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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이 1000일 되면 YTN 굴복할까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구본홍 사장에 미래는 없다

등록|2008.10.24 13:22 수정|2008.10.24 15:13
이제 100일이다. 낙하산 사장 투입에 맞서 YTN 사람들이 YTN 지키기에 나선 지 내일 25일로 꼭 100일째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가. 용역 보안요원들의 삼엄한 경계 속에서 열린 '30초 주총'에서 사장 자리를 차지한 구본홍 사장은 회사에는 제대로 발도 들여놓지 못한 채 여태 회사 주변을 맴돌고 있다. 대책없는 인공위성 꼴이다. 버젓한 회사 회의실을 놓아두고 서울 상암동 외진 곳까지 가서 작전하듯이 주총을 강행한 후과가 이리 클 줄은 그도 미처 몰랐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회사 주변만 맴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취임 100일을 앞둔 그는 한국언론사에 길이 남을 일을 몇가지나 해냈다. 첫째는 대규모 기자 해고다. 그는 그의 퇴진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6명의 기자와 PD를 해고했고, 6명을 정직시키는 등 33명을 징계했다. 80년 전두환 군부 때의 언론인 대량 해직 이후 단일 언론사에서는 최대 규모의 해직 및 징계사태다.

인공위성처럼 떠도는 구본홍, 아직도 사장을 꿈꾸나

▲ 24일 출근을 시도한 구본홍 YTN 사장이 피켓을 들고 저지하는 YTN 노조원들에 가로막혀 조합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 남소연


그는 또 거센 사장 퇴진 운동으로 회사에는 제대로 발을 들여놓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100일이나 버티고 있다. 개인적인 결정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한 두 사람이 반대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거의 전 사원들이 그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100일이나 버텨냈다. 대단한 일이다. 아무리 청와대가 뒤에서 밀어주고 있고, 혹은 강권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질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로서는 이제 꺼낼 카드가 없다. 대량 해직 등 초강수는 YTN 사람들을 되레 단합시키고 그들 요구의 정당성만을 더 부각시켰다. 그것은 YTN 문제를 중요한 정치적 현안으로 부각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이다. 그는 해고 등 강경 일변도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그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만 더 크다. 그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다. 사실은 그가 대단한 것이 아니다. YTN 사람들이 대단한 것이다. 지난 100일 동안 YTN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왜 정당한지를 그들의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었다. 이 혼란한 사태의 와중에서도 방송을 지킨 것은 바로 YTN 사람들이었다.

구사장은 YTN 대표프로그램인 <돌발영상>이 불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 없이 돌발영상 제작진을 대거 인사 발령해 사실상 방송이 중단될 뻔 했다. 그런 와중에도 '돌발영상'이 계속 방송될 수 있었던 것은 제작진이 인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구사장이 이들 제작진을 해고하고, 정직시키면서 '돌발영상'은 방송이 중단됐다.

동료들이 대거 해직되고 중징계를 받았지만, YTN 사람들은 취재와 보도·제작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검은 옷에 검은 넥타이로 항의했다. 반면 사측은 어떠했던가. 행사장에 참석한 구본홍 사장 얼굴을 내보내기 위해 정규 방송을 허물고 방송을 누더기로 만들다시피 했다. 도대체 게임이 안 된다.

처음부터 그랬지만, 갈수록 구본홍 사장으로서는 승산이 없는 게임이다. 그가 처음부터 욕심내서는 안 될 것을 욕심낸 탓이 크지만, 판을 골라도 너무 잘못 골랐다. 아니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들이 크게 오판한 것이다.

이 대통령 특보 출신을 보내더라도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그들의 판단이 얼마나 안이한 오판이었는지는 이젠 너무도 극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려는 모습이 없다.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되지도 않는 발뺌만 하고 있다. 이 정권의 앞날이 걱정스런 대목이다.

이 100일이 얼마나 더 길어질까. 알 수 없다. 일종의 기싸움과도 같다. 청와대는 지금도 YTN 사람들이 저항한다는 것, 그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YTN을 어떻게든 굴복시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100일이 1000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영영 이루어질 수 없는 권력의 빗나간 욕심일 뿐이다. YTN 100일만으로도 그것은 충분히 보여주고도 남는다. 구본홍 사장부터 자신의 100일을 한번 찬찬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그러면 앞으로의 100일이 어찌 될지도 대략은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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