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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선택, 직장 구하러 일본으로 갑니다

[나의 구직기②] 스물일곱, 해외 원정 취직길에 오르며

등록|2008.10.27 16:26 수정|2008.10.27 20:15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대 중 직업이 없거나 취직을 아예 포기한 인구는 245만명이라고 합니다. 또 지난 16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대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62.7%로 떨어졌는데, 이는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하네요. 여기에 엎친 데 덥쳐 최근 구직활동을 하다 신변을 비관해 자살한 20대들의 소식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현재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20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주>

▲ 공무원시험원서접수 모습.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일본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담담하게, 당당하게 말하겠노라 밤새 다짐했건만. 벌써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어찌됐든 저는 오늘(25일)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바다를 건너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일본에 가서 한 3년만 있다 올 게요."

어렵사리 꺼낸 말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시는 부모님. 아마 약간의 진통 기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저는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으니까요.

'해외 원정 취직'. 일견 무모해 보이는 제 결정에 지인들은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① "한국에서 안 되는데, 외국에서 되겠니?" ② "그러지 말고, 적당한 일 하다가 시집이나 가라." 내용만으로 짐작이 가시나요? 전자가 친구들, 후자가 부모님을 필두로 한 친지들의 반응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둘 다 어찌나 설득력이 있는지, 선뜻 "없었던 일로 할 게요"라고 말하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잘라야죠. 어쨌든, 저는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가려합니다.

'두 달 백조'인 내가 일본행 결정한 이유

②번은 그렇다고 치고요(세상의 모든 싱글들에게 축복을!). 사실, ①번은 당연한 반응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의 제 구직 기간이 길지도 않았으니까요. 올 2월 한 영화사에 취직, 7월에 경제적 이유로 직장을 관뒀습니다. 그러나 졸업이 올 8월이었으니, 공식적인 백조 생활은 두 달 정도에 불과한 셈이지요. 이래서는 '백조'라는 명함을 내밀기도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그러나 좀 더 솔직하자면요.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 더 저를 괴롭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제 길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 영화사 사직 후 방송사 공채를 준비했었거든요. 그러나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길인가?'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배부른 소리라 하실지 모르겠지만요. 한 번 뿐인 인생, 확신없이 사는 것이야 말로 스스로에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두가 길었습니다. 어쨌든 이차저차해서 저는 '일본행'을 결심했습니다. 일본에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전혀 모르겠지만요. 그 과정 전체가 한국과는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입니다. 낯선 곳에서의 경험이 자아성찰(?)의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하고요. 어찌됐든 제 인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보입니다.

'프리타' 안 되려면, 3개월 안에 직장 구해야 합니다

▲ 서울 시내 한 편의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일본이라고 상황이 그리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아시죠? 일본 노동시장을 장악한 두 가지 문제. ① 워킹푸어(Working Poor) 그리고 ② 프리타. 아무리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푸어'는 한국에서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요. '프리타'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해가는 계층을 말합니다.

일본의 경우,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등의 시급이 약 800엔~1000엔입니다. 한국 돈으로 만원을 좀 넘는 정도. 그러니 본인의 노력이 있다면, 아르바이트만으로도 생활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닙니다. 

나이 40살이 넘어서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가장. 일본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령이 오를수록, 프리타의 입지는 좁아집니다. 일본의 노숙자 중에는 프리타 출신인 사람의 수가 적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저라고 '프리타'가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는 셈이지요. 그러나 이런 아르바이트마저도 비자가 없으면 할 수 없습니다. 일본 관광비자는 최대 3개월까지 체류가 가능합니다. 즉 학생 신분이 아닌 저의 경우 3개월 안에 직장을 구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써내려오다 보니, 갑자기 제 선택이 맞는 것인지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인들의 조언(①번)을 다시 한 번 '묵상'해보거나, '취집(②번)'을 고려해야 하는 걸까요? 제 내면의 소리를 따라 모험을 선택하기는 합니다만, 여간 떨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제 마음 한 구석에서 작지만 분명하게 울리는 소리가 있습니다. '잘 할 수 있을 거야'라고요.

'현실' 때문에 원하는 일 놓치지 맙시다

두서도 없고, 결말도 없는 저의 '구직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절대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것! 자칫 글이 교조적으로 흐를까 염려가 되긴 합니다만, 뭐 그러면 또 어떻습니까. 저처럼 혹은 저보다 더 오랜 구직활동에 몸과 마음이 지친 분들이 있다면, '힘냅시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포기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사람은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현실성 부족'으로 격하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각종 시험과 규정에 맞추어 진짜 '나다움'을 잃지 말았으면 합니다. '자기 소개서'를 '자기 사기서'라 비하하는 대신, 자신이 옳다 여기는 가치를 지키려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일본 땅에서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 다음 세대들은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움직이겠습니다. 하다하다 안 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겠지요. 그 때는, 최선을 다했다고 웃으면서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도요. 그러니 친구들, 간밧떼 쿠다사이(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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