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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기립박수' - 민주 '조용' - 민노 '퇴장'

[대통령 시정연설 반응] 한나라당 "감동" vs 야당들 "실망"

등록|2008.10.27 12:44 수정|2008.10.27 14:47
취재: 김지은 안홍기 기자 사진: 남소연 유성호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기립박수를 받는 동안, 홍희덕 이정희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앉은 채 그대로 앉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 ⓒ 남소연


경제 위기에 대해 사과 한마디 안 한 대통령에게 야당들은 싸늘했다.

27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끝난 후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은 일제히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반면, 한나라당은 "한민족의 저력을 일깨우게 하는 감동을 전했다"고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한나라당] "한민족 저력 일깨운 감동... 초당적 협조 절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좌절하고 있는 국민 모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움츠려진 가슴을 활짝 펴게 하고, 한민족의 저력을 일깨우게 하는 감동을 전해줬다"고 한껏 추켜세웠다.

또 조 대변인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재정확대, 내수활성화, 감세 등 정부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는 국제적 움직임에도 부합하는 적절한 대응으로 평가된다"고 주장했다. 야당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아무리 좋은 대책을 내놓아도 국회의 협조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위기는 현실화되고 말 것이다. 국회가 위기극복에 외딴섬이 되지 않도록 초당적이고 대승적인 자세가 절실하다"면서 협조를 구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09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동안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 남소연


[민주당] 민주 "모든 게 남의 탓... 실망"

야당들은 화답하지 않았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실패한 경제정책을 고수하겠다는 파당적인 자세"라며 "모든 것을 상황 탓, 국민 탓, 야당 탓으로 돌리는 대통령의 자세에 실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위기 극복에 온몸 던질 각오가 돼 있는 건지 실패한 기존 경제정책 고수에 온몸을 던지겠다는 건지 헷갈리는 연설"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민주당은 경제팀의 전면 쇄신을 촉구했다. 최 대변인은 "전면적인 국정 쇄신을 통해 국민 신뢰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경제팀 교체가 시장의 신뢰를 받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진당] "잘못된 해명뿐... 턱없이 미흡"

자유선진당도 "잘못된 해명 뿐이었다"며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깎아내렸다. 박선영 대변인은 "난국을 돌파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했다"며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논평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이 경제 위기와 관련해 "문제는 심리적인 것"이라고 책임을 돌린 데 대해서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쓰나미 같은 '두려움'으로 국민의 마음과 시장의 신뢰가 끝없이 추락했는데 대통령은 이에 대한 반성과 각성이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민노당] 시정연설 도중 '현수막 시위'... 이후 전원 퇴장

▲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09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도중 본회의장을 퇴장하여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위기 탈출은 고사하고 서민경제를 파멸의 늪으로 밀어 넣는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동참할 수도 없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민주노동당은 연설도중 본회의장을 아예 박차고 나왔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시정 연설을 시작한 지 5분 남짓이 되자 대통령을 향해 양손으로 현수막을 번쩍 들어 보이며 '시위'를 했다. 현수막에는 '더 큰 위기가 오고 있습니다', '서민살리기가 우선입니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4~5분간 항의의 뜻을 표한 의원들은 이후 본회의장을 나와 성명을 발표했다. 의원들은 "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즉각적인 중단과 내수시장 중심의 경제구조 구현을 위한 정책 재검토 ▲경제실정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실현 불가능한 747공약의 폐기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경제사령탑의 즉각적인 경질 ▲은행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책임과 외국계 투기자본 규제 등 민주노동당이 내건 선결조건에 대통령은 어느 것도 답변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의원들은 "대통령은 쉴 새 없이 당의정 같은 처방전을 내놓고 있지만 환자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 꼴"이라며 "파국적인 경제위기 앞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 그리고 경제 운용자들의 방만과 독선은 여전히 그대로"라고 일갈했다.

또 의원들은 "국민분열, 국론분열, 시장의 불신의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이 결정 한대로 따라오라는 식은 단합이 아니라 협박이며, 불신과 분열의 극한으로 내몰 뿐"이라고 주장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09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본회의장] 한나라당은 '박수', 야당들은 '조용'

이에 앞서 시정연설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의 분위기도 여야가 뚜렷하게 엇갈렸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다.

반면, 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석은 조용했다. 야당 의원들은 기립하긴 했지만 박수를 치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연설이 끝난 뒤엔 더 냉랭했다.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나설 때에는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앉아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했다.

대통령도 야당 의원들이 껄끄러운 듯했다. 퇴장에 앞서 민주당 의석으로 다가가 맨 앞자리의 이광재·박기춘·백재현 의원 등과 악수를 했지만, 그 뒤엔 여당 의원들과 주로 인사를 나눴다.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차명진 대변인, 정몽준·공성진·허태열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본회의장 입구에 늘어서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경선과 대선 때 이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참석했지만, 대통령은 이들을 챙겨 인사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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