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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생겨도 큰 게 좋아, 고구마!

애들과 함께 캔 고구마

등록|2008.10.21 20:29 수정|2008.10.21 20:31

▲ 고구마 캐러 가는 길 ⓒ 전용호


고구마를 캐러 갔습니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는 오후. 가을이라지만 낮에는 무척 덥습니다. 요즘 쌀 직불금으로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근데, 걸려도 좋으니 부당하게 받을 건덕지라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캐러가는 고구마밭은 서울에 계시는 장모가 한 달에 한 번씩 내려와 짓습니다. 서울에서 한 번씩 내려올 때마다 경비도 많이 들어갑니다. 짧은 생각으로는 그 비용으로 그냥 사먹으면 될 텐데. 하지만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농사는 어찌 보면 본능 같습니다. 아무리 계산해도 경제개념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대규모 기업농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우리 농촌 현실이 어디 그렇습니까? 다시 쌀 직불금 이야기 하자면, 먼 거리에 있다고 농사 못 짓는 게 아닙니다. 농사를 안 지으면서 부당하게 돈에 욕심을 낸 사람들이 문제지요.

사실 저는 농사 못합니다. 그냥 사서 먹는 게 농민들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니 가까이 있으면서도 별로 도와준 게 없습니다. 하지만 수확할 때가 되면 달라집니다. 민망하지만 먹을 건 챙겨서 옵니다. 나쁜 사위 같지요.

▲ 아내와 큰애가 고구마를 캐고 있습니다. 흙을 마음껏 만질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일입니다. ⓒ 전용호


▲ 땅속에서 나온 고구마. 과일이 아닌데도 마치 맛있는 과일같이 너무나 곱습니다. ⓒ 전용호


밭에는 고구마가 심어져 있는데 아직 수학을 안 하고 있습니다. 장모님은 다음 주에나 내려온답니다. 자꾸만 고구마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조금만 캐 오자고 나섰습니다.

낫과 호미를 준비하고 밭으로 올라섰습니다. 먼저 낫으로 고구마 줄기를 걷어냅니다. 아내와 애들은 호미로 고구마를 캡니다. 고구마 캐는데 재미가 있나 봅니다. 처음 캔 곳은 고구마들이 작습니다. 하지만 맛있게 보입니다. 고구마를 심을 때 땅이 깊게 파지 않아서 크게 크지 못했나 봅니다.

땅에서 갓 나온 고구마는 너무나 곱습니다. 아기 속살을 보는 듯 부드럽습니다. 불그스레한 껍질은 땅속에서 땅 빛을 닮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나 봅니다.

▲ 크지만 못 생긴 고구마. 그래도 작은 것 보다는 큰 게 기분이 좋습니다. ⓒ 전용호


▲ 고구마는 한쪽에서 캐 나가야 하는데 작은애는 중간에서부터 파고 있습니다. 근데 이곳에서는 하얀 고구마가 나옵니다. ⓒ 전용호


아내는 다른 곳에서 캐보자고 옮겨갑니다. 그곳에는 나온 고구마는 무척 못생기고 큽니다. 하지만 캐는 기분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애들도 무척 좋아합니다. 작은애는 어느새 호미를 들고 가 중간부터 캐기 시작합니다. 하얀 고구마도 나옵니다.

그렇게 비닐봉지로 세 봉지를 만들었습니다. 며칠간 맛있게 먹을 양입니다. 호박도 세 개 땄습니다. 잘 익었습니다. 호박죽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밭 가로 심어진 배초향에 나비가 열심히 꿀을 빨고 있습니다. 가을은 풍족한 계절입니다.

▲ 호박을 들고 즐거워하는 애들. 애들은 그냥 즐겁습니다. 밭으로 나가면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 전용호


▲ 배초향에 찾아온 암끝검은표범나비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 전용호


▲ 제가 옆에 있는게 자꾸만 불안한가 봅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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