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직불금 후퇴 말고 밭작물로 확대해야
[주장] 농산물 가격 보장해야 농촌·농민이 산다
촉촉 가을비가 내린다. 거의 한 달 만이다. 이번 비로 타들어가는 땅거죽에는 일정 정도 해갈 기미를 보이겠지만 소용없는 단비다. 이즈음 가을 농작물은 더 이상 빗물을 필요치 않는다. 곡식 낟알이 다 여물었는데 때를 넘겼다. 까닭 없기는 풀꽃나무, 단풍잎사귀도 마찬가지다. 가을 초입부터 겨우겨우 물기를 머금은 이파리들, 오색으로 물들기는커녕 죄다 말라가고 있다. 농촌 현실도 그와 같다. 때문에 지금 내리는 빗물은 농민들에게 그다지 반갑지 않다.
지금 농촌 현실은 버겁다
저수지 바닥이 거북등걸처럼 쩍쩍 갈라진 지 오래다. 비가 오지 않으니 벼이삭은 물론 밭작물도 잘 여물지 않았다. 설령 제 구실을 하였다고 해도 그 맛이 예년보다 못하다. 그러니 쉽사리 돈을 살 수도 없는 일이다. 어제, 잘 익은 햇고추를 따다가 길바닥에 널어 말리던 수동 할아버지가 냅다 하늘에다 대고 호통을 쳤다. 비를 기다리다 못해 내쳤던 하소연이었다.
"내참, 이게 웬 변곤지 모르겠어. 칠십 평생에 올 같은 가을가뭄은 첨이여."
"근데 햇살은 충분했지. 하지만 물맛을 덜 본 탓에 과실에 단맛이 없고 육질도 질겨."
"돈 좀 마련해 보겠다고 죽어라 일했네만 헛농사야. 감 값이 똥값이야!"
손자손녀 돌보듯 애지중지 감나무를 건사하고 있는 수동 할아버지의 땀에 전 목소리다. 할아버지는 논밭 이외에도 단감나무 60그루를 혼자 돌보고 있다. 몸에 부치는 농사다. 원래 감나무는 큰 병치레를 하지 않는다지만, 계분을 감나무 밑에 뿌리거나 그 위에 등겨나 짚을 두텁게 깔 때는 손이 딸린다. 부지깽이라도 나서서 도와야할 판이다. 다행히 올해는 자연발효비료를 사용한 탓에 그나마 일손을 덜었다고 한다.
그러나 때를 맞추지 못한 탓에 감을 비롯한 사과, 배 값은 여전히 똥값이다. 애써 수확해 봤자 농약 비료값 품삯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단다. 전량수매 대책이 없는 쌀값도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정부의 농사정책만 믿고 농사지었던 농민들만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됐다. 농민들이 핫바지 봉이 아니다. 지금, 여기 농촌에는 소나무 껍질처럼 거친 노인네들만 농사를 짓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보상은 너무나 쥐꼬리다. 농사정책이라는 게 농민들은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핫바지 봉이 아니다
들판에 마른 담배만 꾸역꾸역 타고 있다. 농민들 숨소리가 거칠다. 잘 여문 벼논을 갈아엎고, 튼실하게 잘 익은 과일 따지 않은 채 그대로 두고 있다. 며칠 전부터 불거진 ‘직불금제’로 농민의 고통과 시름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직불금제는 농업인 소득안전을 위한 농업소득보전지원이다. 근데도 지금까지는 논농사 중 쌀에만 적용되고 있다. 근데 문제는 가격변동이 들쭉날쭉한 밭작물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대부분 농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는 데 있다.
농민들의 지엄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감에서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직불금 파문’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참 고얀 일이다. 벼룩에 간을 내어먹어도 유분수지 어떻게 농민에게 돌아갈 혈세에 혀를 대려고 했을까? 차마 입이 더렵혀질까봐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농촌을 살리고, 농촌에 사람이 살게 하려면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야한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할 사안이다. 올해는 지역적인 가뭄을 제외하고는 태풍이나 병충해가 없어 벼를 비롯한 밭작물이 풍작이다. 그런 까닭에 어깨춤이 절로 나와야겠지만, 대부분 농민들은 어깨는 더욱 축 처진다. 왜 그럴까.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농촌의 어려운 현실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지만,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하다.
농촌을 살리려면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야
이제 농촌에서는 농사짓는 재미가 없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했듯이 정부시책에 따라가면 망한다. 정부가 지원해주는 특수작물일수록 가격하락이 더 심하다. 물론 이유야 있다. 중국에서 밀려드는 농산물 때문이라는 궁색한 변명이다. 느타리 표고버섯과, 양배추, 적채(빨간 양배추), 브로콜리, 피망, 칼리 플라워(하연 브로콜리)와 같은 양채류는 가격 하락으로 손해가 더 심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료값, 기름값이 올라서 농사짓기 더욱 힘들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생산비는 올라갔는데도 정작 농민들은 가격 결정에는 하등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을 중간상인 도매상인이 가격 결정을 하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애써 지은 농산물을 고스란히 헐값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농민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그러니 이래저래 농민들의 시름은 깊을 수밖에 없다. 정녕 방법이 없는 것일까!
항간에는 도농간 직거래 장터를 열거나 지역의 농협이 일정량을 수매하여 팔아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혜택을 기대하기엔 지금의 농산물 판매체계가 너무나 악조건이다. 농촌에 살면서 크게 느끼는 것은 농민들이 농산물 가격변동 추이에 상관하지 않고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중도매인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손도 대지 않고 코 푸는 식으로 그저 앉아서 이익을 취하는 ‘악덕(?) 상혼을 바로잡아야한다.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농산물을 대도시 소비자가 직접 살 수 있는 직거래장터가 하나의 대안이다. 피폐해져 가는 농촌을 살리는 길은 생산비에 상응하는 가격보장이다. 이는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해결해야할 문제다. 지금 껄끄럽고 낯부끄럽게 파헤쳐지고 있는 직불금제의 폐해가 무엇을 말하는지 그 시행의 폐단을 철저히 따져보아야 한다. 직불금제도 쌀에만 해당하는 직불제를 밭작물에도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밭작물을 주로 하는 농민들에게도 고른 혜택을 줄 수 있다. 그밖에도 농촌을 살리는 방안은 숱하게 많을 것이다. 관심을 가지면 보이는 법이다.
지금 농촌의 농산물 저온창고에는 애써 수확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천장까지 쌓여 있다. 이미 따낸 사과 배는 말할 것도 없고, 감이 상자로 쌓일 것이다. 곧 가을걷이가 끝나면 쌀을 비롯해서 알토란 같이 잘 여문 알곡들이 차곡차곡 쌓일 거다. 근데도 정부수매는 고사하고 마땅한 판로가 없다는 게 농민들의 한결 같은 푸념이다. 얘기는 하는 중에도 연방 마른 담배만 탄다. 농심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가을들판에 콤바인 소리 잦아지지만 아직도 누렇게 익은 채 수확을 마다하고 있는 벼들이 더 많다. 언덕배기 감나무엔 빨갛게 물든 감들도 그대로다. 어디 그뿐이랴. 시설채소들도 매양 마찬가지 신세다. 그런데도 정부는 농산물의 판매체계를 개선하기보다는 값싼 중국산 농산물을 탓하며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이다. 더 이상 농민이 봉이 아님을 직시해야한다. 농심(農心)은 천심(天心)이라고 했다. 농자대본야(農者大本也)라고 했다. 아직도 창밖에는 때늦은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지금 농촌 현실은 버겁다
저수지 바닥이 거북등걸처럼 쩍쩍 갈라진 지 오래다. 비가 오지 않으니 벼이삭은 물론 밭작물도 잘 여물지 않았다. 설령 제 구실을 하였다고 해도 그 맛이 예년보다 못하다. 그러니 쉽사리 돈을 살 수도 없는 일이다. 어제, 잘 익은 햇고추를 따다가 길바닥에 널어 말리던 수동 할아버지가 냅다 하늘에다 대고 호통을 쳤다. 비를 기다리다 못해 내쳤던 하소연이었다.
"근데 햇살은 충분했지. 하지만 물맛을 덜 본 탓에 과실에 단맛이 없고 육질도 질겨."
"돈 좀 마련해 보겠다고 죽어라 일했네만 헛농사야. 감 값이 똥값이야!"
손자손녀 돌보듯 애지중지 감나무를 건사하고 있는 수동 할아버지의 땀에 전 목소리다. 할아버지는 논밭 이외에도 단감나무 60그루를 혼자 돌보고 있다. 몸에 부치는 농사다. 원래 감나무는 큰 병치레를 하지 않는다지만, 계분을 감나무 밑에 뿌리거나 그 위에 등겨나 짚을 두텁게 깔 때는 손이 딸린다. 부지깽이라도 나서서 도와야할 판이다. 다행히 올해는 자연발효비료를 사용한 탓에 그나마 일손을 덜었다고 한다.
그러나 때를 맞추지 못한 탓에 감을 비롯한 사과, 배 값은 여전히 똥값이다. 애써 수확해 봤자 농약 비료값 품삯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단다. 전량수매 대책이 없는 쌀값도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정부의 농사정책만 믿고 농사지었던 농민들만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됐다. 농민들이 핫바지 봉이 아니다. 지금, 여기 농촌에는 소나무 껍질처럼 거친 노인네들만 농사를 짓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보상은 너무나 쥐꼬리다. 농사정책이라는 게 농민들은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 17일 낮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농민들이 쌀직불금 불법수령과 관련해서 이봉화 차관,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등 해당자 명단공개와 처벌을 촉구하며 총리실까지 벼를 지고 행진할 준비하고 있다. ⓒ 권우성
농민들이 핫바지 봉이 아니다
들판에 마른 담배만 꾸역꾸역 타고 있다. 농민들 숨소리가 거칠다. 잘 여문 벼논을 갈아엎고, 튼실하게 잘 익은 과일 따지 않은 채 그대로 두고 있다. 며칠 전부터 불거진 ‘직불금제’로 농민의 고통과 시름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직불금제는 농업인 소득안전을 위한 농업소득보전지원이다. 근데도 지금까지는 논농사 중 쌀에만 적용되고 있다. 근데 문제는 가격변동이 들쭉날쭉한 밭작물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대부분 농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는 데 있다.
농민들의 지엄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감에서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직불금 파문’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참 고얀 일이다. 벼룩에 간을 내어먹어도 유분수지 어떻게 농민에게 돌아갈 혈세에 혀를 대려고 했을까? 차마 입이 더렵혀질까봐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농촌을 살리고, 농촌에 사람이 살게 하려면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야한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할 사안이다. 올해는 지역적인 가뭄을 제외하고는 태풍이나 병충해가 없어 벼를 비롯한 밭작물이 풍작이다. 그런 까닭에 어깨춤이 절로 나와야겠지만, 대부분 농민들은 어깨는 더욱 축 처진다. 왜 그럴까.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농촌의 어려운 현실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지만,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하다.
농촌을 살리려면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야
이제 농촌에서는 농사짓는 재미가 없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했듯이 정부시책에 따라가면 망한다. 정부가 지원해주는 특수작물일수록 가격하락이 더 심하다. 물론 이유야 있다. 중국에서 밀려드는 농산물 때문이라는 궁색한 변명이다. 느타리 표고버섯과, 양배추, 적채(빨간 양배추), 브로콜리, 피망, 칼리 플라워(하연 브로콜리)와 같은 양채류는 가격 하락으로 손해가 더 심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료값, 기름값이 올라서 농사짓기 더욱 힘들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생산비는 올라갔는데도 정작 농민들은 가격 결정에는 하등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을 중간상인 도매상인이 가격 결정을 하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애써 지은 농산물을 고스란히 헐값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농민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그러니 이래저래 농민들의 시름은 깊을 수밖에 없다. 정녕 방법이 없는 것일까!
항간에는 도농간 직거래 장터를 열거나 지역의 농협이 일정량을 수매하여 팔아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혜택을 기대하기엔 지금의 농산물 판매체계가 너무나 악조건이다. 농촌에 살면서 크게 느끼는 것은 농민들이 농산물 가격변동 추이에 상관하지 않고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중도매인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손도 대지 않고 코 푸는 식으로 그저 앉아서 이익을 취하는 ‘악덕(?) 상혼을 바로잡아야한다.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농산물을 대도시 소비자가 직접 살 수 있는 직거래장터가 하나의 대안이다. 피폐해져 가는 농촌을 살리는 길은 생산비에 상응하는 가격보장이다. 이는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해결해야할 문제다. 지금 껄끄럽고 낯부끄럽게 파헤쳐지고 있는 직불금제의 폐해가 무엇을 말하는지 그 시행의 폐단을 철저히 따져보아야 한다. 직불금제도 쌀에만 해당하는 직불제를 밭작물에도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밭작물을 주로 하는 농민들에게도 고른 혜택을 줄 수 있다. 그밖에도 농촌을 살리는 방안은 숱하게 많을 것이다. 관심을 가지면 보이는 법이다.
지금 농촌의 농산물 저온창고에는 애써 수확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천장까지 쌓여 있다. 이미 따낸 사과 배는 말할 것도 없고, 감이 상자로 쌓일 것이다. 곧 가을걷이가 끝나면 쌀을 비롯해서 알토란 같이 잘 여문 알곡들이 차곡차곡 쌓일 거다. 근데도 정부수매는 고사하고 마땅한 판로가 없다는 게 농민들의 한결 같은 푸념이다. 얘기는 하는 중에도 연방 마른 담배만 탄다. 농심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가을들판에 콤바인 소리 잦아지지만 아직도 누렇게 익은 채 수확을 마다하고 있는 벼들이 더 많다. 언덕배기 감나무엔 빨갛게 물든 감들도 그대로다. 어디 그뿐이랴. 시설채소들도 매양 마찬가지 신세다. 그런데도 정부는 농산물의 판매체계를 개선하기보다는 값싼 중국산 농산물을 탓하며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이다. 더 이상 농민이 봉이 아님을 직시해야한다. 농심(農心)은 천심(天心)이라고 했다. 농자대본야(農者大本也)라고 했다. 아직도 창밖에는 때늦은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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