도랑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랑 살리지 않고는 깨끗한 식수원 확보 불가능"

다음은 최충식 사무처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일본의 하천과 도랑을 돌아본 소감은?
"일본 구마모토현은 농지가 많은 지역으로 우리가 복원하려고 하는 도랑이 있는 한국 농촌의 풍경과 대체적으로 유사한 곳이었다. 일본의 경우, 정부 정책에 따라 규모가 있는 하천은 자연형 하천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고, 물길을 막았던 댐을 철거하거나 댐건설을 주민들의 힘으로 막아내는 모습 등은 매우 선진적인 개념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일본 하천의 기원이 되는 도랑의 경우, 산과 계곡까지 콘크리트 공사가 다 되어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지역주민들 얘기를 들어 보면, 자신들이 어릴 적만 해도 마을 앞 도랑에서 멱을 감을 정도로 깨끗했는데, 재해예방이라는 목적으로 도랑에 콘크리트 옹벽 공사를 하면서 물이 더러워지고, 고기가 사라졌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철저한 일본의 하천관리에 비해 마을 앞 도랑에 대한 관리는 정부나 지자체의 관심에서 멀리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한국의 소하천 관리정책이 오히려 더 나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일본의 하천관리를 돌아본 후 가장 인상 깊었던 던 점이 있다면?
"일단 일본의 시민들은 물을 대하는 자세가 한국과는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을 매우 소중히 하고, 이를 잘 관리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한 일본의 최대 강점은 하천에 '쓰레기'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도랑은 각종 쓰레기로 오염되어 있거나 농자재가 쌓여 있기 일쑤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산간이나 농로나 어디를 가든지 쓰레기를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도랑이나 하천의 오염원이 한국에 비해 적은 것 같다."

- 일본은 도랑이 대부분 수로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한국과는 차이가 있지 않은가?
"한국에서는 도랑의 물을 가지고 농사를 짓고, 도랑에서 빨래도 하고, 도랑의 물이 흘러가 댐으로 들어가면 식수원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지하수가 풍부하기 때문에 지하수를 식수로 공급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표수에 대한 수질관리 개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을 앞 도랑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지거나, 또는 마을의 하수를 내보내는 수로의 개념이 큰 것 같다.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마을 앞 도랑이 여러 가지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태적인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수질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도랑물은 대부분 댐이나 저수지로 흘러들어 식수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도랑이 하수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 (사)물포럼코리아 최충식 사무처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 물포럼코리아에서는 '도랑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왜 그러한 운동이 필요한 것인지, 하천운동이 왜 그러한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하는지 설명해 달라."한국의 도랑은 현재 그 마을의 하수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도랑물은 댐으로 흘러가 도시민의 식수가 되고 있다. 도랑에 있는 오염물질은 홍수가 지면 하류로 떠내려 와 댐이나 저수지의 녹조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도랑의 오염원을 제거하지 않고는 우리는 결코 깨끗한 식수원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이다.

또 하나 도랑살리기의 중요한 부분은 주민참여 부분이다. 정부와 지자체·시민단체·전문가가 아무리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최첨단 기술력을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도랑 주변의 주민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도랑을 중심으로 한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도랑에서 멱 감고, 빨래하던 옛 기억 그대로 도랑을 복원하고, 주민들이 이 도랑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하천 및 식수원 오염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도랑 살리기 운동'의 가장 큰 강조점이다."

- 한국의 도랑과 그를 둘러싼 마을은 수도 없이 많다. 어떻게 그 많은 도랑은 다 관리하나?
"맞다. 그렇기 때문에 도랑살리기가 필요한 것이다. 하천공사를 한 번 하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그러나 그 효과는 미미하다. 그러나 도랑살리기는 저비용 고효율의 방법이다. 적은 비용을 가지고 사업을 벌이고, 주민들이 자원봉사 개념으로 직접 도랑살리기에 나서게 된다. 바로 자신들의 도랑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후관리도 잘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랑을 복원하면서 마을공동체도 살아날 수 있다."

"도랑 복원하면 마을공동체도 살아나"

- 도랑을 살린다고 마을공동체가 살아난다는 것은 조금 지나친 비약 아닌가?
"결코 그렇지 않다. 도랑 살리기에 참여하는 마을은 단순히 하루 반짝하고 나와서 쓰레기나 줍고, 꽃나무나 심고 끝나는 게 아니다. 살아있는 도랑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은 세제도 가급적이면 쓰지 않아야 하고, 친환경 농업도 늘려가야 한다.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청소도 해야 하고, 도랑 주변의 꽃나무나 과일나무를 관리해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복원된 도랑 주변에는 주민들이 휴식공간이 마련된다. 마을주민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숙제가 생기는 셈이다. 그 속에서 주민들은 아름다운 도랑이라는 보람과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 그렇다면 도랑 살리기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세히 소개해 달라.
"(사)물포럼코리아는 재작년부터 도랑살리기를 준비해서 지난 해 전국 200여개의 도랑실태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동에 들어갔다. 올해는 정부나 지자체와 함께 하거나 시민단체 자체적으로 조사한 도랑이 전국 300곳 정도된다. 도랑의 오염원 형태와 도랑의 구조적인 특징에 대해서 분석했고, 또한 수질오염 측정도 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도 많이 만났다. 그리고 이 도랑을 주민들과 함께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하는 구상이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그 다음은 10월과 11월 중에 전국 4대강 유역 30여곳의 도랑을 그 지역주민들과 함께 직접 복원하고, 도랑복원 이후의 관리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협의해 나갈 것이다."

- 도랑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오염의 형태는 어떻게 나타났나?
"오염의 형태를 분류해 보면 첫째 쓰레기, 둘째 생활하수, 셋째 공장폐수, 넷째 농업폐기물 등으로 조사됐다. 지역마다 조금은 다르다. 한강수계는 주로 생활하수와 공장 오폐수가 가장 큰 오염원으로 나왔고, 금강이나 낙동강, 영산강은 쓰레기가 가장 큰 오염원으로 나왔다. 전국 평균적으로는 아무래도 쓰레기가 가장 큰 오염원으로 분석됐다."

- 그러한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야만 도랑을 살리는 의미가 있을 것인데,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각각 오염원에 대한 특성을 분석해야 처방전을 제시할 수 있다.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특성을 보이는 도랑은 주민들과 함께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하고 사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협의하고 교육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그 지역의 쓰레기 수거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분리수거 통을 가져다 놓는다거나 정기적으로 쓰레기 수거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할 것이다.

또한 유해물질이 많이 검출되는 도랑은 주민들이 함부로 소각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지자체의 수거시스템도 점검한다. 생활하수가 많이 나오는 도랑의 경우에는 주민들의 세제 안 쓰기 운동이나 폐식용유를 활용한 재활용 비누 사용을 하도록 한다. 그러한 노력 속에서 깨끗해지는 도랑을 보고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의식을 갖게 되고,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 지난 5월 충북 옥천군 잔다리 마을의 도랑 복원활동 모습. ⓒ 오마이뉴스 장재완


"옥천 잔다리마을 도랑 복원 성과... 올해 30여곳 복원"

- 시범적으로 도랑을 복원한 사례에 대해 소개해 달라.
"도랑복원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지난 5월 처음으로 충북 옥천의 잔다리 마을 도랑을 복원했다. 그 마을을 선정한 이유 중 하나는 오염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주민들의 도랑복원 의지가 어느 곳보다 컸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도랑 바닥의 침전물이 너무 많아서 이를 다 긁어냈고, 주변의 쓰레기와 농자재 같은 것들이 많아서 그 것들을 다 치웠다. 그 다음에는 도랑의 쓸데없는 바닥 콘크리트를 포클레인을 동원해서 걷어냈다.

다음으로는 도랑 주변에 예쁜 꽃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주민들이 도랑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됐다. 쓰레기를 치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도랑 주변에 꽃나무를 심고, 깨끗하게 정비하니까 주민들이 스스로 도랑을 아끼게 됐다. 그리고 바닥에는 꽃창포를 심었다. 그랬더니 주민들이 미나리를 가져와서 함께 식재했다.

이렇게 도랑을 복원하고 나니, 주민들이 신이 났다. 예뻐진 하천을 보러오는 사람들도 생기고,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 그럴수록 주민들도 도랑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 마을에만 세 번의 복원 활동을 벌였다. 올 11월에는 마을잔치를 할 생각이다. 그때 주민들에게 친환경세제 만드는 방법도 알려주고, 주민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생각이다. 그렇게 주민들이 흥이 나면 도랑관리도 지속적으로 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소개해 달라.
"올해 안에 전국 4대강 유역에서 30여 곳의 도랑을 복원하고, 300여개의 도랑 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이를 중심으로 내년에는 더 많은 곳의 도랑을 복원할 생각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복원 도랑을 대상으로 한 콘테스트도 열 생각이다. 사후관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잘 된 곳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각 마을 주민들끼리 교류도 추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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