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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체면 때문에 연기금으로 900선 사수?

10월 이래 9961억원 누적 순매수... 기금 수익률 악화에 우려 목소리

등록|2008.10.27 17:28 수정|2008.10.27 17:28
27일 장중 900선이 붕괴됐던 코스피지수가 연기금 5400억 원의 투여로 막판 반등한 것을 우려하는 주식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날 증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하와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도 불구하고 장중 900선이 깨지고 오후 2시18분 892.16까지 급락했다.

일본·중국 등 아시아증시의 동반폭락 속에 우리 증시도 2005년 1월13일 885.54를 기록한 이래 45개월 만의 최저점이 불가피해 보였지만, 장 마감 1시간을 앞두고 4000여 억원의 연기금이 유입되며 24일에 비해 7.70포인트(0.82%) 오른 946.45에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장세에서 연기금의 '지수 방어용' 매수가 합리적인 선택인가에 대해서는 반론이 적지 않다.

이날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3485억원, 3040억원의 주식을 대규모로 처분해 시장을 떠난 상황에서 연기금이 막판에 힘을 써서 900선을 가까스로 지켜냈기 때문이다.

또한 코스피시장의 상승종목은 164개에 불과한 데 반해 하락종목이 709개 종목에 이르는 것을 보면, 연기금 투여가 증시의 전반적인 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연기금이 주로 대형주에 투여된 덕에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 삼성전자와 POSCO가 각각 7%, 8%대로 급등했고 한국전력공사와 신한금융지주, 현대자동차, LG전자 등도 5~10%대의 강세를 기록했다.

연기금이 일부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이들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여타 종목들은 매수 주체의 부재로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어 주식의 '빈부 격차'만 벌린 꼴이 됐다.

연기금은 지수 1000선이 무너진 24일 3600억원, 27일 5400여 억원의 주식을 사들이는 등 10월 이래 9961억원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7일의 경우 한은의 금리 인하와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있던 날이었다. 연기금이 정부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연기금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증시에 개입했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지금과 같은 패턴의 증시 개입이 궁극적으로는 연기금의 수익률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1조원 가까이 되는 연기금의 누적 순매수금액을 총인구(4860만 명)로 나누면, 정부가 국민연금에 쓰일 돈으로 국민 1인당 20000원씩을 들여 폭락하는 주식을 억지로 사들인 셈이 된다.

연기금은 8월말 기준으로 주식투자에서만 이미 8조5000여억 원의 손실을 본 상태인데, 증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는 게 네티즌들의 지배적인 반응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이디 '가가린'은 "이명박 시정연설이 효과가 있었다는 대국민 광고효과를 노리기 위해 연기금을 쏟아 부은 것 같다. 돈이 씨가 마르면 그때는 어쩌려고 할라고 눈 가리고 아웅하냐"고 질타했고, 팍스넷의 아이디 '피트로즈'는 "내일은 연기금으로도 막지 못할 것이다. MB의 코스피 주가조작을 국정조사 해야한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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