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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밥만 먹어도 언론장악?... 국정원2차장인지 몰랐다"

국정원-청와대-방통위-여당 회합 해명 "이동관-김회선 선약돼 합석"

등록|2008.10.23 21:54 수정|2008.10.23 21:54

▲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 남소연

지난 8월 KBS 정연주 사장 해임 직후 국정원과 청와대가 참석한 '언론관련 대책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밝혀진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방통위원장과 청와대 대변인과 조찬 모임을 하려고 갔는데 국정원 2차장이 이동관 대변인과 선약이 돼 있어 합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3일 저녁 나 의원은 이날 오전부터 이어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확인감사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청와대·국정원·방송통신위원회·한나라당의 회합에 대해 해명하고 나섰다.

나 의원은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과 아침이나 먹으면서 신문방송 겸영 문제 같은 것에 대해 의견 혹은 감을 맞춰보다는 생각으로 조찬 간담회에 참석했다"며 "그런데 국정원 2차장이 오셨는데 누구인지 몰라 왜 오셨는가 싶었지만 이동관 대변인과 먼저 선약이 돼 있어 같이 합석을 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 의원에 따르면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8월 11일이라는 날짜는 틀렸고, 그날 회합에서는 언론계의 일에 대해 길게 논의하지도 못했다는 것. 또 김회선 국정원 2차장은 거의 말없이 있다가 자리를 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방통위원장과 저, 이동관 대변인은 언론정책 때문에 당연히 모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러나 그날은 진지하게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모여서 밥만 먹으면 언론 장악이라고 비약하는 민주당의 논의에 동의할 수 없다"는 나 의원의 말에 이 회합에 대한 최시중 위원장의 증언을 이끌어 냈던 전병헌 의원의 반격이 이어졌다.

전 의원은 "8월 8일은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시킨 날이고, 17일은 이른바 KBS 대책회의가 있었던 날"이라며 그 사이에 방통위원장과 청와대와 여당의 정조위원장이 회합을 했다면 어떤 것을 논의했으리라 충분히 짐작 가능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국정원과 청와대까지 낀 자리가 일상적인 자리이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식 자체가 위험하다"며 "여당 정조위원장과 방통위원장이 만나서 논의하는 것은 괜찮지만 청와대와 국정원까지 끼었다는 것은 5공 이후 사라진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되살아난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기자 출신 의원들 "더 자주 만나야하는 것 아냐?"

▲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 권우성

나 의원의 해명과 전 의원의 반박에 이어 질의 순서가 시작됐지만 곧바로 '나경원 구하기'가 시작됐다. 큰 언론사 기자 출신 국회의원들이 국정원이 낀 회합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KBS 기자 출신인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에 대한 질의에서 최 위원장이 평소 국감 질의 응답에서 상당히 느린 속도로 말하는 것을 언급하면서 "최 위원장은 말도 느리신데 1시간 동안의 조찬에서 뭘 그렇게 많이 논의할 수 있었겠느냐"며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다면 따로 별도의 회의실에서 하지 않았겠느냐"고 두둔하고 나섰다.

안 의원은 이어 "당연히 그런 모임은 자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정부 밑에서 살아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도 "집권당과 정부는 늘 만나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안되면 더 문제"라며 "당정이 적대해서 사사건건 충돌, 이렇게 나라를 어렵게 만든 이들의 눈에 당정이 만나는 것이 문제스럽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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