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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을 YTN을 생각하는 날로<Br>방송사 기자들 블랙투쟁 벌이자"

YTN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 백일잔치... 노조원·시민 "구본홍 물러가라" 합창

등록|2008.10.25 02:20 수정|2008.10.25 02:20

▲ 시민들이 24일 저녁 YTN 구본홍 사장 출근저지 투쟁 100일을 기념하며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 앞에서 연 촛불문화제에 참가해 정부의 언론자유 탄압을 규탄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저희들 다 잘렸습니다. 하지만 저희 지금도 회사 나가서 하던 일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를 자른 구본홍은 출근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 덕분에 이렇게 당당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더욱 더 열심히 버티고 싸워 오늘보다 더 흥겨운 잔치를 벌이겠습니다." (노종면 YTN 노조 위원장)


25일 자정 YTN 출근저지투쟁이 100일을 맞았다. 투쟁은 고됐다.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그러나 24일 늦은 저녁부터 촛불을 든 시민 2백여 명이 남대문로 YTN 사옥 앞에서 노조원들과 흥겨운 백일잔치를 열었다. 젊은 노조원들은 경쾌한 율동으로 그동안 시민들이 아낌없이 보내준 성원에 화답했고, 노 위원장은 '광야에서'를 열창했다.

시민들은 "YTN에서 손 떼"라고 적힌 형형색색의 풍선을 흔들었다. 폭죽을 터뜨리며 힘겹지만 굳건하게 싸워온 YTN 노조원들을 격려했다. 지난 6일 해고된 YTN 노조원들은 시민들 앞에서 시원한 웃음과 함께 더 열심히 싸울 것을 약속했다.

YTN '낙하산사장 저지투쟁' 백일잔치, 더 큰 싸움 남았다

▲ YTN 카메라 기자가 24일 저녁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 앞에서 열린 YTN 구본홍 사장 출근저지 투쟁하는 100일 기념 촛불문화제에서 카메라에 '공정방송' 스티카를 붙이고 취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의 백일잔치는 앞으로의 더 큰 싸움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전국 140개 언론사의 전·현직 언론인이 동참한 시국선언이 이날 채택됐고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시민들에게 총파업 찬반투표 가결 소식을 알렸다.

최 위원장은 "여러분의 지지와 격려 덕분에, YTN 노조원들의 멋진 투쟁 덕분에, 언론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가 투표율 84%, 찬성률 82%로 가결됐다"며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지지를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깜짝 제안을 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오는 30일 'YTN을 생각하는 날'로 정하고 전국 방송사 기자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방송하는 '블랙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며 "여러분도 이날만큼 'YTN 시청하기' 등 함께 해달라"고 제안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사실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YTN이 지금까지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YTN 노조원과 시민들 덕이었다"며 "언론학자 203명이 구성한 '미디어 공공성 포럼'도 YTN 사태 해결을 위한 여러가지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구본홍 사장이 지금 자기를 우선 인정하면 징계를 받은 YTN 노조원들의 지위를 복귀시키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마치 담을 넘어 안방에 들어간 강도가 문을 걸어 잠그고 '나를 주인으로 인정하면 문을 열어주겠다'고 하는 꼴이다. 구본홍 사장이 당장 조건 없이 모든 징계를 철회하고 청와대가 구 사장을 해고하는 것이 맞다."

"사랑한다, 더 열심히 싸우겠다"... "언제라도 달려오겠다"

지금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싸워온 YTN 노조원들은 더욱 결의를 높였다.

지난 6일 해고됐던 현덕수 전 YTN 노조 위원장은 "징계를 받은 것이 슬프지 않다, 우리 YTN 400명을 대표해 해고됐다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돌발영상>을 제작했던 정유신 기자도 "여러분 사랑한다, 더 열심히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징계를 받은 임장혁 기자, 정유신 기자와 함께 <돌발영상>을 제작했던 정병화 기자는 "부끄럽게도 혼자 살아 남았다"며 "이 부끄러움은 반드시 <돌발영상>을 다시 살려 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들에게 "나도 사랑해", "힘내라"를 외치며 그들을 격려했다.

백일잔치는 새벽 1시 45분이 되어서야 마쳤다.

자리를 끝까지 지켰던 김아무개(45)씨는 "아까 YTN 노조가 만든 백일 투쟁 영상을 두번째 보는 건데도 괜시리 눈물이 날 뻔했다"며 "지금까지 싸워온 모습 그대로 있어준다면 시민들은 언제나 YTN을 위해 달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YTN을 볼 때마다 힘이 난다. 여름에 시작했던 싸움이 이제 가을을 넘어 겨울까지 가고 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싸움을 끝내야 한다. 조금만 더 싸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YTN 노조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싸워간다면 시민들은 언제라도 달려올 것이다."

▲ 언론인 시국선언 추진위원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24일 저녁 YTN 구본홍 사장 출근저지 투쟁 100일을 기념하며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 앞에서 연 촛불문화제에 참가해 정부의 언론자유 탄압을 규탄하는 촛불을 들고 있다. ⓒ 유성호


▲ 언론인 시국선언 추진위원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24일 저녁 YTN 구본홍 사장 출근저지 투쟁 100일을 기념하며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 앞에서 연 촛불문화제에서 언론인들의 서명이 들어간 대형 펼침막으로 YTN사옥을 에워싸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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