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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탈퇴 각서 쓰고 '조합장' 행세... 안양시 뭐했나?

[안양 대림아파트 이중분양 사건] 조합원 탈퇴각서 문건 공개... 사용승인 신청 법적 논란

등록|2008.10.24 11:27 수정|2008.10.24 17:30

▲ 조합장 김모씨가 작성한 조합원 탈퇴각서 ⓒ 최병렬


경기 안양시 비산 대림조합아파트 이중분양 사기사건의 주범인 조합장 김아무개(34)씨가 아파트 입주권을 매각하며 조합원을 포기하는 탈퇴각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현재 진행 중인 아파트 사용승인신청 인·허가 과정의 법적 유·무효를 둘러싸고 파문이 일고 있다.

대림아파트 이중분양 사기사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3일 "조합장 김모씨가 인감을 첨부한 조합원 포기 탈퇴 각서를 작성했다"면서 "조합장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현재 구치소에 수감된 김씨가 신청한 사용승인 신청은 원천 무효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로부터 입수한 조합장의 조합원탈퇴각서에서 '본인은 비산동 대림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였으나 본인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합원 자격을 포기, 탈퇴하여 추후 어떠한 경우에라도 민·형사상에 이의를 제기치 않을 것을 확인하고 이에 서명한다"고 돼있다.

또 첨부된 인감은 지난 2007년 6월 27일 발급 받은 것으로 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조합장 김씨는 안양시 비산2동 이모씨와 2008년 4월 3일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체결하면서 본인 명의의 대림아파트 105동 ***호의 분양권(32평)을 3억5천원만에 넘긴 것으로 되어 있으며, 이 과정에서 분양권 인계 및 포기각서와 조합원 탈퇴각서까지 작성해 넘겼다.

▲ 조합장 김모씨 아파트 분양권 매매 계약 중거서류 ⓒ 최병렬


이와 관련 비대위는 23일 안양시에 접수한 '사용승인신청 무효에 대한 질의' 공문을 통해 "조합장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사료되는 바 금번 조합장 김아무개 명의로 신청된 (아파트)사용승인 신청은 무효라고 생각된다"며 "안양시가 긴급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23일 관련 문건을 전해준 비대위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졌다. 우리도 조합장 김씨로부터 아파트 입주권을 산 한 주민으로부터 관련 문건을 뒤늦게 전달받고 검토하면서 이게 정말 사실일까 반신반의하면서 모두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합장이 조합원임을 포기하고 스스로 탈퇴서까지 제출했음에도 그동안 조합장 행세를 하고 있었다는 말인데 조합의 관리, 감독을 하는 안양시에서 도대체 뭘 관리, 감독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며 안양시의 건축행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는 안양시가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한 조합장이 접수한 아파트 사용승인 신청 서류를 검토하고 있으나 이는 원천적으로 무효라 주장하고 있어 파장은 적지않을 전망이다.

특히 비대위 대책위원인 정재화씨는 24일 아침 MBC 라디오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안양시가 사용승인을 연기해 줄 것과 또 다른 피해가 예상되는 조합원 및 일반분양자들과 사태 해결을 논의할 수 있도록 만나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안양시 건축과 관계자는 "조합 명단에 조합장 이름이 있다. 탈퇴서를 낸다고 해서 탈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규정에 의해서 일련의 과정들이 필요한데 이를 확인 중에 있다"며 "관리감독 기능이 시에 있으나 세세한 부분까지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이중분양사기사태를 빚은 비산대림아파트 ⓒ 최병렬


한편 이중분양 사기사건이 발생한 비산동 대림조합아파트는 486가구 중 조합원분은 282가구, 일반 분양분은 204가구로 주택조합장 김모씨가 직접 또는 부동산업자, 브로커 등을 통해 이중으로 분양해 현재 확인된 피해자는 136명에 피해액은 360여억원에 달한다.

현재 대림조합아파트 사기분양 피해자 대책위는 안양시에 대림아파트 사용승인과 관련해 피해 회복 약속을 받기전까지 사용승인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이며 경찰의 수사도 인허가 관련 공무원과 대림 측 관계자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양건)도 사태해결을 위한 대책협의회 구성하라고 안양시에 권고해 안양시, 대림산업(시공사), 새로본(시공사), 조합(조합원과 임의분양), 이중분양사기 피해자 등 현재까지 세차례 만났으나 각기 다른 입장 차이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택조합 내부 문제도 심각해 후임 조합장조차 선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공사 대림산업측이 단독으로 제반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23일 입주예정일을 넘기면서 조합원과 일반분양자들의 동요도 예상되고 있어 파장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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