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3월 19일 판문점에서는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이 진행되었다. 때는 한반도 전쟁위기가 한껏 고조된 시점이었다. 이 회담에서 북측 박영수 대표는 ‘서울이 여기서 멀지 않소. 전쟁이 발발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정부는 비공개가 원칙인 회담장면을 몰래 촬영하여 발언내용을 왜곡한 채 편집한 후 언론에 공개했다. 보수언론은 일제히 ‘서울 불바다’란 표제를 뽑아 대결구도를 만들었다. 이들 신문만 보면 마치 북측이 남측에 선전포고라도 한 것같다. 그런데 정작 전쟁위기를 조장하고 위협한 것은 남측이었다.
94년 2월 국방부는 전시작전계획인 ‘OPLAN 5027'을 발표한다. 이 계획의 후반부는 북한군 전력 격멸, 평양 고립화, 점령지역의 군사통치등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남측은 북을 적으로 규정하는 한미연합전쟁연습을 강행해왔고, 주한미군의 전력까지 증강시켜왔다. 심지어 실무접촉 이틀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은 NHK와의 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의 불가피성을 언급하는 경거망동을 보인다.
자위적 방어전쟁의 개념을 벗어나는 전쟁연습은 국제법상으로도 불법이다. 전력 격멸과 점 령등 체제전복을 노리는 작전계획은 방어만을 목적으로 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위법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무장한 군대가 우리 집 바로 앞에서 우리 집을 적으로 규정한 전쟁계획을 발표하고, 실제적인 전쟁연습까지 강행한 격이다. 연습은 그 자체로 전쟁위협이나 다름없다.
‘서울 불바다’ 발언은 그래서 나왔다.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조중동이 말하듯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가 아니라, 전쟁이 나면 평양 뿐 아니라 서울도 불바다가 된다는 취지였음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과연 누가 대결을 조장하는가. 10년도 훨씬 지난 얘기를 꺼내는 것은 작금의 상황과 너무나 같기 때문이다.
16일 북측 <노동신문> 논평원은 ‘어리석은 망상을 추구하는 자들과는 끝까지 결판을 볼 것이다’는 글을 발표한다.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지 않고, <급변사태>운운하며 전쟁연습하는 것을 좌시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피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달려들어 대결분위기를 달구기 시작했다. 동아일보는 “일시적인 교착상태나 국지적 군사 도발 가능성 등을 두려워하는 태도를 보여선 안된다”며 전쟁광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기까지 했다.
게다가 언론은 노동신문 논평원 글의 요지 파악도 못하고 있다. 전문을 읽어본다면 알 수 있듯이 그들이 강조한 것은 일부 언론이 선정적으로 보도한 것과 같은 대결,협박이 아니라 공동선언이행이었다. “력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발전시키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시종일관한 립장”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인용하고 강조한 논평원 글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존엄이고 생명인 신성한 우리 체제를 감히 건드리는 자들에 대해선 추호도 용납하지 않고 단호하고도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우리의 존엄을 훼손하며 무분별한 반(反)공화국 대결의 길로 계속 나간다면 북남관계의 전면 차단 등 중대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것.”
이 기사만 보면 마치 북이 생떼를 쓰며 대남협박에 나선 것 같다. 논평원 글의 요지인 남측 정부의 공동선언이행촉구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언론과 정부가 쓸데 없이 대결분위기를 격화시키는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부끄럽게도 94년에 이어 또 다시 이런 대결구도를 조장해 온 것은 남측이었다.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와병설소동과, 그에 기반한 전쟁 실행 계획 5029 격상논란은 남북관계를 경색시켰다.
10.4 선언 1주년 기념일의 딱 일주일 전에는 남북공동선언을 실천하겠다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를 이적단체라 시비질하며 ‘남북공동선언실천=이적행위“라는 대결적 대북인식의 끝을 보여줬다.
8월에는 을지프리엄가디언훈련이란 전쟁연습을 실행했고, 7월엔 ARF 의장성명에서 외교“10.4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지지”란 문구를 삭제해달라 요청하기까지 했다. 11월에는 최초로 사단급 한미연합상륙작전까지 계획중이다. 남북이 합의한 공동선언에 대한 적대적 인식과 전쟁연습을 보라. 누가 대결을 조장하고 있는지 자명하다. 노동신문 논평원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대결정책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는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민족에게 가장 결여되어있는 인권은 ‘평화권’ 이다. 공동선언실천이 중요한 이유다. 뿐만 아니라 이미 공동선언실천은 우리민족의 경제적 번영에도 의미있는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민족경협에도 적색등이 켜졌다. 한편 일부 민간단체는 군사분계선 일대에 북 체제비난용 삐라를 지속적으로 살포하며 2004년 6월 남북이 합의한 '군사분계선 일대 상호비방 선전활동 중단 합의'를 무색케하고 있다.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고 거꾸로 가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대결정책은 일부 반북적 민간단체의 철지난 이념공세까지 부활시켰다. 마침내 지난 10일 개성공단 기업협의회가 나서 북한인권운동 단체들에 대북 삐라 살포 중단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시작된 남북관계경색은 한반도 평화와 경협에 비구름을 몰고왔다. 이제는 정말 구체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비공개가 원칙인 회담장면을 몰래 촬영하여 발언내용을 왜곡한 채 편집한 후 언론에 공개했다. 보수언론은 일제히 ‘서울 불바다’란 표제를 뽑아 대결구도를 만들었다. 이들 신문만 보면 마치 북측이 남측에 선전포고라도 한 것같다. 그런데 정작 전쟁위기를 조장하고 위협한 것은 남측이었다.
94년 2월 국방부는 전시작전계획인 ‘OPLAN 5027'을 발표한다. 이 계획의 후반부는 북한군 전력 격멸, 평양 고립화, 점령지역의 군사통치등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남측은 북을 적으로 규정하는 한미연합전쟁연습을 강행해왔고, 주한미군의 전력까지 증강시켜왔다. 심지어 실무접촉 이틀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은 NHK와의 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의 불가피성을 언급하는 경거망동을 보인다.
자위적 방어전쟁의 개념을 벗어나는 전쟁연습은 국제법상으로도 불법이다. 전력 격멸과 점 령등 체제전복을 노리는 작전계획은 방어만을 목적으로 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위법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무장한 군대가 우리 집 바로 앞에서 우리 집을 적으로 규정한 전쟁계획을 발표하고, 실제적인 전쟁연습까지 강행한 격이다. 연습은 그 자체로 전쟁위협이나 다름없다.
‘서울 불바다’ 발언은 그래서 나왔다.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조중동이 말하듯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가 아니라, 전쟁이 나면 평양 뿐 아니라 서울도 불바다가 된다는 취지였음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과연 누가 대결을 조장하는가. 10년도 훨씬 지난 얘기를 꺼내는 것은 작금의 상황과 너무나 같기 때문이다.
16일 북측 <노동신문> 논평원은 ‘어리석은 망상을 추구하는 자들과는 끝까지 결판을 볼 것이다’는 글을 발표한다.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지 않고, <급변사태>운운하며 전쟁연습하는 것을 좌시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피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달려들어 대결분위기를 달구기 시작했다. 동아일보는 “일시적인 교착상태나 국지적 군사 도발 가능성 등을 두려워하는 태도를 보여선 안된다”며 전쟁광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기까지 했다.
게다가 언론은 노동신문 논평원 글의 요지 파악도 못하고 있다. 전문을 읽어본다면 알 수 있듯이 그들이 강조한 것은 일부 언론이 선정적으로 보도한 것과 같은 대결,협박이 아니라 공동선언이행이었다. “력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발전시키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시종일관한 립장”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인용하고 강조한 논평원 글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존엄이고 생명인 신성한 우리 체제를 감히 건드리는 자들에 대해선 추호도 용납하지 않고 단호하고도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우리의 존엄을 훼손하며 무분별한 반(反)공화국 대결의 길로 계속 나간다면 북남관계의 전면 차단 등 중대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것.”
이 기사만 보면 마치 북이 생떼를 쓰며 대남협박에 나선 것 같다. 논평원 글의 요지인 남측 정부의 공동선언이행촉구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언론과 정부가 쓸데 없이 대결분위기를 격화시키는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부끄럽게도 94년에 이어 또 다시 이런 대결구도를 조장해 온 것은 남측이었다.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와병설소동과, 그에 기반한 전쟁 실행 계획 5029 격상논란은 남북관계를 경색시켰다.
10.4 선언 1주년 기념일의 딱 일주일 전에는 남북공동선언을 실천하겠다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를 이적단체라 시비질하며 ‘남북공동선언실천=이적행위“라는 대결적 대북인식의 끝을 보여줬다.
8월에는 을지프리엄가디언훈련이란 전쟁연습을 실행했고, 7월엔 ARF 의장성명에서 외교“10.4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지지”란 문구를 삭제해달라 요청하기까지 했다. 11월에는 최초로 사단급 한미연합상륙작전까지 계획중이다. 남북이 합의한 공동선언에 대한 적대적 인식과 전쟁연습을 보라. 누가 대결을 조장하고 있는지 자명하다. 노동신문 논평원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대결정책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는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민족에게 가장 결여되어있는 인권은 ‘평화권’ 이다. 공동선언실천이 중요한 이유다. 뿐만 아니라 이미 공동선언실천은 우리민족의 경제적 번영에도 의미있는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민족경협에도 적색등이 켜졌다. 한편 일부 민간단체는 군사분계선 일대에 북 체제비난용 삐라를 지속적으로 살포하며 2004년 6월 남북이 합의한 '군사분계선 일대 상호비방 선전활동 중단 합의'를 무색케하고 있다.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고 거꾸로 가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대결정책은 일부 반북적 민간단체의 철지난 이념공세까지 부활시켰다. 마침내 지난 10일 개성공단 기업협의회가 나서 북한인권운동 단체들에 대북 삐라 살포 중단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시작된 남북관계경색은 한반도 평화와 경협에 비구름을 몰고왔다. 이제는 정말 구체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전환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언론비평웹진 필화(www.pilhwa.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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