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종 강요·감금한 목사와 신도들 처벌
피해자 정씨 "개종강요는 선교가 아니라 인권범죄"
▲ 대법원 전경대법원은 개종을 강요`감금한 목사와 신도들에게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징역 6월 및 4월에 집행유예 1년의 확정 판결을 내렸다. ⓒ 이은희
타교회 신도들의 개종을 목적으로 강요·감금방조한 목사와 신도들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23일 대법원 형사3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특정 교단 신도들을 개종시키기 위해 자신의 교회에 감금하여 개종을 강요하고 정신병원에 감금하도록 방조한 혐의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야간 공동감금·강요)으로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 진아무개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안산 S교회 담임목사)에 대해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진 목사와 공동 공모해 피해자들의 개종을 강요하며 폭행·협박한 안산S 교회 신도 정모(44)씨와 김모(47)씨 부부에 대해서도 상고를 기각하고 각각 징역 6월과 집행유예 1년, 징역 4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법관의 합리적인 자유심증에 따른 것으로서 기록에 비추어 정당하여 수긍이 간다”며 “강요 및 감금방조 행위의 경위나 목적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사건 강요 및 감금방조 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하여 형법 제20조에 정한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개종의 권유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신체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중차대한 범죄”로 “자신들의 범행을 부인하는 등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아 엄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힌 원심을 인정했다.
개종강요는 가정파괴와 인권범죄를 일으키는 사회문제
피해자 정백향(39,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 대표) 씨는 “자기 종교를 믿으라고 폭행을 조장하고 가정을 파괴한 것은 선교가 아니라 인권침해요 범죄다”라며 “가정이 깨지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진 목사가 개입하면서 남편과 가족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못 만나야 개종이 빨리 된다고 충동받아 남편이 애들을 시댁에 데려다 놓고 만나지 못하게 했다”며 가정이 파괴된 과정을 설명했다.
▲ 7년간의 재판에서 승소한 정백향씨(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 대표)재판이 힘들어도 아이들 앞에 떳떳한 모습으로 서기위해 참아왔다며 "아이들이 진실을 알고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를 기다려 왔다"며 울먹였다. ⓒ 이은희
이어 “안산 S교회에 끌려갔는데 교회 신도들이 남편에게 지금 폭행을 해도 나중에 정신병 고쳐줘서 고맙다고 하니까··· 라며 폭행을 유도했고, 심지어 폭행당해 팔·다리가 부러져 철심을 박은 여자를 보여주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진 목사는 내가 개종하지 않자 나를 미친 사람 취급했고, 요양시설에서 쉬면 개종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조장해 가족들이 나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도록 했다”며 “목사라는 사람이 할 짓인가?”라고 분개했다.
정씨의 친정어머니 이모(63) 씨는 “사위는 개종을 안 하면 이혼하겠다며 정신병원에 끌고 갔다. 교회 신도들이 사위한테 ‘서툴렀구먼 제대로 해야지’라고 말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폭행하도록 시킨 것을 제대로 못한 사위에게 질책하는 거였다”며 “때리라는 말을 듣고 폭행한 사위가 괘씸하고 분했다. 억울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씨는 “(딸이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던)그 생각만 하면 눈 딱 감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밤 새 울다 날을 새운 날이 많다”며 “손자들도 커서 사리분별 할 수 있게 되면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엄마에게 돌아올 거라 생각한다”며 고통스럽게 살아온 세월을 전했다.
정씨는 자신이 정신병원에 감금된 이후에도 진 목사의 개종교육으로 많은 가정이 파괴되었다며 “더 이상 개종을 빌미로 가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사회범죄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이 판결이 가이드라인이 되길 바란다”며 “사회에 많이 알려 더 이상 이런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힘쓰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지난 10월 9일 대법원 제3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정씨가 개종을 목적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남편과 개종목사, 신도3명, 정신과 전문의와 정신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상고심에서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최종 확정해 “피고들은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3,200만원을 지급하고 1심과 2심 소송비용을 전액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정씨는 민·형사상 재판에서 모두 승소하게 되었다.
현재 정신병원 강제 입원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정신과 전문의 2명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감금) 혐의의 형사소송만이 남아있는 상태로 대법원에 계류 중에 있다. 항소심에서는 피고인 정신과 전문의 2명에게 각각 7백 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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